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혼자서 하는 행위다. 숨어서 하는 짓궂은 장난질 비슷한 거다. 노래는 좀 다르다. 노래가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이 되었을 경우 혼자 숨어서 노래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직업가수는 계속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 자랑스러움과 창피스러움이 늘 겹친다. 때로는 노래 부를 기분이 전혀 아니어도 돈을 먼저 받았을 경우 비겁하게 때로는 뻔뻔스럽게 삐에로처럼 노래를 불러야 한다.
미술은 그게 다르다. 미술은 얼마든지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 비겁해 질 일도 창피할 일도 없다. 관객이 있고 없고는 문제가 안 된다. 사람들이 나의 미술에 박수를 치고 안치고는 역시 차후의 문제이다. 게다가 하기 싫으면 당장 붓을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더구나 미술은 나의 생계수단이 아니다. 화려한 부업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취미로 미술을 한다고 얼마든지 너스레를 떨 수 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전혀 없다. 적어도 나는 미술 앞에서만은 완전 해방자다.”
- 작가의 생각 -
미술대학 교수가 아닌 대부분의 궁색한 예술가에게, 작가와 같은 ‘가수’라는 독특한 부업은 아니라도 누구나 자기만의 생계수단이 있습니다. 다만 ‘예술가’라는 명함에 비해 화려하지 않기에 잘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그림만 그려 생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이래저래 대다수 현대 작가들에게는 근심이 많습니다.
조영남의 작품이 제법 팔리는 객관적 근거를 굳이 제시하지 않더라도 조영남은 ‘가수 겸 화가’라는 프리미엄보다 철저하게 ‘작품’으로 인정받은 작가입니다. 하루 18시간씩 그림만 그려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전업 작가, 비해 취미와 부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멀티 예술가. 베짱이가 추운 겨울을 걱정했더라면 한여름의 바이올린 연주는 결코 환상적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요즘 사람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응집된 영혼의 실타래보다 한없이 자유롭고 부담 없는 붓 터치를 선호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예술이 개미의 부지런함인지, 베짱이의 해방인지 관객의 취향에 달려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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