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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두 작가를 통해 ‘공동체’를 생각한다

김주원

전쟁과 전염병의 공통점은 ‘공동체’라는 ‘내부’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외부’의 설정에 있다. 때로는 민족, 국경, 피부색이, 때로는 젠더, 연령이 내외부의 기준이 된다. 차별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공동체를 세웠지만, 자신들만의 순수성을 또 다른 차별의 축으로 만들어 버렸던 사례는 인류의 역사에서 빈번해 왔다.



배찬효, 마녀사냥(Existing in Costume Witch Participating in the devil’s festival), 2016, C-Print, 230×180cm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 사진으로 특징되는 배찬효의 작업도 이러한 공동체의 정체성과 이를 지키려는 내외부의 대칭적 분리주의가 낳은 차별과 소외, 그 시선과 권력을 다루고, 이에 대한 해체와 전복을 꾀한다. 13세기부터 19세기 초상화 속 서양 여성들의 옷을 입는 배찬효 사진의 경우, 성별과 계급을 옷으로 특정하는 근대적 세계관에 배태된 기준과 관점, 시선의 폭력성을 비틀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자화상>을 시작으로 <동화책>, <형벌>, <마녀사냥> 작업까지 이어졌으며 이들을 엮어 <의상 속 존재(Existing in Costume)>로 수렴된다. 작가의 작업을 통해, 19세기 이전 근대세계 시선의 주체는 ‘서양 남성’이었다면, 전지구화 시대인 오늘날에는 주체의 범위가 ‘동양’의 상대로서의 ‘서양’으로 포괄되었다. 배찬효는 근대기 서양 남성의 외부였던 서양 여성에게 덧씌웠던 정체성을 동양 남성인 작가 스스로 덧입음으로써 문화적 차이와 괴리가 내외부 권력의 또다른 기준임을 말한다.



신미경, 거석 시리즈(Megalith Series), 2019, 가변설치, 도자기, 런던 바라캇갤러리 전시장 설치장면


어쩌면, 문화적 차이는 그 번역 과정에서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번역(Translation)’ 시리즈 작업을 통해 문화적 번역의 문제를 주목해온 작가 신미경은 하나의 오브제가 원래 놓여있던 시공간을 벗어나 탈문맥화 하는 과정을 ‘유물화’라고 지칭하고, 스스로 그 과정을 비누로 재연해 왔다. 즉 견고한 대리석과는 달리 시간에 의해 탈각될 수 있는 무르고 부드러운 비누 오브제는, 급속하게 변모하는 사회 역사적 과정 속에서 달라지는 내외부의 경계, 그로 인한 탈문맥화, 유물화의 ‘번역’적 과정을 전유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의 오브제가 말하려는 ‘번역’적 과정은 시공간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공동체’의 정체성은 변화될 수 있다. 작가의 일관된 이러한 관심사는 최근작 <거석 시리즈(Megalith Series)>를 통해 확장되었다. 지난 가을 런던에서 열렸던 개인전을 통해 선보인 <거석 시리즈>는 흙이 가마 안에서 돌처럼 단단해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생성된 파편. 이를 다시 도자기로 구워낸 작업이다.

특정한 오브제가 유물화 되고 탈문맥화 되어 가는 시간의 흐름을 비누 오브제로 보여 왔던 신미경의 작업은, 폭발의 순간, 즉 시간을 정지 시켜 정교하게 기록한 도자기 오브제로 변모한 것이다.

신미경은 실제 오랜 시간 문맥의 변화와 마모를 거쳐 온 고대 대리석, 도자기 예술품을, 변화와 마모의 가능성이 내장된 ‘비누’조각들로, 그리고 다시 자연 속에서 변모된 임의적인 파편들을 ‘도자기’로 구워내면서, 이동과 번역, 자연물과 인공물 그리고 동양과 서양 사이에 존재하는 ‘공동체’의 경계들을 넘나들고 있다.


“내가 이방인이라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적은 아니란 말이오”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이 마을에서는 그 두 단어가 같은 뜻이랍니다.”

- 토니 모리슨의 소설 『파라다이스』 중에서


- 김주원(1967- )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 박사. 대구미술관, (재)유영국미술문화재단 학예실장,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수석큐레이터, 상명대 겸임교수 역임『. 한국현대예술사대계V』(시공사, 2005) 공동저술. 현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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