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방학이 되면 곤충채집이라는 과제물이 주워졌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생명체였고 죽어도 건조함만 유지시켜 준다면 잘 썩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죄책감이 들지도 않았다. 지금의 관점으로 본다면 인간이 다른 생물을 대상화하기 위해 배우는 첫 번째 단계의 학습이었다. 다른 생명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며 오직 자원이라는 이름으로 물화(物化)시키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이다. 고통이나 죽음이란 것에 무지했던 그때에는 곤충을 채집한다는 일은 즐거운 쾌락이었다. 연필의 끝은 흉기로 돌변하였고 우리는 용감한 군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그런 경험은 깊은 깨달음도 동반했다. 생명에 대한 경의라는 것 자체가 없다면 자연은 한낱 정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고 우리가 타고난 폭력성은 우리 스스로를 집어삼킬 것이다.”
- 작가의 생각천호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쭉 살고 있는 작가의 고향은 예술이 숙성되기에 좋은 서식지다. 변두리 정서 또는 헝그리 정신은 예술의 영원한 공급원이니까. 방학이 되면 매미의 울음보다 어머니의 잔소리로 하루를 보내고 조그마한 뇌에 온갖 지식을 채우기 급한 요즘 아이들은 이 다음에 어떤 예술을 감상 할까? 몸은 아날로그로 태어나고 숨쉬고 있는데, 세상은 갈수록 디지털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바이러스와 에러...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자연의 체험’이 아닌, 게임이나 만화의‘왜곡된 진실’에 속는다면, 결국 오리지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을 수도 있다. 현란한 디지털아트가 금세 피곤해지고 수명이 짧은 것은, 그것이 콜라가 될지언정 밥이 될 수 없는 이치다. 어쩌면 세상이 디지털로 가면서, 사람들이 아날로그 예술품을 계속 찾게 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예술가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 홍경택 작가는 3월에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전에 참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