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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박수근미술상은 왜 만들었을까

윤범모



제1회 박수근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황재형 수상작가



5월 6일, 봄비가 얼었던 대지를 적셨다. 서울에서 내리는 비는 강원도 양구에서도 내렸다. 양구? 바로 ‘국민화가’ 박수근의 고향이다. 그날 박수근 무덤 앞에 꽃다발이 놓였다. 기일(忌日)을 기념하는 헌화였다. 이어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앞 야외무대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 주최 측을 놀라게 했다. 무대는 ‘제1회 박수근미술상 시상식’을 알리고 있었다. 박수근미술상? ‘드디어’ 박수근미술상!


사실 미술상은 너무 많다. 그렇고 그런 미술상들, 권위도 없고 성격도 없는 미술상들. 거기에 또 하나의 미술상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 작고 작가를 기리는 미술상의 경우로 이중섭미술상(조선일보사)과 이인성미술상(대구시)을 비롯하여 몇 개가 더 있다. 어떤 미술상은 원로작가에 대한 일종의 공로상 같은 것도 있고, 또 어떤 상은 젊은 작가에게 주는 작품상도 있다. 다만 이상한 것은 많고도 많은 상 가운데 학술, 비평, 전시기획, 예술행정 등 중간지대에서 활동하는 인재들에 대한 상이 희미하다는 점이다. 창작이 활성화되려면 비평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좋은 작가를 발굴하여 미술계를 풍요롭게 하려면 훌륭한 전시기획자를 양성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미술계의 무관심은 안타깝다. 그렇다면 박수근미술상은 어떤 상이어야 할까.


우선 박수근미술상 설립 과정을 살펴보자. 양구군과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은 ‘숙원사업’으로 박수근미술상 제정을 염원해 왔다. 이 뜻을 살려 지역의 강원일보사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어 동아일보사, 동대문미래창조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이 동참했다. 미술상 제정 의지는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회(위원장 윤범모)를 꾸려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미술상의 운영방식과 성격 등을 논의하게 했다. 무엇보다 상의 취지는 ‘박수근의 예술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면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를 지원한다’로 결정했다. 박수근이라면 누구인가. 어렵고 궁핍했던 시절, 그는 외롭고 소박하게 시대를 견뎌내면서 독자적 예술세계를 일군 거장이 아닌가. 미술상은 화려한 스타급 작가보다 외진 곳에서 묵묵히 창작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작가를 주목하게 했다. 박수근과 같은 작가, 그런 작가를 찾아 격려하는 미술상이기를 희망했다.


미술상운영위원회는 수상후보자 추천위원 20여 명의 명단을 작성했다. 작가, 미술관장, 큐레이터, 비평가 등 미술계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술인의 참여를 부탁했다. 이렇게 얻은 수상후보 작가 30여 명의 명단을 심사위원회에 올렸다. 80대 원로작가부터 40대 작가까지 다양한 후보 명단이었다. 심사위원단(윤명로, 박대성, 송미숙, 박성남, 서진석 등)은 고심 끝에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로 황재형 화가를 선정했다. 미술상 관계자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예감이 좋다는 뜻이다. 미술상의 차별화 작전에 나름대로 성공적 출범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황재형은 ‘광부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술대를 졸업하고 강원도 탄광촌에 들어가 수년간 광부생활을 했다. 이때 ‘막장 인생’의 경험은 평생 예술창작의 모태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쥘 흙과 뉠 땅’이라는 주제 아래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개최했다. 흙과 땅은 같은 말이면서도 달랐다. 부동산 투기의 땅과 농부의 밭갈이 흙은 의미가 다르다. 어떤 이들은 본인의 땅만 밟고도 한나절을 보낼 수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한 줌의 쥘 흙조차 없기도 하다. 땅의 진정한 의미를 화폭에 담기 시작한 황재형의 작품은 독자성을 확보하여 미술계의 혜성으로 떠올랐다. 폐광 이후에도 그는 탄광촌을 떠나지 않고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렸으며, 리얼리즘 정신은 우리 땅에 대한 예찬이기도 했다. 황재형의 ‘소외 지대’에 대한 애정은 어쩜 박수근의 경우와 그렇게 닮았을까. 시상식장에 참석한 많은 하객은 너무 놀랐다. 미술관에서 편집한 박수근과 황재형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화면 때문이었다. 비슷한 소재와 비슷한 질감의 표현방법은 시상식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황재형 화가의 수상을 축하면서, 박수근미술상의 장도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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