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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뉴욕 아방가르드 미술의 상징인 ‘이스트 빌리지’

이규현

이규현의 美국&美술(15)

도시에서 예술가들은 집세가 싼 곳을 찾아 모인다. 그러면 그 동네가 예술촌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곧 이어 부자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이 된다. 서서히 집세가 올라가면서 고급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동네 분위기는 ‘자유분방한 예술거리’에서 점점 ‘고급 주택가’로 바뀌기 시작한다. 어느 도시에서나 흔히 있는 일이지만 뉴욕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맨하튼 동남쪽에 있는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가 대표적으로 이런 지역이다. 지난 50여 년간 뉴욕을 가장 자유로운 예술의 도시답게 만든 곳은 이스트 빌리지였다. 높은 빌딩이 빽빽한 맨하튼 다른 지역과 달리 아기자기 향취가 있는 곳이었는데, 맨하튼이 전체적으로 포화상태가 되면서 이스트 빌리지도 개발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 뉴욕에서 이스트 빌리지의 과거를 되살리려는 행사들이 많이 생긴다. 도시가 만들어내는 ‘날 것 그대로의 문화’의 가치 때문이다.

‘이스트 빌리지’는 맨하튼 동남쪽 지역의 일부를 일컫는 말이다. 북쪽인 업타운이나 시내인 미드타운에 비해 집세가 싸고 외진 지역이라서 과거에는 슬럼가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젊은 사람들, 예술가들, 다양한 이민족들이 모이면서 예술의 중심거리로 바뀌었다. 예술은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곳에서 자란다. 이스트 빌리지는 전통적으로 중국, 동유럽 등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 잡았던 이민족 동네였다. 지금도 차이나타운, 동유럽 식당, 이민족 교회들이 이스트 빌리지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



거리문화 되살리려는 노력 활발
무엇보다도 이스트 빌리지를 예술촌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들은 1980년대 뉴욕의 젊은 미술작가들이었다. 지금은 세계적 미술가가 된 장-미셀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이 기성 미술에 반기를 들며 당시로서는 전위적인 미술을 해 반란을 일으킨 지역이 바로 이스트 빌리지다. 문학가와 음악가들도 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작품을 발표했지만, 시각예술의 특성상, 당시 일어나는 새로운 예술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미술이었다. 더러운 거리의 빈 벽이나 지하철역 플랫폼에 자유분방한 그림을 그렸다. 또, 업타운이나 미드타운의 말끔한 갤러리에서는 전시할 수 없었던 도발적인 내용의 그림을 이스트 빌리지의 새로운 갤러리나 술집, 아니면 그냥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날 것 그대로 전시했다. 기성미술에 도전장을 던진 이 운동은 채 10년을 이어가지 못하고 상업화되어 색이 바랬다. 그래도 아주 잊혀진 것은 아니다. 이스트 빌리지는 여전히 대표적인 예술가 동네이고, 이 동네의 과거를 기억하려는 움직임도 최근에 활발하다.

지난 달인 5월에는 이스트 빌리지와 그 주변 지역에서 ‘새 도시를 위한 아이디어 축제(Festival of Ideas for a New City)’라는 문화행사를 했다. 이 지역 갤러리·미술관·학교 등이 합심해 5일 동안 컨퍼런스·전시·거리축제 등을 한 이 행사에 기금이 시 예산 등 100만 달러(약 11억 원)나 걷혔다. 이 축제 덕분에 요즘도 이스트 빌리지의 대표적 거리인 ‘보웨리(Bowery)’거리에 가면 그날 영업이 끝난 가게의 셔터 문에 그려진 벽화를 볼 수 있다. 이 축제의 일환으로 뉴 뮤지엄에서 젊은 작가 17명을 초청해 가게 5곳 셔터에 벽화를 그린 ‘애프터 아워(After Hours)’라는 전시다. 이 달 말까지 두 달 동안 보여지고 있다. 이스트 빌리지의 랜드마크이면서 뉴욕의 대표적 현대미술관인 뉴 뮤지엄측은 이 벽화 전시를 기획하면서, “이스트 빌리지의 문화를 살리는 촉발제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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