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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자연미술’은 나의 신앙

윤진섭

자연미술 단체 ‘야투(野投)’가 창립된 해는 1981년이다. 그해 1월에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대성리 화랑포 강변에서 창립전을 연 ‘대성리’전과 함께 야외미술전시의 선구가 된 야투는 지금도 건재하다. ‘한국자연미술가협회 야투’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근 40년간 오직 ‘자연미술(Jayeonmisul: Nature Art)’이라는 한 우물만 파 왔다. 그 결과 현재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를 비롯하여 ‘야투 인터내셔널 프로젝트’, ‘글로벌 노마딕 아트 프로젝트’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대규모 야외설치미술, 퍼포먼스 행사를 치르고 있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행사장인 연미산자연공원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고승현 위원장


충청남도 공주를 기반으로 약 40여 년에 걸친 세월 동안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고 그럼으로써 종국에는 국제화에 크게 성공한 이 단체의 괄목할만한 활동은 이제 서서히 그 노력의 결실을 거두는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18년 일본의 세계적인 야외미술행사인 ‘에치고츠마리트리엔날레’에서 특별전 ‘야투 스펙트럼(YATOO Spectrum)’을 기획한 일이다. 이 기획전은 자연미술의 정착과 확산을 목표로 노력한 야투의 저간의 성과를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끝에 에치고츠마리트리엔날레 측이 인정한 사례로써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깊이 그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하다.

우리가 야투와 관련해서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은 지역 미술행사의 자생성이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야투’와 같은 자연미술단체의 경우, 일찍이 현재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생태의 문제를 선구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알다시피, 야투나 대성리 그룹이 활동을 시작한 80년대 초엽은 생수라는 말조차 들어보지 못하던 어둑한 시절이었다. 이른바 산 좋고 물 좋은 낭만적인 시절에 자연의 소중함을 예견하고 그 품에 몸을 맡긴 야투 작가들의 선구안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이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며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자, 세계정치권을 중심으로 인류가 비로소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2017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여 세계적 비난을 산 예에서 보듯이, 자연 환경의 보존은 이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첨예한 의제가 되고 있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열리는 연미산자연공원


사정이 그러한 가운데 이제 세계미술계의 시선은 야투의 활동에 쏠리고 있다. 그간 야투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하여 브라질, 독일, 리투아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도처에서 초청을 받은 것은 물론, 2014년부터 연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노마딕 프로젝트(총감독 이응우)의 전개 결과, 야투는 이제 명실공히 세계자연미술의 중심이 되고 있다. 야투가 지닌 글로벌 네트워킹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야투건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활동의 중심인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내년 예산이 깎여 행사 개최마저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 고작 5억 원 정도의 저예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총예산의 40%에 달하는 국비 지원이 끊김으로써 한창 행사준비에 열을 올려야 할 시점에 주최 측은 지금 몹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행사 결과가 늘 상위권을 확보해 왔기 때문이다.

관이 주도하는 국내의 대형 비엔날레들과 비교해 볼 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작가 주도의 ‘자생적인 비엔날레’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한 푼이라도 예산을 아끼기 위해 평소 작업모에 삽을 들고 행사장의 길을 닦는 고승현 위원장에게 있어 ‘자연미술’은 이제 40여 년간 몸을 바친 ‘신앙’이자 ‘종교’가 되었다. 정부나 시에서 예산을 주든 안 주든 갈 수밖에 없는 그 길을 결국 그는 고락을 같이해 온 동지들과 함께 고집스럽게 갈 것이다. 그는 40년의 경험을 통하여 그 노하우를 터득하였으며, 다양한 네트워크와 기술, 도구, 숙식 등 행사를 위한 자생적 기반을 이루었다. 여차하면 “도움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것이니, 생각하면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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