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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파리산책을 마치면서...

김상채

지난 2년여 동안 '파리산책'을 연재하면서 발품 팔아 경험한 생생한 현장공부를 하였는데 이제 그 막을 내리게 되어서 섭섭함을 금할 길이 없다.
비록 매회 연재마다 욕심만 앞선 졸고에 그치고 말았지만 그 긴 시간을 통해서 프랑스 미술계의 한 흐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미술을 시도 때도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 일상처럼 안고 살았던 행운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대중성과 전문성을 적절히 조화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몇몇의 원고는 누락을 시키기도 했고, 시간에 쫓겨 세계적 전시회를 놓치고 다른 전시로 대처하다 보니 간혹은 맥 빠진 산책이 되기도 했지만 파리는 여전히 세계의 수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찾아 드는 예술가의 성지로서 살아 숨쉬고 있다. 파리는 변함없이 21세기에도 문화 예술의 보고이며 예술인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덕택에 예술가들에게 신명 나는 작업을 하게 만드는 곳이다. 한편으로 한국 땅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곤욕스러운 것인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프랑스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이면서 한편에서는 낭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들을 위한 심각한(?) 충언(忠言).

감히 이런 이야기를 꺼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작가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과 기획자로서 한국 작가에 대한 보호본능(?)때문에 한번쯤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이다. 프랑스에서 그 동안 많은 한국 작가들의 파리전시를 눈여겨 보아왔다. 그 중에는 한국에서 제법 지명도 있는 원로 및 중견 작가들로부터 시작해서 젊은 청년작가, 그리고 기타 무명 작가들의 전시들을 보면서 몇 가지 안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해외전시 그 중에서 특히 파리전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는 듯하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지 파리에서 전시 한번 해보겠다는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경우 결국 이력서에 한 줄 올리기 위한 전시인데 과연 이런 해외전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의 중개자와 작가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 진행된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언젠가 그런 중개역할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자기는 작품을 볼 줄 모르지만 전시회 해달라는 한국작가는 줄을 섰다. 그리고 이런 일을 누군가가 해야 하지 않느냐'. 과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전시를 의뢰 할 것인가?
앞으로 해외전시를 시도한다면 최소한 1-2년의 기간 동안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며 반드시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기획자의 기획의도와 비평문이 들어갔으면 한다. 왜냐면 최소한 브로커들에게 의뢰하는 전시와는 차별화 되어야 하고 전문적인 기획으로, 해외전시를 일회용 전시가 아닌, 세계로 향하는 한국 예술의 힘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우리 작가들의 작품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은 만큼 뛰어나다. 모든 작가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제 더 이상 해외전시에 대한 환상을 버렸으면 좋겠다. 결코 뒤지지 않는 훌륭한 한국 작가들은 이제 너무도 많다. 해외전시는 환상이 아니라 실력이고 기획력이다. 전문성이 없는 중개인에게 여전히 자신의 해외전시를 맡길 것인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아직도 주변에는 작가 여러분들을 노리는 이런 사람과 단체들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이 글을 파리에서도 볼 수 있다면 그 동안 순박한 한국 작가들에게 죄지은 자들은 반성하기 바란다)
연재를 마치는 마지막 글을 너무 무겁게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작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털어 놓은 솔직한 심정이다. 앞으로 '파리 산책'이라는 꼭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작가들에게 충언을 드리는 것이다. 더불어 혹시라도 파리에서 전시를 하고자 한다면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조언을 해드리고자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

그 동안 파리에 거주하며 산책하면서 파리의 작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해 90세의 연세에도 여전히 청년 같은 열정을 잃지 않으신 한묵 선생님의 이야기로 듣는 한국 현대미술사, 고암의 예술현장을 손수 보여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박인경 여사님, 늘 소녀 같은 모습으로 강건치 못한 몸을 이끌고 여전히 왕성한 작업을 하시는 방혜자 선생님, 모든 예술가들 뿐만이 아니라 재불 한인들에게도 늘 존경의 대상이신 권순철 선생님, 정재규, 곽수영 선생님을 비롯한 프랑스에서 작업하는 소나무회 회원 여러분들, 동갑내기로 많은 이야기를 나눈 브라질에서 온 레나토, 한국에서 온 입양인이기에 더욱 더 한국의 정서를 찾아가고자 했던 도예가 플로랑스, 루마니아에서 온 로젠스키, 르 아브르 대학의 비디오 아티스트 스테판 교수, 중국 청화대 교수인 화가 젱다이, 프랑스의 많은 예술지원 프로그램을 알려준 이자벨, 그리고 이름을 다 거명하지 못했지만 물질적 곤궁함을 정신적 풍요로움으로 견디어 내는 각국의 젊은 작가들과 한국의 아름다운 작가들, 이들이 필자에게 베풀어준 넘치는 애정들을 잊을 수가 없다. 때문에 난 이 아름다운 작가들을 위한 일을 시작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 동안 프랑스 현장에서 보고 배운 기획력과 경험들을 토대로 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늘 작가들에게 헌정하는 진정성이 담긴 그런 일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졸고를 물경 2003년 2월부터 18회씩이나 허락한 서울 아트 가이드와 '파리 산책'에 관심을 가져주신 작가를 비롯한 미술애호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다시 파리에서 산책할 날을 꿈꾸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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