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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의 아티스트데자뷰(11) 장리석 b. 1916

변순철

1976년 6월 6일
작품 <그늘의 노인>은 1959년 제9회 가을 국전에 출품하여 그 해 대통령상으로 선정된 그림이다. 이 그림은 그늘의 벤치와 바닥을 클로즈업시키고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는 배경과 일분(一分)하는 화면 속에 인물을 설정하여 오수(午睡)에 빠진 노인의 무심한 표정과 한복 바지에 저고리 한 인간의 목소리를 기록한 그림이다. 어쨌든 나는 이 그림을 그릴 때 화려하면서 위선에 가득 찬 앞면이 아니라 언제나 어두우면서도 진실에 찬 뒷면, 서민 생활의 애환을 한 사람의 시대적 증인의 위치에서 작품을 다루었다. 1957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나는 내가 그려야 할 소재를 찾아 서울의 뒷골목이나 향시(鄕市) 근교에 가끔 나들이하며 그동안 보아온 서민적 인간상을 어떻게 화폭에 옮겨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소재의 새로움과 화가의 경직성에 깊이 침윤되어 있었던 만큼 서민적 인간상과 서민적 이미지의 두 속성인 음지(陰地)를 향해 어떻게 가지를 쳐 나갈 것인가에 대해 전전긍긍하던 중, 인간 내면 깊숙이 뿌리를 내린다는 것이 결국 이 그림 속에 깊숙이 뿌리 내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어두운 시대를 살아온 무기력한 노인의 표정에서 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화가의 연민을 통해 한 생을 살아온 인간의 내면을 뭉텅뭉텅하게 점철시키는 색조, 갈색과 녹색의 주조를 담아 화폭에 뿌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그림이 주효했던 것은 이 작품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 즉 가족이나 직장 따위를 완전히 무시해 버리는 초속주의적 태도 또는 그것들에 함몰해 버리는 속물주의적인 것이 아닌 그것들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시키고 성찰의 대상을 만드는 자기분석의 태도가 이 그림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쨌든 이 그림을 통해 내가 일관해온 것은 화가는 자기의 창작행위에 대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조한다는,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한다는 신념,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 다름없다. 나의 작품 <그늘의 노인>처럼.
 
 

1980년 4월 27일
실향민은 나 말고도 무수히 많다. 나의 고향은 평양이다. 고향을 떠난지도 어언 30년. 내 생의 반 남짓을 타향에서 살았다. 갈래야 돌아갈 수 없는 내 고향. 그래서 향수는 해묵은 포도주처럼 진해지고, 나는 유독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고향 땅의 추억에 취한다. 나의 많은 그림은
내 삶의 현장과 내 추억의 고향 정경이 겹쳐진 것이다. 그런 작품을 통해서 나는 내가 태어났던 원초의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 아주 먼 먼 생명의 고향으로까지…….
 
 
 
 
 
 
 
1981년 7월 26일
일반적으로 누드를 그리는 데에는 여성 몸매의 아름다운 곡선에 포커스를 맞춰 탐미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흔하다. 나의 경우 누드의 단순한 곡선의 아름다움보다는 탄력 있는 근육과 생동감 넘치는 야성적인 인상에서 더 강한 감동을 받는다. 단순한 구도상의 누드보다는 생동감 있는 삶의 현장에서 누드를 그리려는 것이 나의 작품세계라고 하겠다. 산골짜기 맑은 계류에서 막 빨래를 끝내고 지친 몸을 씻어내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새롭게 삶의 활력을 얻어내는 여성을 화폭에 담아 보았다. 나의 누드 소재는 생활 속에서 찾고 여과되는 신선한 분위기의 그것이라고 하겠다. 거칠어 보이는 터치도 나로서는 야성적이고 활력 있는, 그래서 화면의 부피와 색감의 팽창을 주려는데 뜻이 있다. 외관적인 미의 추구보다 여체가 갖는 본원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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