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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의 아티스트데자뷰(10) 윤중식 b. 1913

변순철

수상삼제(隨想三題)

『봄』

수없이 오고 가고한 봄이 인제 또 온다고 남들이 말하나 나는 봄에 대한 애착도 추억도 별로 없고 다만 겨울이 지나가니 봄이 다가오나 하는 정도이다. 내 호흡에 맞지 않아선지 봄이 오면 왜 그런지 피곤만 하다. 역시 봄의 혜택은 젊은 여인에게 있는 상 싶다. 봄의 여성은 전신에 매혹적인 풍부한 곡선과 가벼운 걸음으로 봄을 즐기며 고달픔과 우울을 모르는 야성이나 고민의 대상이기도 하다.





 
『날아드는 향유(香夢)』
‘라일락’ 향기(香氣)가 풍기는 봄이 올 때마다 마음의 행복(辛福)은 그 옛날과 다름없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건만 한편으로는 허전한 공허(空虛)와 애가(哀歌)에서 들리는 향수(鄕愁) 같은 무거운 우환(優患)에 싸이게 되며 간혹 간지러운 산들바람을 전신(全身)에 안고 명동(明洞)을 거닐 때면 한층(一層) 허망(虛慌)해 진다.

가벼운 걸음으로 지나치는 날씬한 여인들과 부딪칠 때마다 풍기는 강한 향수의 자극과 또 다른 냄새…… 봄은 꽃향기…… 멋진 걸음에서 날아드는 향몽에서 무르익고 그리고 향락하며 물밀 듯이 지나가는 청춘들, 그들은 비좁은 가두에서 꽃피는 상 싶다.

『진실(眞實)과 사랑과』
한여름 힘차게 위로 위로 솟아오르고 있던 창(窓)밖의 ‘수세미’가 이제는 쇠진해 누런 빛깔로 변해 가며 잎이 하나 둘 떨어진다. 소담한 수세미가 창살에 주렁주렁 매달려 무게 있게 움직이고 있으며…… 아직 한두 송이 노란 꽃이 맑은 태양 빛을 쪼이며 귀여운 모습을 간직하고 무엇을 고대하는 양 하늘을 바라본다. 가을은 찬란한 빛과 깊고 엄숙한 황혼(黃婚)의 계절, 유유히 흐르는 흰 구름은 자유(自由)롭기만 하다.

가을은 낭만(浪漫)과 애수(哀愁)와 기대(期待)의 계절(季節), 천공(天空)을 날아가는 이름 모를 새들은 끊임없이 생(生)과 자유(自由)의 갈망을 우리에게 계시하며 사라진다.

먼… 하늘과 깊은 숲과 찬란한 황혼(黃昏)이여…. 맑은 가을이여-길이길이 나에게 진실(眞實)과 사랑과 믿음을 주소서





 
본문은 1975년도 『화랑(畵廊)』 여름 호에 게재된 내용을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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