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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장 신뢰는 정보 공개에서 시작

윤철규

한국미술의 산책(12)

얼마전 일본에서 대형 서점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기노쿠니야 서점의 마쓰바라 오사무(松原治)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나이 94세였으니 천수를 누렸다고 할 만한데 그를 보내는 지인들은 그를 가리켜 올망졸망한 동네 책방을 대도시 한복판에 대형 서점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라며 그의 공적을 회고했다.

그가 일본에 대형 서점의 터를 잡게 한 발판은 다름 아니라 자료 공개였다. 당시 동네 책방들은 책이 팔린 매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꺼렸다. 말할 것도 없이 판매 수치를 밝히면 책을 대준 출판사들이 책값 지불을 독촉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점으로 보면 될 수 있는 한 감추고 싶은 자료가 되는데 마쓰바라씨는 과감하게 이를 공개한 것이다. 물론 출판사는 이 자료로 책값을 독촉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바탕으로 책의 재판(再版)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또 서점도 팔리는 만큼 지불하는 원칙에 따라 얼마든지 책을 가져다 놓을 수 있게 됐다. 작은 이익을 놓고 숨바꼭질하던 갑과 을의 관계는 솔직한 정보의 공유라는 신뢰가 바탕이 되면서 둘 모두에 이익이 되는 대형서점 시대라는 더 큰 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회계연도 기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매년 1월말이 되면 세계 주요미술관은 전년도 업적을 발표한다. 물론 거기에는 자신들이 기획한 특별전이 얼마나 훌륭했으며 시의적절한 것이었는지 하는 자화자찬이 반 이상 들어있다. 이런 리포트는 다분히 후원자들이나 이사회 이사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거기에는 본 성적표라고 할 연중 입장객, 최고인기 전시회 등이 들어있다. 2011년 뉴욕의 예를 보면 나란히 있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명암이 엇갈렸다. 메트로폴리탄에서는 헐리우드 최고여배우들의 의상을 단골로 제작해오다 요절한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회고전을 열어 이목을 집중시키며 총 560만 명의 관람객을 맞이했다. 반면 이렇다 할 볼거리를 제시하지 못한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2010년보다 11%가 줄어든 280만 명에 그쳤다. 이런 리포트는 미술관의 관람객 자랑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아무 설명없이도 ‘일반의 관심이 쏠리는 블록버스터 전시의 위력’을 저절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중국은 경매법으로 거래규칙을 법제화
중국미술시장은 지난해 경매시장 거래규모를 보면 G2의 자리를 완전히 올라서 머지않아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대개들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매년 10% 가까이 성장해온 중국의 경제발전 덕분에 미술시장이 ‘덩달아’ 커졌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중국은 시장이 확대, 변화하는데 따라 그에 필요한 신뢰 조건들, 즉 자료 공개와 공정한 룰의 확립 등을 착실히 다져왔다. 2002년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회의는 경매법을 제정해 공정한 거래 규칙을 법제화했다. 그보다 앞서 미술시장 정보를 집계해온 야창(雅昌)예술네트워크는 160여 개 되는 경매회사의 경매 결과, 작가별 판매총액 등의 수치를 자세히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부문별 ‘역대 최고낙찰가 TOP 10’까지 거의 매 경매마다 알려주고 있다.

정보 공개면에서 보자면 한국미술을 다루는 주요 시장주체들은 동네 책방같은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옥션, 옥션단, 마이아트옥션 등 3개 경매회사에서 다룬 추사 작품은 모두 36점이다. 시, 서간, 현판, 묵난도 그리고 인장까지 포함된 이들 중 낙찰된 작품은 19점. 낙찰률이 52.77% 정도이니 둘에 하나는 안 팔렸다는 얘기이다. 최고가도 편액 <호상루(濠想樓)>의 2천 6백만 원이다.(수수료 별도) 이런 성적표라면 다분히 경매회사는 내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실제 경매 직후에 경매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곳도 있다) 하지만 서툰 코멘테이터나 애널리스트보다는 자기 자신을 더 신뢰하는 오늘날, 이런 자료는 바로 미술 애호가나 수장가들이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불황과 침체는 이제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참에 경매회사는 철저하게 자료를 공개하고 협회 같은 데는 감정같은 공정한 룰 확립에 신경을 쓴다면 희망은 그래도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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