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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다다의 재조명

이현경

한국미학예술학회 여름 정기학술대회



한국미학예술학회 여름 정기학술대회


다다(Dada)는 역사적으로 1915년에서 1922년 사이, 즉 제1차 세계대전 중 중립국인 스위스 취리히로 피난 온 예술가들에 의해 생겨났으며, 이후 베를린, 파리 등의 도시로 전파되면서 근대기 일어났던 수많은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의 하나로 알려져 왔다. 때문에 흔히 미술사조의 하나로 암기의 대상이기만 했던 다다이즘이 100년을 뛰어넘어 2015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예술적 사고에 아직도 광범위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되어 왔다. 알다시피, 다다는 천만 명 가까이 학살당했던 1차대전 한 가운데서 태동했기 때문에 이러한 전쟁의 참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고, 다다이스트들은 이 대재앙이 그간에 유럽을 지배해온 이성 중심주의와 전통적인 가치관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들은 폭력의 광기를 휘몰고 온 기존의 사회구조와 예술을 모두 거부했으므로, 작품들은 하나같이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직관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무정부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런데 이러한 다다이스트들의 상처 입은 방황과 반항의 결과가 아이러니하게 이후 올 시대의 수많은 예술적 시도들의 선구적 발자취가 되었다. 지난 6월 13일(토),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미학예술학회 여름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이런 잠들어 있던 다다의 예술적 상상력을 살펴보기 위해 심포지엄 <다다의 재조명>을 기획하였다. 이날 발표들은 오히려 다다를 통해 현재의 예술적 성향을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였다.


이기모(덕성여대)씨는 ‘마르셀 뒤샹: 예술과 논리의 화합’에서 뒤샹의 <대형유리>(부제: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 1915-23) 등의 난해한 코드와도 같은 작품들을 읽는 단서로 뒤샹의 또 다른 작품인 <그린 박스>를 제시하여 뒤샹식의 논리를 추적하고자 하였다. 자신의 작품과 관계된 암호와 같은 글을 카드에 적고 일련의 번호를 붙여 초록색 박스에 넣은 뒤샹의 <그린 박스>는 이 또한 작품이지만 반전이 있는 성적 암시가 숨겨져 있거나 뒤샹식 우연 작용의 논리를 선보이고 있어 뒤샹작품의 해독에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다.


장원(동아대)씨는 ‘뒤샹의 반전통적 다다예술에 있어서 아나키즘의 문제’에서 뒤샹의 <샘>(1917)과 같은 대표작들을 분석하면서 통제 시스템에 대한 저항, 가명을 통한 저자로서의 위상의 해체, 성적 양가성, 모국어 고유성 부정 등 뒤샹의 의도를 읽었다. 이를 통해 작품 뿐 아니라 관객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무정부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뒤샹의 유동적인 열린 태도가 동시대 미술과 맞닿아 있음을 짚어보고자 하였다.


김성은(리움미술관)씨는 ‘경계와 관계의 엔트로피: 소피 토이버 아르프와 안나 회흐의 다다’에서 20세기 초 다다의 중심에서 활동했던 두 여성 작가 소피 토이버 아르프와 안나 회흐의 작업에 주목하였다. 발표자는 이들의 퍼포먼스와 포토몽타주 위주의 작업에서 신체의 촉각성이 공통적으로 보이며 이들이 신체라는 소통의 매체를 가지고 무질서와 잡음을 연출한다고 하였다.


안혜성(프랑스사회과학고등연구원)씨는 ‘다다이즘의 표현 매체로서의 사진에 대한 접근: 포토그램을 중심으로’에서 빛과 명암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포토그램을 실험한 두 작가 만 레이와 라즐로 모홀리 나기를 비교하고, 이들의 작업 방식과 의도의 차이점을 설명하였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만 레이가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우연성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모홀리 나기는 철저히 계산되고 연출된 빛의 효과를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이다.


지승학(고려대)씨는 ‘다다이즘과 1920-30년대 영화의 신체성 연구’에서 다다이스트들이 신체를 통해 나와 다른 것을 억압하는속성을 비판했다면, 중국 프로파간다식 영화에서는 같은 신체를 두고 규율과 훈육이라는 철저한 억압의 속성을 보이려 했다는 차이를 설명하였다.


이상으로 다다 심포지엄의 주제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오전에도 의미있는 자유발표가 있었다. 먼저 최근의 가장 핫한 논자 중 하나인 랑시에르의 논점을 알게 한 김기수(영남대)씨의 ‘랑시에르의 ‘비판적 예술’에 관하여: 예술적 전략의 문제를 중심으로’가 있었고, 다음으로 장승 얼굴의 모순된 생김새를 신토불이의 관점이 아닌 구체적 미학의 대상으로 보고자 이현경(서울시립대)의 ‘장승의 얼굴에 보이는 그로테스크 이미지 연구’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주영(서원대)씨는 ‘한국 극사실 회화에 나타난 시각기호와 미의식’에서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그동안 그냥 이해해왔던 극사실주의 그림을 기호 체계로 놓고 그 심층을 살피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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