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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SSUE(4) 미술관에 불어올 디지털시대 변화의 바람

정필주

ART ISSUE(4)

음악·영화·뉴스·서적을 넘어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문화향유 양상이 미술 분야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2007년 관람객조사에 의하면 관람객들이 전시정보를 접하는 경로는 ‘미술관 홈페이지’가 34.2%, ‘인터넷 기사 검색·블로그·카페’가 20%인 것으로 나타나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미술관 전시정보를 얻고 있었다. 또 런던의 테이트미술관은 아이폰 앱(Tate App)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은 MoMA의 전시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패드 전용 앱 ‘MoMA AB EX NY’를 선보였다. 디지털 문화향유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우리 사회의 미술관들은 이제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위의 관람객조사 결과 중 흥미로운 부분은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고 미술관에 잘 가지 않는 라이트 유저(Light User)일수록 전시정보를 얻기 위해 미술관 홈페이지에 의존하는 반면, 미술관에 자주 가는 헤비 유저(Heavy User)일수록 미술관 홈페이지나 인터넷 검색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전시정보를 얻는다는 점이다. 즉 헤비 유저에 비해 라이트 유저가 미술 정보를 얻는 데 있어 디지털 환경에 훨씬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관람객 확보 노력을 경주하는 많은 미술관들이 향후 디지털 환경에서 활동 타겟으로 삼게 될 집단은 바로 라이트 유저라는 점을 말해준다.




미술관은 전시회 공식 블로그를 미술관 계정이 아닌 네이버에 개설했다. 여기에 네이버도 자체 시스템인 ‘네이버 갤러리N’에서 미술관이 제공하는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86개의 댓글 반응을 얻어냈다. 이외에도 여러 전시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포털들의 전시 소개 뉴스에 달린 댓글들이다. 중요한 것은 전시에 실제 가지 않고 댓글을 단 사람들도 온라인상에서 해당 전시콘텐츠를 접하면서 ‘미술 경험’을 한다고 여긴다는 점이고, 현재 그러한 경험이 일어나는 공간이자 그 경험을 통제하는 것은 미술관이 아니라 네이버라는 현대미술관 밖의 상업 포털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미술관의 콘텐츠가 민간 업체들을 통해 온라인 등에서 확산되고 향유되는 것을 손쉽게 ‘미술관의 확장’이라고 기뻐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술관이 제공한 콘텐츠를 미술관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플랫폼 상에서 향유하는 라이트 유저들은 네이버라는 사기업에 회원가입 및 개인정보를 제공해야만 하고, 해당 사이트가 광고수주를 통해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과정에 노출되어야만 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아이폰 앱 조차 아이폰을 사야만 즐길 수 있다. 콘텐츠를 생산한 것은 미술관이지만 콘텐츠에 대한 경험과 지불은 미술관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주권을 상실한 미술관이 이에 마냥 기뻐해야만 할까? 미술관들이 포털 사이트의 한 메뉴로서 자격을 획득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단지 필연적인 미래에 대한 전망일 뿐일까?<디지털 환경에서 라이트 유저들의 문화향유 양상은 CD·출판물·DVD 그리고 미술관과 같은 고정된 채널 안에 머물면서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거부하고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복제·확산·재창조하려는 예측불가능성으로 대표된다. 또한 이들은 어떤 예술 작품의 진위나 저작권에 대한 향수보다는 즉물적 감상행위의 가능 여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라이트 유저들은 이미 지난 10년간 CD를 중심으로 하는 음악 산업에 사망선고를 내리고 포털, 통신사 등 비 콘텐츠업체가 중심이 되는 음원 중개서비스 위주로 음악 산업을 완전히 재편한 전력이 있다. 그리고 구글이 라이트 유저들의 검색편의를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도서관 계획은 기존 저작권을 소유한 출판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라이트 유저들은 콘텐츠 소비를 위해 사용되어온 법, 시장, 학문적 권위의 전달체계 등의 기존 시스템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디지털 환경은 이러한 시스템을 대신하면서도 그 최초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매력적인 채널들을 앞으로도 무수히 쏟아낼 것이다.

앞으로 미술관 영역에 불어 닥칠 디지털시대 변화의 바람에 맞서 3D 체험이나 아이폰 앱 혹은 트위터 등을 노(櫓) 삼아 미술관의 미래에 대한 낭만적 찬가를 부르며 뱃놀이를 즐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급변하고 있는 문화향유 양상을 지금이라도 바로 이해하는 동시에 변화하고 있는 콘텐츠 주권에 대한 확보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디지털시대 변화의 바람은 오히려 디지털시대라는 바다에서 미술관의 지속가능한 항해에 꼭 필요한 순풍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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