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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구본웅의 <여인>(1930년대)

이석우

역사를 일깨우는 그림(22) 구본웅의 <여인>(1930년대)

구본웅의 <여인>, 이상의 연인‘금홍’일 가능성 높아


한국근대미술걸작들 중에 가장 강렬한 그림 하나를 들라면 나는 구본웅(1906-1953)이 그의 친구 이상을 그린 <친구의 초상>을 드는데 별로 주저하지 않을 터이다. 이 그림을 보노라면 구본웅의 다른 작품 <여인>을 떠올리게 되곤 한다. 이는 호암미술관 소장으로 197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하여 열렸던‘한국근대미술 60년’에 출품되었고, 이구열님이<계간 미술>(1980 봄, No.13)에“잊혀진 근대미술의 발굴”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정리 소개하기도 했다. 두 그림 <친구의 초상> 속의 이상과 호암 소장의 <여인>사이에는 운명적인 어떤 관계가 있을 것 이라는 직감 같은 것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이런 추정이 맞아 떨어진다면 그 여인은 이상이 청진동 부근에 열었던 다방「제비」의 마담 이었던‘금홍’일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우선‘금홍’과 이상이 만난 사연과 그 뒤의 진행들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이상은 폐결핵을 얻어 총독부 건축과 기사직을 버리고 요양차 백천 온천으로 간 것이 1932년, 거기서 이 여인‘금홍’을 만났다. 온천에서 돌아 온 이상은「제비」다방을 열고 그 다방에 딸린 뒷방에서 그들의 애정 보금자리를 열었다.



세 사람의 관계는 어떠했을까. 이상과 구본웅은 어린 시절 경복궁 서쪽편의 인왕산 아래 이웃마을에 살았고 신명학교 동기 동창이다. 일설에 따르면‘금홍’을 이상에게 소개한 당사자가 구본웅이라는 얘기도 있다. 기실 이상의 소설 <봉별기>에 보면‘금홍’이를 놓고 서로 누가 차지해도 좋다는 내기를 한 기록도 나온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구본웅과 금홍과의 사이도 허물없이 가까웠을 터이고 그들 간의 사이가 아주 원만했을 때 구본웅이 이 <여인>상을 그렸을 것 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제비」다방이 1932년 7월 열었고, 문을 연지 2년여 만인 1935년 여름에 문을 닫았다. 추정컨대 만일 이 여인이‘금홍’이가 분명 하다면 그들의 관계가 좋았던 시절 적어도 1935년 이전에 그렸을 것으로 추정해본다. 현재 작품 제작연대는 1930년대로 소개되고 있는데 그 년대를 1932~35년 사이로 좁혀 잡는 것 이 어떨지 제안해 보는 이유이다.


< <친구의 초상>과 이를 나란히 놓고 볼 때 아주 동질의 감정과 붓질, 색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옆으로 비뚤어지게 그린 콧대의 파격은 이상의 상아파이프를 연상시킨다. 또 하나 구보 박태원이 쓰고 그림을 그린「제비」라는 콩트가 조선일보 1939년 2월 22일자에 실렸는데 그 글의 삽화에 등장하는 매담 얼굴, 퍼머한 짧은 머리, 눈 꼬리 의 모습이 아주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구보의 단편소설‘애욕’은 이상과 금홍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내용 인데 늘 구보는 이상에게 금홍의 부정한 행동거지들을 지적하면서 그녀를 포기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천재적 지성을 가진 이상과 온천거리의 작부 출신인 그녀와의 관계가 늘 삐걱 거렸을 거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기실 금홍은 이상에게 끊임없는 사랑의 상처를 주며 다른 남성들과의 유희를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시인 이상에게 그녀와의 헤어짐은 견딜 수 없는 설움이자 상처였다.

필자가 그림 속 여인이 금홍일것이라고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하는 데는 눈에 보일 듯 잡히는 가시적인 이유가 있다. 앞서의 소설이나 시에서 말하고 있는 금홍의 외양과 성격이 이 여인 그림이 주는 이미지와 아주 유사하다는 점이다. 갸름한 얼굴에 하얗게 솟은 콧날과 육감적인 붉은 입술, 짙은 눈썹과 큰 눈망울이 야성을 느끼게도 하지만 상당히 에로틱하다. 짧은 파머머리를 질끈 뒤로 묶었는데, 이상의 시에서처럼 동백 기름 냄새가 날 것 같다. 목은 갸름하고 하얗고, 모던한 개량한복이 가녀린 가슴을 감싸고 있어서 애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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