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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한국작가로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윤범모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생폴드방스. 미술가들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언덕 위의 요새처럼 생긴 생폴은 관광지로 유명하다. 골목길은 화랑과 기념품 가게로 가득 해 이국적 정취로 발길을 멈추게 한다. 골목 끝의 조그만 공동묘지에서 뜻밖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마르크 샤갈, 바로 샤갈의 무덤이다. 골목 입구의 식당 ‘금 비둘기’에 가면 이 지역과 인연을 맺은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피카소, 호안 미로, 알렉산더 칼더 등 마치 작은 미술관 같다. 이런 생폴드방스에 또 다른 명소가 있다. 바로 마그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원래 화상으로 유명했던 마그는 이 지역에 미술관을 건립하여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마그재단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이배 개인전 전경


현재 마그에서는 한국 출신 이배 작가의 개인전(3.24-6.17)을 성대하게 개최하고 있다. 숯의 작가 이배. 어떻게 이런 경사를 만날 수 있었을까. 미술관 정원에 서 있는 숯 뭉치, 바로 이배의 설치작품이다. 실내로 들어가면 평면 작품 이외 크고 작은 설치작품으로 숯의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고 있다. 숯이라는 재료가 주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 우리네 어렸을 때 자주 접했던 불의 원천은 숯이었다. 시골에서는 숯가마도 직접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미술입문을 꿈꾸게 되면 제일 먼저 만나는 도구가 목탄이었다. 왜 그렇게 목탄 데생을 중시 여겼고, 그것도 그리스 로마의 석고상들을 집중적으로 묘사하게 했는지 알 수 없다. 이배는 생활 속의 재료인 숯을 자신의 미술도구로 삼아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재는 타버린 나무의 가루이고, 숯은 나무를 적당히 태운 것이다. 재와 숯 그리고 나무는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이배는 이런 점을 주목하여 자신의 예술세계를 특화시켰다. 흑백의 대비가 강렬한 작업이다. 마그 개인전은 이 점을 실감 나게 해준다. 한국 출신 작가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기. 이는 정말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가.

마그재단 부근에 한국 출신 김민정 작가의 작업장이 있다. 그는 풍광 좋은 저택에서 전통 한지로 작업하고 있다. 현재 런던의 영국박물관 한국실 입구에 서면 김민정의 산뜻한 수묵산수화와 만날 수 있다. 한지의 질감과 수묵의 무게에 현대적 감각을 넣은 작업이다. 전통 한지의 예술적 활용도는 세계 어떤 지류(紙類)보다도 우수할 것이다. 빳빳한 인화지 대신 사진작업도 가능하고, 그것도 구겨서 입체적 사진작업도 가능할 정도이다. 김민정은 작게 오린 한지의 테두리를 태워 그 검은 선을 이용한 종이 붙이기 작업을 즐겨 해왔다. 그런 작업으로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쉽게 말해, 국제 미술시장에서도 상업적으로 성공했다는 말이다. 한국 출신 작가들의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국제미술계에서의 활동은 그만큼 자국의 국력과 비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민정은 말한다.
“백남준, 이우환 이후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한국작가의 숫자는 많지 않다. 김수자, 서도호, 양혜규 등이 활동하고 있지만 더 많은 작가가 뒤를 이어주어야 한다. 오늘의 현실은 한국미술의 내일에 밝은 청사진만 펼칠 수 없게 한다.” 그렇다. 청사진은커녕 암담하기도 하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작가로 활동하기.

문화의 시대. 이제 예술은 국력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다면 국제무대에서의 미술 활동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의 ‘관리’도 중요하다. 정부는 여러 가지 형식으로 해외 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국제 미술교류 전담 기구 같은 것을 두어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관리를 검토해야 한다. 영국박물관 등 해외의 유명 미술관의 책방에 가 보라. 한국미술 관련 책이 몇 권이나 꽂혀 있는가.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여 부끄럽지 않은가. 영문판 개설서는커녕 작가별 화집도 없는 형편에 어떻게 국제무대의 스타를 꿈꿀 수 있겠는가. 한국작가의 해외 활동, 이제 본격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한류는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중문화가 아닌 미술의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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