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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정월 대보름날 광통교에서 답교놀이하며 새해 소원을 빌다

최열

순라꾼도 밤경계를 풀어 노는 아이들 서로 부르고                            金吾弛夜戒 遊子各相招
둥근 달 새해를 쫓아오니 맑은 빛 이밤이 제일이네                           圓月從新歲 淸光最此宵
노래 소리 시내에 울려 퍼지고 수레와 말이 길과 다리를 둘렀으니     笙歌喧市陌 車馬擁街橋
아름다운 계절 만난 것 비로소 깨달아 우리도 즐거운 마음 가득하네  始覺逢佳節 吾曹樂意饒

- 김태한(金泰漢), <가교보월(街橋步月)>,『 옥계사수계첩(玉溪社修禊帖)』, 옥계시사, 1786

임득명, 가교보월(街橋步月), 1786, 종이,24.2×18.9cm,
『 옥계사수계첩(玉溪社修禊帖)』 4폭 중, 삼성출판박물관 소장

옥계시사 동인인 화가 송월헌(松月軒) 임득명(林得明, 1767-1822)이 그린 <가교보월(街橋步月)>은 삼성출판박물관 소장품으로 임득명이 1786년에 그린『 옥계사수계첩(玉溪社修禊帖)』에 포함된 <등고상화(登高賞華)>, <산사유약(山寺幽約)>, <설리대적(雪裏對炙)>과 더불어 모두 네 폭 가운데 하나다. 

이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 본 정옥자는『 조선후기 중인문화연구』에서 그 밖에도 여덟 점이 더 있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그리고 정옥자는 영국 브리티시도서관 소장품으로 1791년에 다시 제작한 『옥계사시첩(玉溪社詩帖)』도 소개하고 있는데 역시 임득명이 그린 열 한점의 그림이 있음을 밝혔다. 

가장 흥미로운 작품으로는 <가교보월>이다. 정월 대보름날 청계천 광통교(廣通橋)를 밟고서 둥근 달을 보고 새해 소원을 비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날 다리밟기를 위해 나라에서는 통행금지 시간을 늦췄다. 『영조실록』 1770년 1월 14일 자를 보면 영조는 “백성들과 봄날의 뜻을 함께 보기 위하여[示與民同春之意]” 야간에 통행을 허가하라고 의금부에 하교했다.

지금의 광통교는 2005년 청계천 공사를 할 때 설치한 것이다. 그러니까 본시 광통교는 지금의 광통교에서 하류로 150m를 내려가 신한은행 앞 청계천을 건너는 다리였던 것이다. 엉뚱한 곳에 광통교란 이름을 붙여둔 것이다. 

비록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광통교에 사용한 바위들이 신덕왕후(神德王后) 강씨(康氏, 1356-96)가 묻혀있던 정릉(貞陵)의 돌을 가져다 쓴 것 그대로이므로 복원했다고들 믿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제자리를 떠나버림으로써 장소성을 박탈당했는데 웬 복원이란 말인가.

유본예(柳本藝, 1778-1842)가 지은『 한경지략(漢京識略)』을 보면 다리밟기 풍속은 ‘대보름날 다리를 밟고 달구경을 하면 다리 병을 없게 한다’고 설명하고는 이런 풍속은 본시 중국 북경의 풍속으로 조선에서는 중종(中宗) 때 시작한 것이라 하였다.

어숙권(魚叔權, 15-16세기)이 지은 『패관잡기(稗官雜記)』에 ‘정월대보름 저녁에 열두 다리를 지나 다니면 그 해 열 두 달 재수를 좋게 한다’는 기록도 있는데 요즘엔 이런 풍속이 사라졌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대보름 다리밟기니 탑돌이 풍습이 남아 있었다.

광통교는 청계천에서 가장 큰 다리로 이곳 일대는 음식 가게만이 아니라 서점과 화랑이 자리한 문화거리의 상징물이었다. 한산거사(漢山居士 19세기 전반)는 1844년에 지은 <한양가(漢陽歌)>에서 노래하기를 “광통교 아래 가게 각색 그림이 걸렸구나. 보기 좋은 병풍차(屛風次)에 <백자도(百子圖)>, <요지연(瑤池宴)>과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며 강남 금릉(金陵) <경직도(耕織圖)>며 한가한 <소상팔경(瀟湘八景)> 산수도 기이하다. 

다락 벽(壁) <닭, 개, 사자, 호랑이>, 장지문[障子門] <어약용문(魚躍龍門)>, <해학번도(海鶴蟠桃)>, <십장생(十長生)>과 벽장문차(壁欌門次) <매죽난국(梅竹蘭菊)> 횡축(橫軸)을 볼작시면 <구운몽(九雲夢)> 성진(性眞)이가 팔선녀(八仙女)를 희롱하여 투화성주(投花成珠) 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지금은 이곳 광통교 일대는 오로지 먹고 마시는 음식거리만 남았는데 그나마 옛 광통교 바로 곁에 영풍문고라는 서점 하나 있어 광통교가 수도 한양의 문화거리를 상징하는 장소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다. 지난 광주비엔날레 때 철거당한 홍성담의 <세월오월>이 생각난다. 닭의 상징은 재앙을 막고 행복을 부르는 벽사초복(辟邪招福)이다. 그래서일까. 새해 첫날 벽에다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여 재난을 막고 행운을 부르는 풍습이 전해 오고 또 대보름날 새벽 닭 울음소리가 열 번이 넘으면 풍년이 든다 했다. 

지금이야 닭을 기르는 도시는 없으니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오늘날 수도 서울의 벽사초복 풍습은 촛불 밝히기가 아닌가 싶다. 나라에 재앙이 들 때면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원숭이해인 2016년을 보내려 할 적에 터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에도 이백만 개의 촛불이 이곳 청계천과 종로, 시청과 광화문을 밝혔었다. 대보름달보다 더욱 밝게 말이다. 

2017년 새해에 간절히 소망한다. 옥계시사 시인 수헌(睡軒) 김태한(金泰漢)이 임득명의 <가교보월>에 붙인 노래처럼 세상 사람 모두에게 축복이 모두에게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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