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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직관’의 재고 - 한국의 특정 도시개발사업 사례를 통한 도시공간 지각 연구

홍영인

나의 박사 논문(4)
홍영인 / 아티스트

『A Reappraisal of Intuition in the Perception of Urban Space with Particular Reference to Cultural Development in South Korea』, 2011


박사과정으로의 진학은 서구의 이론과 사례에 기대어 한국의 미술이나 작가들을 이해하고자 할 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설명하고 실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내적인 요구에서 비롯되었다. 왜 내적인 요구냐면 직접적으로 내 작업이 혹은 참여하는 전시가, 어떤 문화적 지평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모호하게 느껴지던 지점에서, 작가로서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장에서 스스로 답답함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문화 특정성 자체보다는 차이를 포용하는 글로벌 시각언어의 확장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그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 개인연구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런던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일은, 잠시 살았던 곳으로 돌아가 그곳에서의 삶을 이어가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무척 설레었다. 

골드스미스학교 파인아트 박사과정은 런던에서 학제간 연구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학교라고 여겨졌다.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면서 그 경계를 유연하게 해석하는 측면에서도 그랬지만, 연구의 영역을 미술에만 국한시키기보다, 오히려 학제간 연구를 격려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파인아트 코스에는 영국 내에서 최다수의 아티스트 연구자를 튜터나 학생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교류를 통한 활달한 분위기가 다소 지루할 수 있을 긴 여정에 위안이 되기도 하였다. 코스 3년 차에 수하일 말릭(Suhail Malik) 선생님을 제1 지도 교수님으로 모셔오면서 본격적인 논문쓰기를 시작하였다. 지도 교수님은 현대 자유 민주주의 환경과 자본중심 사회 안에서 독점과 점령의 논리가 미학과 관계하는 방식, 미학의 정치적 운영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계셨기 때문에, 미술적 실천과 정치학의 관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부분에 유연성을 더해주셨다. 

논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소재로는 조선총독부청사 철거(2-3장)와 정선군에 위치한 탄광촌 사북, 고한을 카지노 마을로 개발한 사업(4장)을 다루고 있는데, 이 두 개발 사건에 문화 혹은 문화적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거나 개발을 촉진하는 매개제로 작용하는지 정치, 경제적, 심리적 배경과 관련해서 분석하고 있다. 첫 장에서는 ‘직관’이 도시공간의 인식을 이론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론을 제공하는 이론적 실천적 기반을 검토하고, 직관이 미학적 실천뿐 아니라 비판적 분석의 기제로서 글로벌 시대의 문화를 분석, 실천하는 방법론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본론과 결론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소재를 통해 직관이 어떻게 문화개발을 위한 지각적 방법론으로써 도시공간 안에서 작용하고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분석, 검토하고 있다. 연구는 이종문화간, 학제간 연구를 바탕으로 하되, 현상학, 형이상학, 도시 정치학, 인식의 철학, 후기식민주의, 미학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종문화간 연구를 위해서 앙리 베르그손의 이론을 통해 사회에서 억압받았거나 사라져가는 문화적 관습에 접근하였으며, 메를로 퐁티의 이론과 가촉적 건축공간, 질 들뢰즈의 개념적 정의들과 도시미학을 연결 짓고, 끝으로 에드워드 케이시의 장소성에 대한 이론을 통해 기억의 공간에 접근해보았다. 이는 스펙터클한 현대도시의 시각성과 가리워지고 억압된 문화적 요소의 역설적인 관계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보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문화특정적이면서 동시대적 감수성에 주목함으로써 이론적이자 실천적으로 도시공간에 대안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었다. 

작업과 글쓰기를 동시에 해야 했던 실기박사라는 것이 과정 중에는 길고 고되게만 느껴졌으나, 과정이 끝난 후에 얻은 큰 소득이 하나 있었는데, 미술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이고, 어떤 역학이 작용한 것인지 말로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과거보다 미술이 가지는 힘과 그것의 긍정적인 역할을 믿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예술하기가 더 중요해지고 즐거워졌다. 이렇고 이런 책을 읽고, 어떤 논문을 썼기 때문이라기보다, 아마도 내 삶의 한가운데에 던져졌던 질문에 적나라하게 마주했던 일이 논문쓰는 일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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