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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 미술에서 나타난 정체성

안진옥

우리에게는 생경하기까지 한 중남미 미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21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이 지난달 26일부터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중남미 16개국 대사관의 협조로 이루어졌으며, 대부분 각국의 국립미술관 소장품으로 대가 84명의 120여 점이 선보였다. 특히 멕시코인들에게 국가유산으로 불리는 프리다 칼로의 7점도 포함되어있다. 이번 전시는 현대 회화의 태동기인 1930년에서 60년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회화 작품으로 작품 보험 평가액이 400억에 달하고, 작품수송을 위해 11대의 항공기가 뜰 정도로 대규모 전시다.
세계 인종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20세기 현대 미술의 태동기를 살펴보면 지형, 역사적 측면으로‘개방된 나라들’과‘폐쇄된 나라들’로 크게 나눈다. 전자에 속하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베네수엘라는 유럽과 짙은 연계성을 갖고 일찍부터 교역이 활발했다. 백인 중심의 이들 국가는 스펀지처럼 유럽 모더니즘 문화를 흡수했다. 이에 비해 내륙에 속한 페루, 과테말라, 볼리비아 등은 폐쇄성이 강하며, 경제 및 문화 교류에서 뒤쳐졌다. 원주민과의 혼혈비율이 높은 그들은 잉카나 아즈텍, 마야 문명의 후손이라는 자긍심을 지니고, 상대적으로 문화 개방에 폐쇄적이었다. 이들은 이후에 인디헤니즘(Indigenism)과 연결되면서, 유럽 모더니즘 모방에 대한 강력한 거부를 나타냈다.




1. 인디헤니즘(Indigenism)과 사회주의적 리얼리즘(Social Realism)
라틴 아메리카는 유럽 식민지 기간 동안 외부에서 유입된 인종과 토착민 간의 다양한 혼혈 인종이 생겨났다. 언어, 종교, 문화에 걸친 사회의 모든 방면에서 외래의 것과 고유의 것이 뒤섞이면서, 혼성적인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라틴 아메리카에서 그들만의 정체성을 이야기 하고자 할 때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인디헤니즘(indigenism)이다. 고유한 전통을 회복하여 민족적 자긍심을 갖고, 문화적 동질성을 통해 사회적 단결을 도모하려는 운동의 중심인‘인디헤니즘’은 라틴 아메리카문명과 토착적 신화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멕시코, 페루, 과테말라 등의 나라에서는 아즈텍, 마야, 잉카 문명의 부흥을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는데 특히 문학, 시각예술을 통하여, 침략자들의 잔인성을 폭로하고 국가적 저항을 유도해 냈다. 멕시코의 정치성이 강한 벽화운동과 함께 조형미술에서는 자본주의 사회발전의 틈새에서 파괴되어가는 부당한 현실을 표현하는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이 파생했다. 그 당시 일군의 젊은 작가들은 국가 지원으로 파리나 마드리드 등 유럽 유학을 떠나 인상주의, 야수파, 큐비즘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을 통해 유럽 아방가르드의 물결이 전파되었는 데, 멕시코의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와 루피노 따마요(Rufino Tamayo, 1899-1991)등이 멕시코 벽화운동이나 라틴 아메리카의 조형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현대회화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의 작가들은 현실을 반영하고, 사회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작업들을 펼쳤다. 고유의 국가적 예술을 실천하려는 노력은 민족주의나 사회주의와 맞물려 큰 흐름을 형성했다.




2. 아프리카 혼재 문화: 브라질의 모더니즘

중앙아메리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카리브 연안 등지에서는 음악, 조형미술 분야에서 아프리카 혼재 문화의 특징이 나타났다. 식민지 시대 때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이 멕시코와, 포르투갈령의 브라질에 노예로 대거 유입되었다. 힘겨운 노동과 열대저지대 기후에 맞지 않았던 흑인들은 파나마, 베네주엘라, 쿠바 등으로 도망갔다. 이러한 물라토(흑인+백인), 잠보(인디오+흑인)등의 혼혈로 인한 혼재문화는 식민지시대 후에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독재정권에 의해 장악되어 환상이 현실이 되고, 그 현실이 또 다른 신화를 엮어나가는 양상을 띠게 된다.

특히 브라질의 모더니즘 예술 형성 과정은 다른 라틴아메리카 모더니즘 태동과 다르게 전개되었다. 브라질은 잉카, 마야, 아즈텍처럼 식민지 이전 문명이 존재하지 않았다. 인디오족이나 식인종들을 통해 인디오 원주민들의 유산이 흘러 들어왔다. 이러한 상황에 유입되었던 흑인노동계층과 부유계층은 유럽 식민사관에 의한 흑인 혼혈인종 차별에 대하여 자성하기 시작하였고, 부유층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 급격한 의식구조의 변화를 요구했다. 그 중 브라질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식인주의(Antropofagia)이다. 이는 시인이자 작가인 오스왈드 데 안드라데가 1928년‘인종주의 잡지’에 게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브라질은 외부문화 영향에 있어 탐욕스럽게 먹어 치울 수 있고,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으며 또한 자기화로 변형시킬 수 있다. 외부영향 속에 우리만의 비전과 의미를 창조해 나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열대 토착문화와 현대의 도시 산업문화를 연결하고자 하였다. 이를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정서구조에 기반한 마술적 리얼리즘 혹은 라틴 아메리카식 초현실주의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생경한 라틴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문화의 편견을 고스란히 받으며 푸대접을 받은 그들. 현대에 와서 혼성문화 특징을 살려 강렬한 생명력을 키워가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미술에 있어서 그들만의 정체성이란 이중적인 문화를 통하여 생명력과 독창성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한국과 라틴아메리카는 모두 식민 시대와 전쟁, 군부독재를 거치는 역사적 격동기를 지나오면서, 문화의 급변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그러한 시대 배경은 미술에도 분명 반영되어 있을 터인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차이가 드러난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미술은 내재화에 치중했고,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인 표현방식을 취하였다. 이러한 같음과 차이들에 대한 고민은 정체성을 생각해보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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