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서울아트가이드 디.에디션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8)100프로 성공보장 입소문 간판

김정수

분당선 미금역 3번출구 2012 ⓒciviltech


몇 해 전부터 어깨가 아파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곳이 있다. 시내 한가운데에 있어 빌딩마다 상점, 사무실들로 가득 차 있다. 어느 날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이 불평이 가득한 얼굴로 새로 들어온 옆 사무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아니 대체 간판을 몇 개나 다는 건지 한두 개만 해도 충분할 터인데 빈 곳엔 죄다 그 사무실 간판들로 도배를 해 놨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치료를 받고 나오면서 호기심에 그 사무실 간판을 헤아려 봤더니 실내외 해서 10개 정도가 되는 것 같았다. 웃음이 나왔다. 아마 이 건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건물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서울의 대도로변이나 이면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라. 간판 나라에 온 착각이 들 정도로 각양각색의 간판들이 우리의 눈을 자극한다. 어떤 상점의 간판은 5-6개씩 붙어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3개는 기본이다. 나 같은 경우는 한 건물에 이 간판 저 간판 닥지닥지 붙어 있으면 혼란이 먼저 찾아왔다. 건물 하나에 가게가 하나 있으면 그 가게는 무슨 가겐지 비교적 잘 알 수 있었지만 여러 가게와 사무실이 공존하는 경우 특정 가게나 사무실을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어떤 업종의 가게가 있는지 어떤 사무실이 있는지도 혼돈이 와서 한참 만에야 ‘아 무슨 가게가 있구나’, ‘어떤 사무실이 있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간판 비용을 들인 만큼 어떤 긍정적인 일들이 발생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서울이나 대도시의 경우가 이렇다 치면 지방이나 서울 변두리 상황은 정도가 더 심하다. 어느 신도시의 상가 빌딩 벽이 온통 간판으로 도배되어 있다. 그 빌딩에 빵집이 있는지, 부동산이 있는지, 음식점이 있는지, 어떤 가게가 있는지는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파악이 된다. 8층 건물에 간판이 몇 개나 붙어 있는지 헤아려 봤더니 50개가 넘는다. 인간의 두뇌가 아무리 명석해도 순간적으로 50여 개의 간판을 순간적으로 보고 내가 필요한 곳을 찾아내긴 쉽지가 않다. 지방의 소도시 도로변을 한번 살펴보라. 가관이다. 현수막 전쟁을 하는 것 같다. 정말 온갖 현수막들이 도로변을 점령하고 있다. 간판은 간판대로 현수막은 현수막대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깊은 산골이나 강가, 바닷가에도 어김없이 펼쳐지는 현수막 퍼레이드이다. 그 심정들은 이해가 간다. 하나라도 더 팔고 싶어서 더 알리고 싶어서일테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여러모로 좋은 점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들이 많은 것 같다. 우선은 닥지닥지 많이 붙어 있는 간판들의 경우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목적지를 찾는데도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어떤 건물의 경우 큰 건물이고 많은 가게와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음에도 비교적 필요한 곳을 찾는데 힘들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눈이 집중되는 한군데에 입주가게별로 하나씩 특징 있는 간판들을 배열해 놨기 때문이다. 또 어떤 건물의 경우 상징적으로 그 가게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이미지화해서 간판으로 달아놓기도 한다. 오히려 하나 있는 게 간판 여러 개 다는 것보다는 뇌리에 깊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숲이나 강가나 바닷가 현수막들은 우선 무질서하게 붙어 있어서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물론 관계기관에서는 여러 법적 조치를 취하고 행정명령도 내리겠지만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고 의견을 들어보면서 개선도 하는 그런 정책을 좀 펼쳤으면 좋겠다. 몇몇 시도를 통해 대화하고 소통하고 설득도 하여 덕지덕지 간판이 사라지고 참으로 멋진 거리로 재탄생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간판을 많이 걸고 싶어라 하는 업주들에게 내가 정말 좋은 간판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물론 효과는 100% 보장한다. 바로 입소문 간판이다. 입에서 입으로 퍼져지는 간판말이다. 음식이 맛있어서, 잘 만들어서, 서비스가 좋아서, 친절해서, 정직한 것 같아서, 비싸진 않은데 훌륭해서 등. 입으로 퍼진 간판은 신기하게도 멀리서 저 멀리서 사방에서 손님들이 물밀 듯 찾아온다. 찾아오는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간판을 달아 놓으면 바깥에 많은 돈 들여 여기저기 옥외 간판이나 현수막을 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