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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국제적인 전시기획자 그라운드서울 윤재갑 디렉터

김달진



대안공간루프, 아라리오갤러리,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커미셔너, 중국 상하이 하오뮤지엄 관장,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중국 상하이 민생미술관 전시총감독을 거쳐 다시 한국의 그라운드서울 디렉터로 기획자 윤재갑의 궤적은 참 화려하다.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건물을 앞으로 5년간 ‘그라운드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할 그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Q. 다시 국내로 들어오게 된 계기는?
A. 팬데믹이 결정적이었다. 국경은 봉쇄되었고, 인적 물적 교류가 단절되어 외국에서의 활동 자체가 힘들었다. 25여 년의 외국 생활에 지치기도 했다. 코로나 시기에 귀농센터에서 1년을 보내며 지난 세월을 깊숙이 돌이켜 봤다. 그 농사의 경험이 나에겐 하나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

Q. 그라운드서울은 어떤 목표로 운영되나?
A. 우선, 티켓(입장료)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블록버스터 기획과, 작품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화랑, 이 두 가지 모델을 결합한 것이 그라운드서울이다. 이 두 모델은 미술시장 침체기에 헤징(위험분산)이 가능한 구조라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개인 소유나 가족 경영이 아닌 진정한 아트컴퍼니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 한국미술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숙을 위해 건전한 아트컴퍼니 모델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대안공간과 상업갤러리, 외국의 미술관이라는 궤적을 그릴 수 있던 원동력은?
A. 외국에 비해 다소 폐쇄적인 한국 문화계의 현실에서 대안공간-상업화랑-비엔날레-미술관을 모두 경험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대단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국제 미술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섹터에서의 경험이 나에겐 큰 자양분이 되었다. 한국의 정치-경제-문화적 역량이 세계적으로 확대되어 나가는 시점과 나의 활동 시기가 일치했기에 이런 것들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Q. 그간 기획한 전시 가운데 다시 선보이고 싶은 전시는?
A.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전시 기획과 부끄러운 글들이 90%가 넘는다. 그래도 괜찮았다 싶은 기획을 꼽으라면 2016 부산비엔날레다. 주제가 ‘혼혈하는 지구’였는데, 단일국가 단위에서 진행된 아방가르드와, post-89 이후 성립된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을 대립적으로, 또 반성적으로 고찰하고자 한 기획이었다. 별다른 이슈나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Q. 지각 변동 중인 한국미술계, 어떻게 보는지?
A. 지난 30여 년간 한국 미술계는 양적·질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작가뿐만 아니라 큐레이터도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훌륭한 분이 많아졌다. 무척 고무적이다. 그러나 한국미술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오래된 관행이나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정치 집단에 의해 지명되고 임명되는 문화예술계의 구조다. 모든 문화예술기관의 관장 임기가 2-3년에 지나지 않는다. 이걸 하루빨리 바꿔야 한국미술이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배순훈 관장 시기에 한 차례 좌절된 국공립미술관의 독립법인화는 꼭 다시 시도해야 한다. 국공립미술관의 독립법인화는 미술품 물납제를 전제로 한다. 당시에는 물납제가 없었기에 국립현대미술관의 독립법인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시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물납제가 어느정도 정착되어가고 있어서 국공립미술관의 정치로부터의 독립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한국미술의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국공립미술관의 정치계로부터의 독립이 선결조건이라고 생각한다. 

Q. 기획자로서 앞으로 10년 후의 계획은?
A. Post-89 이후 한순간에 세계로의 문이 열린 것과 정반대로, post-코로나는 세계를 다시 신냉전시대로 되돌렸다. 내 세대는 post-89와 post-코로나라는 양극단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이런 극단적인 경험을 토대로 깊은 성찰과 반성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은 그라운드서울이 제대로 셋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통해 한국미술만이 아니라 세계미술을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명의 기획자로서 그런 안목을 가질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10년 후에도 현역 큐레이터로 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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