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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안병소, 나의 선친이신 심전은 오원의 제자가 아닙니다

김정

  
좌) 필자의 『월간중앙』 심전취재글, 중) 본문내용 지면, 우) 김정, 인터뷰 때 안병소와 심전 드로잉

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 1861-1919)은 조선시대 마지막을 장식한 대표적 화가다. 1971년 초 필자는 모 논문에서 심전이 오원 장승업의 제자로 소개된 걸 발견한 뒤 의문을 갖게 됐다. 다른 자료에선 장승업과 관련 없다는 내용의 논문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수소문을 통해 심전의 직계를 찾았다. 1973년 사직동 자택 방문을 허락받고 이틀간 인터뷰를 통해 250매 분량의 글을 쓰게 됐다. 그 기록 원고는 『월간중앙』에 1974년 7월호에 게재됐다. 일반 교양잡지 형식으로 편집되어 200매로 줄여졌고, 주요 인터뷰 대화보다는 독립투사운동 비중에 맞춘 서술형으로 나왔다. 원고량이 축소되어 크게 실망했었다.

필자가 초점을 둔 것은 증언기록을 통해 심전과 오원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월간중앙』엔 기존 편집방식대로 심전의 생애만 취급하고 인터뷰는 생략됐다. 그 후 기회가 되면 다시 정리할 생각으로 취재노트를 보관했지만 이사 다니느라 짐이 많아 결국 그 원본 노트를 찾지못해 요약된 『월간중앙』원고와 기억으로 보충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필자가 인터뷰를 했던 분은 안병소(安柄玿, 1908-74) 음악가였다. 당시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했으나 인터뷰 말씀은 비교적 분명한 모습이었다. 그를 심전의 아들로 알았지만, 실제로는 심전의 손자였다. 필자가 본인에게 직접 확인 못한 게 아쉬웠다. 

“심전 선생이 오원의 제자였는지요? ” 라고 묻자, 안병소 님은 “그건 잘못된 거죠. 오원 선생이 18세 더 많지만, 어려서부터 서로의 생활환경이 달랐죠. 오원은 지금의 광교 부근 지물포에서 서화가의 그림을 익혔지요. 지물포 전속서화가 별세 이후 그 몫을 오원이 대신하던 거로 압니다. 이에 비해 우리 선친 심전은 제대로 그림을 공부한 입장입니다”

“그 지물포에선 오원이 뭘했는데요?” “지물포에 온 손님이 종이를 사서 병풍이나 다락문에 붙일 그림을 그려달라면 그려주고 대가를 받았던 시절이지요. 그 후 오원 솜씨가 장안에 알려지며 명성이 높아 당대를 대표할 만큼 됐지요. 오원 솜씨가 좋았답니다.” 그러나 오원의 단점은 술을 과음해 주변 사람들이 힘들었다고 했다. 음주 때문에 돈암동 미아리고개 근처에 살았다고 했다. 당시 길음동 일대는 서울사람들의 공동묘지가 많은 지역이었다.

그에 비하면 심전은 화업을 위해 정식으로 학습을 쌓은 시대였다고 진술했다. 인터뷰 현장에 안병소 님 아들이 옆에서 도왔는데, 필자 또래 30대 초반 나이였다. 지금은 그분도 70대 후반쯤 될 것이다.

심전의 독립운동 시절 얘기로 화제가 돌려지면서 안병소 님은 “우리 선친은 3월 6일 오전 10시 일본경찰에 끌려갔고, 성격이 깔끔해 잘못을 인정치 않자 심한 매질과 고문으로 실신해 쓰러졌습니다. 내란죄였지요. 

4월 초 경성지방법원 예심에 회부되어 고문과 매질로 가사(假死)상태가 되면서 석방, 집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중병에 있었지요. 가족들이 경기도 시흥의 한의사를 찾아갔지만 무더운 8월 초엔 거의 의식불명 상태였습니다. 동료인 소림(小琳) 조석진 어른이 옆에서 눈물만 흘렸고요. 결국 9월10일(음력) 오후 5시 운명하셨지요.” 

서화협회가 주축이 된 항일운동에 앞장섰던 심전 선생은 당시 송진우, 현상윤 등 민족지도자와 함께 일본경찰에 의해 잡혀갔던것. 해방 후 심전 묘지가 소재불명이던 것을 장손인 안병소 씨가 경기도 양주시 근교 덕도리 선산에서 찾게 됐다. 

결국 심전과 오원 장승업은 사제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심전의 장손(長孫) 안병소 님의 증언기록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취재기록은 『월간중앙』 특종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필자의 인터뷰 원본노트는 43년 세월째 “나 찾아봐~라”며 아직 꼭꼭 숨어 못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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