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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세기의 신화, 나르시스(Narcissus)의 부활, 자화상!

김상채

20세기의 신화, 나르시스(Narcissus)의 부활, 자화상!

2004. 3. 31 - 7. 25 파리 뤽상부르그 미술관

그 동안 미술사에 업적을 남긴 거장들의 회고전이나 왕성하게 활동하는 생존 작가들의 개인전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파리 미술계에 오랜만에 흥미로운 주제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사학자로 30여년 동안 자화상 연구에 몰두했던 파스칼 보나푸(Pascal Bonafoux)가 기획한 '나! 20세기의 자화상' 전이 파리의 뤽상부르그 미술관에서 3월 31일부터 7월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몇 년전 메디치 궁정의 연구원으로 있을 때 우피치 미술관의 자화상 도록 작업에 참여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1043점이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화상을 소장한 우피치 미술관은 17세기에 추기경, 레오폴드 데 메디치(Leopold de Medicis)가 수집하기 시작한 80여 점을 코시모 3세에게 기증하면서부터 자화상을 소장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소장품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자화상만을 위한 갤러리가 상설되었다.

자화상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예술가가 자신의 모습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자화상 또는 자각상(自刻像))을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구체적인 문헌자료나 서명 작품이 남아 있지 않아서 작가의 존재를 알 길이 없다. 대체로 자화상이 작품으로 출현한 시기는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세 때 성경의 필사본이나 세밀화에 필사자의 모습을 그려 신에게 봉헌하는 작업에 자신이 참여하였음을 기록했던 작품들이 남아 있어 문헌상 최초로 자화상이 그려졌던 시기는 12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자화상 제작이 활발해 진 것은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서 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파스칼 보나푸는 약 8천여 점의 20세기 자화상들을 직접 검토하면서 작품을 선정해서 이번 파리전시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전시는 1900년 드가의 자화상부터 시작하여 2000년 얀 페이 밍(중국)의 자화상에 이르기까지 20세기 100년의 미술사와 고난과 굴곡으로 점철되었던 20세기 역사를 자화상을 통해서 읽어 낼 수 있는 밀도 있는 주제 전시회로 평가받고 있다. 약 15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을 소 주제로 나누어 여섯 개의 섹션으로 구분해서 기획자가 의도한 주제가 확연히 드러나도록 구성하였다.





공통점과 차이점, 얼굴과 표정, 역사와 변신, 아틀리에와 시선, 거울과 사진, 육신과 덧없음 등의 6개의 소 주제로 섹션을 구분해서 전시를 하고 있다. 공통점과 차이점에서는 전통적 방식의 사실주의 자화상과 작가의 모습은 없고 기호화 시키거나 서명만 남긴 작품 <사인 자화상>(뒤샹), 문자화된 자화상 <나를 보세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벤) 등을 통해서 작가와 작품사이의 관계, 그리고 전통방식의 자화상과 현대 자화상의 개념을 대비시키면서 자화상에 대한 관념을 일거에 부수어 버린다. 익살과 웃음의 다양한 감정표현을 닮아내고 있는 얼굴과 표정, 1917년 미군 징병 포스터와 나치의 유태인 만행, 등의 역사와 형태와 이미지의 변신을 다룬 역사와 변신, 자화상속의 작가와 관객이 마주 바라보는 아틀리에와 시선은 누가 누구를 보는가? 라는 질문으로 정작 우리가 작가의 자화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혹시 작가 자신들이 사는 시간 속에서 21세기 우리들의 자화상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거울과 사진, 자신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거울과 사진은 항상 또 다른 이미지이다. 우리는 거울이나 사진이라는 매개물을 통하지 않고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 자신에 대비되는 허상, 그것이 작가인지 작품인지 그리고 자신을 보여준다는 것, 그것은 과연 창조의 작업일까? 라는 의문을 던져 준다.

드가 부터 시작해서 마티스, 피카소, 키리코, 마그리트, 막스 에른스트, 만레이, 미로, 헨리 무어, 세자르, 워홀, 베이컨, 신디 셔먼, 바스키아 등 20세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예술가들을 총 망라하고 있어서 자화상을 통해서 20세기 미술사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전시인 것 같다. 나르시스의 자기애로부터 발원한 예술가들의 자화상! 이것은 자신을 시간 속에 박제시켜 영원히 현존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마지막 선택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전시는 기존의 대가들이나 명작들의 전시에 비해 지명도는 다소 떨어질지라도 20세기 작가들이 자화상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의 다양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수없이 몰려드는 관객들과 미술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사람들 마져도 일단 전시장에 들어 서면 20세기 예술가들과 눈맞추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게 만드는 즐거운 전시이기도 하다. 사족으로 이 전시회에 세 명의 중국 386세대 작가가 들어 있는 것이 이채롭다. 바로 작금의 중국 현대 미술의 위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 작가들 또한 좀 더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신문에서 보았던 '날으는 중국, 뛰는 일본, 걷는 한국,' 예술계까지 이런 상황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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