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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까이 있는 경매장

김정수



경매라고 하면 우리는 크리스티나 소더비 같은 세계적인 옥션에서 고가의 예술품이 낙찰되는 장면을 떠올린다. 그런데 우리주변 가까이에서 이루어지는 경매들도 있다. 부동산 경매도 있고, 인터넷에서는 여러 다양한 물건들이 경매를 통해 매매되며,어떤 경매에서 아파트가 얼마에 낙찰되었다는 정보같은 경우에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는다. 그러면 미술품의 경우는 어떨까? 


처음 떠올렸던 것처럼 대부분 전문가라던가 돈 많은 사람이 참석해서 고가에 미술품들을 낙찰 받는 것만을 생각하기 쉽고 남의 나라 얘기처럼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미술계를 들여다보자. 화랑도 화가도 많고 그림을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도 많다. 미술단체도 옥션도 꽤 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에게 그림이라고 하면 아직은 아파트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뿐 아니라 유럽 서구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반 고흐의 작품 수백점이 고물상으로 직행한 것을 보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서구인들은 지금의 미술품과 미술 관련 종사자들을 정말 존중하고 사랑한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작품가격에 상관없이 옥션에 의해 바로 현금처럼 거래 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일반인이 전시장에서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그 이후가 문제가 된다. 그 작품은 현금처럼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관심에서 멀어져 버린다. 화랑에다 팔려고 하면 유명 작가가 아닌 경우 선뜻 사려고 하지않고 그림을 현금화 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옥션에서는 경매 논리가 아닌 그 회사의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경매에 부쳐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때문이다.


1980년대 초, 파리 드루오경매장(l’Hôtel Drouot) 옆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 우연히 경매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곳은 거의 모든 물건을 경매에 부치는 곳이다. 오래된 가구, 양탄자, 인형, 동전, 도자기, 보석 시계, 그리고 옛날 그림, 현대 그림, 외국 그림 등 다양한 물건들이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매에 낙찰받으려고 하는 사람이나 경매사나 모두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던 것을 기억한다. 여러 번 재미삼아서 갔었는데 물론 고가의 그림도 낙찰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소위 이발소 그림도 낙찰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경매가 시행된다. 지금은 크리스티나 소더비에 조금 밀리고 있지만, 프랑스 미술 문화를 꽃피운 드루오경매장은 지금까지 프랑스의 대표적인 경매장이다. 그리고 살롱에서 낙선한 화가들이나 비주류였던 인상파 화가들이 경매를 처음으로 시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내가 이 경매장에 주목하는 것은 이런 특성 때문이다. 유명 그림이나 골동품뿐만이 아니라 비주류 작가들의 작품들이나 평범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대상으로도 경매를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때부터 프랑스 미술의 황금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버리려고 했었던 평범한 옆집 화가 아저씨의 그림이라도 경매에서 높던 낮던 낙찰만 되면 현금처럼 거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드디어 수많은 그림이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물건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 때 가장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 수 있고 팔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 때 가장 값싸게 내놓은 이에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경매’의 사전적 의미대로 경매사들이 모여 만든 파리 드루오경매장처럼 100% 순수하게 경매만 목적으로 진행되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다른 어떤 영향력도 행사되지않고 매일 여러 장르의 경매가 진행되며 경매 수수료만으로 운영되고 입찰자나 낙찰자를 존중하는 회사가 생긴다면 우리나라도 1900년대 프랑스처럼 미술의 황금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김정수 (1955- ) 
홍익대 미대 및 파리 헤이터판화공방 수학, 1983년 도불, 발메갤러리 전속작가 역임. 발메갤러리(파리) CJ Gallery(미국), Kikuta화랑(일본), 선화랑(한국) 외 개인전 30여 회, 단체전 100여 회. 2004년 진달래 소재 그림을 한국에서 발표 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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