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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유쾌한 뭉툭의 주재환과 김정헌

윤범모


주재환, 정신해방


주재환, 정신타격 01


‘유쾌한 뭉툭’. 무슨 전시 제목이 이럴까. 유쾌한 뭉툭. 바로 주재환과 김정헌 2인전의 제목이다. 전시 개막일의 전시장은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로 붐볐다. 특이한 것은 하객의 다양함이었다. 남녀노소의 미술인 이외 다양한 계층의 ‘일반인’들이 많았다. 미술 전시라 하면 으레 미술인 중심의 ‘집안 잔치’이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유쾌한 뭉툭’은 글자 그대로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모여 전시를 즐겼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다른 전시와 비교하여 근엄하지 않았다. 아니, 잔잔한 웃음을 안겨주었다. 오히려 ‘숭배 대상으로서의 현대미술’을 야유하면서 격식을 깨부셨다. 즐길 수 있는 미술 전시. 그게 바로 ‘유쾌한 뭉툭’이었다. 전시장은 경복궁 서쪽의 통의동보안여관(7월 8일까지).

주재환과 김정헌은 1979년 ‘현실과 발언’ 창립동인으로 만난 이후 40년의 우정을 이어 온 화단의 원로이다. ‘현실과 발언’은 80년대 미술운동의 도화선 같은 역할을 한 소집단이었다. 독재정권을 거부했기 때문에 탄압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동인끼리의 결속력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탄압의 부산물(?)이었다.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현실과 발언’ 동인의 우정과 미술 활동의 활발함은 80년대 시대 상황의 기여라 할 수 있다. 이런 소집단의 선배세대에 주재환과 김정헌이 있다. 격조 주재환과 품격 김정헌. 격조와 품격. 

주격조에 대하여 김정헌은 이렇게 말했다. 
“나처럼 두루뭉술하게 뭉툭하고 통 큰 패러디를 구사하는 작가의 눈으로는 ‘껌딱지’ 같은 꾀죄죄한 폐품들(버려진 쓸모없는 물건들을 몽타주하는- 이것도 벤야민을 닮았다)을 이용하는 주격조의 작품들이 눈에 안 찰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의 내공이 쌓인 작은 소품들은 (격조 있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주를 품고 있으니 어찌 경탄치 않을 수 있겠는가.”

주격조는 김품격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내가 비좁은 울타리에서 헤매고 있을 무렵 대형전시와 문화사업을 구상하고 밀어붙이는 김정헌의 역량이 돋보였다. 이런저런 일을 벌이다 보면 누구나 그렇듯이 인간 김정헌도 장애와 갈등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는 한숨은 어깨 무거운 직책을 맡은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되는 명언이다. 최근에 김정헌은 세월호 참사 이후를 위무하는 자리를 맡았다. 튼실한 열매 맺기를 기원한다.”
김정헌은 작품활동 이외 이러저러한 기구에서 빛나는 활동을 했다. 그래서 그의 행보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주재환이란 특이한 존재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개가 필요할지 모른다. 우선 그는 권위의식과 담을 쌓고 산다. 그의 작품은 본격 미술판에서 보면 하찮은 물건으로 볼 수 있다. 생활폐품을 활용하여 쉽게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에서의 격조 화백은 격조 자체를 무시하고 마음껏 논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을, 그것도 편하고도 편한, 작업을 한다. 하지만 주재환 작품이 제시하는 내용은 두고두고 음미하게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금빛 액자에 캔버스 뒷면을 앞이 보이도록 끼우고 아래와 같은 문장을 넣었다.

“이 작품이 성공한 이유/ 무엇을 그렸는지 볼 수 없어 호기심을 자극하니까” 바로 <정신해방 01>이란 작품이다. 발상법의 대전환이다. 이른바 팔리는 작가들은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내용이다. <정신타격 01>은 이렇다. 벽돌 하나를 밧줄로 묶고 그 위에 캇터를 올려놓은 유리 액자에 이런 말을 써넣었다. “화 치솟으면 벽돌아래 머리 디밀고 캇터로 밧줄을 끊으시오” <정신해방 02>는 이렇다. “2016 동네 분리수거장에서 주워온 그림. 작가미상. 1985.4. 32년 전 그림이 쓰레기로 버려졌어요. 이 그림 밑에 매달린 10년 전 내 그림도 언젠가는 쓰레기 더미에 묻히겠지요. 인간도 그림도 때가 되면 모두 사라지는 운명이니 두 그림이 고독사하기 전에 함께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쾌한 주격조! 그의 문제 제기는 미술계의 청량제로 삼을 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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