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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아버지와 아들

한성구

아버지에게 아들이란 어떤 존재일까? 아들은 아버지를 보면서 배운다. 어린 아들은 사랑을 원할 뿐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기를 갈구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들이 생물학적 후계자뿐 아니라 영혼의 후계자이기를 바라는 경우가 제법 있다. 남태평양의 지역에서는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아버지의 뇌를 먹는 엽기적인 습관이 있는데 바로 영혼의 후계자이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에서이지만 그 결과는 쿠루라는 광우병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아버지와 아들은 각각 독립적인 인격체로 서로 인정하지 못한 불행이다.



베니에 가네로, 신에게 자식들을 부탁하는 눈 먼 오이디푸스, 1784, 캔버스에 유화, 122×163cm, 
스웨덴국립박물관 소장

돌아온 탕자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아버지의 부정이 있는가 하면 우리 역사나 신화에는 부자간의 갈등도 많이 나타난다. 후계자가 때로는 경쟁자, 적으로 나타나는 불행이다. 극단적으로는 아버지가 아들을 또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극적인 장면이 보인다. 크로노스가 자기 자식을 먹어 치운 것과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그냥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러시아의 역사에서는 차르가 자기 아들인 황태자를 죽인 경우가 두 번 있었다. 이반 폭군과 표트르 대제이다. 이반이 아들을 죽인 장면은 레핀의 그림이 정말 대단하지만 너무 폭력적이어서 표트르 대제 이야기를 그림으로 본다.

표트르 대제는 낙후된 러시아를 유럽화하려는 열망이 큰 황제였다. 수도를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기고 수염을 자르고 모든 것을 유럽화하니 모스크바의 기존 세력은 러시아의 정체성을 외치며 저항하는데 그들은 바로 황태자인 알렉세이를 내세웠다. 이 틈새를 타고 그 당시 최대의 적국인 스웨덴 왕은 황태자에게 접근하였으니 표트르 대제는 자기 아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니콜라이 게, 페트로고프에서 알렉세이 황태자를 문책하는 표트르 대제, 1871, 캔버스에 오일, 136×173cm, 
모스크바 트레챠코프미술관 소장

니콜라이 게의 <페트로고프에서 알렉세이 황태자를 문책하는 표트르 대제>는 이 부자의 갈등이 극에 달했음을 잘 보여 준다. 아들을 노려보는 아버지와 그 시선을 피하는 아들… 무시무시한 아버지와 병약한 아들은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들은 결국 투옥되어 감옥에서 죽었다. 이 그림이 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까? 바로 우리 바로 옆에서 보는 부자간의 갈등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통찰과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화가…

우리 역사에서도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경우가 있었다. 인조와 소현세자, 영조와 사도세자의 부자 갈등은 러시아의 사건과 매우 흡사하다. 그런데 우리 미술에서는 이런 모습을 순수미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무척 아쉽다. “현대미술은 문학을 죽였다”라는 말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 그림은 결국 인간이 그리고 인간을 위해서 그리는데 그 내용이 인간에 관한 것이면 훨씬 공감이 클 텐데… 아마추어 미술 애호가는 오늘도 한국 미술에서 이런 그림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한성구(1954- )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및 서울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분과장 등 역임. 『그림 속의 의학』(2007) 지음. 현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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