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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중국회화의 힘, 산수화의 정신

김상채

신성(神聖)의 산들-중국 박물관 소장품전 2004. 4. 1 - 6. 28 파리 그랑빨레
작년 가을 뽕피두 센터에서 '중국현대미술전'을 시작으로 진행되었던 중국의문화 행사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려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03년 9월부터 2004년 6월까지를 중국 문화의 해로 지정해서 그 동안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 중국관련 문화예술 축제의 장을 마련했었다. 파리시가 주관하고 차이나타운 중국인들이 참여한 2004년 음력 1월 1일 샹젤리제 거리에서의 대규모 중국 설 축제, 그리고 지난 4월 중국 국가 주석 후진타오의 프랑스 방문에 맞추어 파리의 이미지인 에펠탑을 중국의 상징인 붉은색의 조명으로 바꾼 이벤트는 사뭇 파리지앵들에게는 커다란 볼거리를 제공하는 기회가 되었다. 왜 이들이 이처럼 중국에 안달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면서도 문화대국으로서의 면모와 동양문화의 원천으로서 중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상호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프랑스와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들이 숨어 있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90년대 개방정책을 통해서 중국은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하였고, 앞으로 21세기를 주도해 나갈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계발 단계에 있는 중국을 프랑스는 자국의 기술과 상품을 수출 할 수 있는 커다란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광활한 땅에 연결될 테제베를 염두해 두고, 중국 곳곳에 세워질 원자력 발전소의 사업권을 따기 위해서 프랑스는 끊임없이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문화선진국으로서 그들이 보다 섬세하게 중국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 '중국 문화의 해' 지정이였다. 이 행사의 마지막 피날레가 바로 이번 파리의 그랑빨레에서 열린 '신들의 산들-중국 박물관 소장품-전' 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렸던 이 전시회는 여느 전시회와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개관식에 중국 주석이 참여하여 국가적 차원의 홍보를 극대화 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유발시키는 소득을 가져왔다. 덕분에 하루 평균 3-4천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갔다고 하니 이 전시 하나만으로도 30만명이 넘는 파리시민들이 중국예술을 만날 수 있었고,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냈다. 일반인들에게는 중국회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전시회이기도 했지만 특히 중국 회화사 연구자들에게는 중국의 국보급 명화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전시였다.

주제는 중국 산수화에 대한 것이지만, 중국회화의 발달사를 보여주기 위해서 청동기시대의 청동기 문양에 그려진 회화적 표현과 한나라의 화상석에 나타난 부조, 그리고 산수의 개념인, 산과, 물이 표현된 여타의 토기와 향로 등이 출품되었다. 더불어 중국 불교의 전래로 시작된 초기 불교화와 돌에 새겨진 부조 등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동양인에게 산과 물의 의미와 예술 표현방식에 나타난 산수의 개념에 대한 설명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시의 전체 흐름은 중국 산수화로서 8세기부터 19세기 회화를 위주로 전시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원나라(1260-1368), 명나라(1368-1644), 청나라( 1644-1912)의 회화사에 업적을 남긴 대가들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북송의 대표적인 문인화가인 미우인(米友仁:1086-1165)의 산수도와 먹을 금처럼 아껴 썼다고 하는 원나라 대가의 한 사람인 예찬(倪瓚:1301-1373)의 대표적 작품인 '6군자도(六君子圖)'는 간결하고 단순한 2단 구성으로 고결한 선비의 정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예찬과 더불어 원나라 산수화 대가의 한사람인 왕몽(王蒙:1308-1385)의 태백산도는 2미터가 넘는 그림으로 광활한 중국의 산천을 파노라마 식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원나라의 문인화에 이은 명나라의 문인화가들인 오파(吳派)의 심주(沈周:1427-1509)와 문징명(文徵明:1470-1559), 그리고 명나라의 대표적 화파였던 절파(折派: 절강성 출신의 대진을 시조로 주로 직업화가를 일컫는 화파)의 거친 필묵과 자유분방한 산수화 등은 중국 회화 발달사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청나라 대표적 문인화가군이였던 왕시민(王時敏:1592-1680)과 왕감(王鑑:1598-1677), 그리고 오력(吳歷 )등의 작품 등은 원나라 이래 이어져 온 문인화의 전통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잘못하면 지루해 질 수도 있는 전시를 중간에 비디오로 중국의 거대한 산야를 보여줌으로서 중국 산수화에 나타난 실제 산들의 위용을 실감하게 했다. 또한 서양인의 시선으로 본 중국산천의 모습을 막크 리부(Marc Riboud)의 사진을 통해서 그 신비스러움을 한층 고조 시켜 주고 있다.




수많은 관객들이 서양화와는 완벽하게 다른 동양의 산수화에 대한 경이와 신비로움, 그리고 호기심으로 전시장은 사뭇 진지하고 학구적 분위기로 가득하다. 꼼꼼하게 그림 세부를 살피는 어느 젊은 친구, 은일자적하게 앉아있는 선비의 모습과 뒤로 보이는 거봉들을 감상하면서 토론하는 노부부의 모습, 그리고 필자가 그날따라 유일한 동양인 감상자여서 중국인으로 착각하고 본인에게 물어 오는 여러가지 질문들 때문에 진땀나게 힘들었지만 꿈틀거리는 중국의 힘에 정신 바짝들기도 했다.

90년대 중반쯤 '한국미술 5천년전'이 세계 각국으로 해외전시를 떠난 적이 있었다. 그때 유독 프랑스에서만 전시가 진행되지 못하고 말았는데, 이 전시를 보면서 못내 아쉬운 생각이 든다. 다양한 화제(畵題)에 뛰어났던 김홍도나 금수강산의 아름다운 산천을 잘 표현했던 정선의 예술세계를 이들에게도 보여줄 날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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