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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쉿, 조용히 들여다보면

윤철규

윤철규 한국미술산책(13)

바야흐로 막말의 시절이다. 거칠기 짝이 없는 말들이 평상어처럼 난무한다. 지독한 말에도 개의치 않고 박수까지 보내고 있다. 전이라면 특정 부류나 계층이 집히기도 하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이쪽인가 하면 저쪽, 그리고 높은 사람, 배운 사람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해대니 이게 무슨 시대의 유행병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대포 같고 우레 같이 떠드는 그런 말을 또 우국충정이나 되는 것처럼 지껄이니 뭐라고 가로막기조차 난감할 판이다. 그런 마당에, 거창할 것도 없고 딱히 시급해보이지도 않는 ‘한국미술’에 대해 한마디 하자니 공연히 먼저 마음이 오그라든다. 그러나 차마 ‘○○ 않겠다’고는 할 수 없어 시각을 바꿔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을 택해본다.
거친 말에 핏대를 올리더라도 그게 실은 ‘난, 세상을 이렇게 본다’는 자기 주장, 시각이라고 하면 하는 수 없다. 또 대놓고 하는 막말까지, 물론 이건 저질이지만 자신의 ‘Way of thingking’의 한 방법이라면 ‘그러냐’고 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주의, 주장에 시각 아닌 게 어디 있겠는가.(수준과 정도는 별개다)





미술의 역사도 특정한 어떤 시각들이 교차해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어느 한 관점에서 시작된 이론이 한 시대를 풍미하면 얼마간 뒤에는 새로운 것이 나타나 그것을 대체하면서-종종 뒤집어엎을 때도 있다-또 새로운 감상, 이해의 세계로 이끌고 가는 것이다. 한 예로 미술사의 아버지 빙켈만이 흰 대리석으로 된 고대 그리스조각을 보고 절제와 조화를 찾아내 이상적인 고전미로 찬양했다. 그러나 이 역시 그만의 시각이었다. 훗날 발굴된 그리스조각 상당수는 대리석 위에 울긋불긋 채색한 것이었다.

시각 변화는 개인에게도 일어난다. 재야에 있으면서 감식안에 뛰어난 글 솜씨로 용서 없이 재조를 주저앉힌 이동주 선생은 젊은 시절(물론 일제시대이다) 가짜일지도 모르는 손바닥만한 겸재 정선 그림을 한 장 얻어 압정으로 벽에 꽂아놓고 애족적(愛族的)으로 감상에 도취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위대한 감식가께서는 나중에 그림이란 그 그림의 됨됨이만으로 감상하는 게 최선이란 말을 여러 강연에서 되풀이했다.<다시보는 한국도자기

한국 도자기를 보는 데에도 당연히 시각이 있기 마련이다. 박물관의 도자기 국보, 보물은,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고는 있지만 어느 면에서는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의 평균적이고 상식적인 미적 감각 또는 시각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외국에는 응당 그들 나름대로의 눈이 있다. 한국도자기를 각별히 좋아했던 일본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각으로 한국도자기를 보아왔다. 일본 다도에서는 유현(幽玄)의 미학이란 잣대로 고려청자를 보고 있다. 또 잘 알려져 있듯이, 백자를 가리켜 일상 용기에 담긴 소박하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이라는, 야나기 무네요시식의 민예관도 있다. 그런데 일본 것이면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시각이 있다.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은 한국과 중국 도자의 세계적 보고로 이름 높다. 그곳 컬렉션의 모태가 된 것은 아타카 에이치( 1901-1994)의 수집품이다. 그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애호가였다. 음악과의 연관성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20년 동안 약 790점의 한국도자기를 모으며 감미로운 선율에 감싸인 듯이 부드럽고 상냥한 형태와 색의 세계를 찾아냈다. 융단에 파묻혀 발소리도 안 들리는 그곳에서 선하고 다정한 표정의 한국도자기를 보며 세계인들은 대개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가을 국립중앙박물관은 대규모 고려청자전을 여는데 일본의 애호가들은 벌써부터 기대중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근사한 시각을 보여줄 것인지. 그런데 한국도자기는 입과 귀를 가리고 조용히 천천히 들여다봐야 한다는데 시절 때문에 큰일이다

※ 도쿄 산토리미술관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과 공동으로 4월1일까지 ‘동양도자의 미’전을 열고 있다. 옆 사진은 청자 양각모란연화 학수병(鶴首甁), 높이 1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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