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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탄핵정국의 미술계, 이제 새롭게 가자

윤범모

홍성담, 세월오월, 원본


홍성담, 세월오월, 수정본

새해가 왔다. 늘 맞이하는 새해이지만 올해는 예전과 같지 않다. 새해 하면 으레 희망이란 단어가 뒤따라왔다. 지난해 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한 해, 이를 기원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에게 신년의 기쁨은 있는가. 왜 이렇게 우울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가. 지난해 연말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 집회, 시민혁명과 같게 탄핵정국을 이끌었다. 박근혜 정권의 탄핵은 새로운 역사를 쓰게 했다. 
지난해의 미술계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천경자, 이우환의 가짜 그림 사건. 하나는 작가 자신이 가짜라고 주장했고, 또 하나는 작가 자신이 진짜라고 주장했다. 결국, 유족은 작품의 진위문제를 법정에 세워 뉴스의 온상으로 삼았다. <미인도> 사태였다. 천경자와 이우환 사건 때문에 검찰은 분주했고, 거기다 가수 조영남의 대필 사건까지 합세하여 ‘사건 미술계’를 증폭시켰다. 역설적으로 미술품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한, 가짜 작품은 횡행한다. 그렇다고 미술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었다. 화랑가의 신음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돈 버는 화랑은 두어 군데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적자 구도에서 헤매고 있다. 그래서 전업 작가의 생계문제는 최악의 상태에서 맴돌고 있다. 팔리는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은 슬픈 일이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이루어진 문화예술계의 독버섯은 상상 밖의 일이었다. 이른바 비선 실세의 종횡무진 암약은 문화예술계를 멍들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장관이나 차관은 이른바 ‘문화 융성’을 앞세운 각종 이권 사업들을 청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마디로 ‘게이트’에서 자행된 ‘개인 사업’은 청소하고 그야말로 희망의 미래로 가야 한다. ‘게이트’에 의해 이루어진 국가 예산의 재정리 그리고 감투를 쓴 당사자들의 자발적 참회를 촉구해야 한다. 그나마 이 땅에서 숨이라도 쉬고 싶으면 진정성 있는 반성과 그에 따른 행동을 보여야 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무엇인가. 박근혜 정권은 문화예술인 대상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일이! 세밑에 문화예술단체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관련자들을 특검에 고발했다. 김기춘은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달콤한 이슬’의 출품작이었던 홍성담의 <세월오월> 전시 불가를 지시했단다. 아, <세월오월> 사건 뒤에 청와대의 칼날이 작용했다니! 게다가 근래 윤장현 광주시장은 ‘전시 불가’ 관련 문화부 김종 차관의 압력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불행한 나라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이런 문화예술 지원정책의 원칙은 공염불에 불과했던가. 그래서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단체들의 고발 내용이 주목을 끈다. “박근혜 정부는 안으로는 검열과 탄압을 일삼으며, 밖으로는 최순실 차은택과 같은 비선 실세가 국고를 남용하도록 공조하고 이를 문화융성으로 포장했다.” 
과연 청와대 위에 최순실과 차은택이 있었던가. 국민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들은 주로 문화예술계를 먹이의 대상으로 삼고 ‘놀았다’. 문화부 장관이나 차관 임명은 물론이고 산하 기구까지 갖고 놀았다. 누가 통치권을 쥐고 있는 대통령이었던가. 그래서 차은택 라인이었던 김종덕 문화부 장관 시절의 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촛불’ 와중에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은 취임 1주년 기자 회견을 열었다. 관장은 자신감 있게 이런저런 ‘변명’을 내놓았지만, 막상 언론은 성과가 없다고 평가했다. 마리 관장은 미술관 현실과 달리 오히려 오진(誤診)만 내놓았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하기야 한국미술의 현실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갑작스럽게 구체적 처방이나 열매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부터 잘못 낀 단추일 것이다. 복잡한 구조의 한국미술계 실체를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귀국할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구조에서 무슨 히딩크 역할을 기대하는가. 민족의 정체성과 직결된 미술관 문화는 축구장의 게임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은택 라인의 결과인 마리 관장의 귀추가 궁금할 따름이다. 
새해가 왔다. 그러나 새해는 아닌 것 같다. 불안과 희망은 동의어인가. 그래도 올해의 미술계는 뭔가 달라지는 모습으로 가득 차기를 소망하게 한다. 자, 새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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