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지방뉴스는 사기, 절도, 방화, 살인 등 그야말로 민생뉴스 덩어리다. 주요 뉴스를 중앙에 대부분 넘겨준 마당이라 민생 뉴스의 현장감은 오히려 적나라하다. 이 뉴스들을 보다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면이 있는데, 맨발로 신발을 구겨 신고 추리닝을 아무렇게나 걸친 한 사내. 고개를 푹 숙이긴 했지만 앉아 있는 자세는 시종일관 껄렁해 보인다. 이미 엉망진창이 된 그의 행동에 사회가 내리는 벌은 단호하지만, 죄책감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취재기자는 짓궂게 물어보고, 카메라는 고스란히 담아내면 시청자는 으레 혀를 차지만, 누구 하나 범죄자의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다. 정작 괴로워해야할 죄인의 눈동자는 당당하고, 그를 구경하는 모든 시청자는 컴퓨터의 복잡한 전선처럼 심난한 마음을 그려보았다.
- 작가의 생각 -
경찰관이나 취재기자가 아닌 이상 이러한 현장을 직접 목격하기란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합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면은 꽤나 익숙합니다. 나름대로 사랑을 한다고 했지만 마지막 용서를 허락지 않은 자의적 종결. ‘선택 아니며 복수’라는 간편한 로맨스 방식이 부상하는 것은 결코 아니겠지요. 이러한 끔직한 행동은 절대 아니지만 끔직한 마음은 누구나 한번쯤은 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긴 요사이 도망간 애인을 찾아달라며 한강대교 위로 올라가 절규하는 ‘낭만적인’ 청년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배신의 고통이 엄습하면 ‘과연 나에게도 이렇게까지 나쁜 마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요즘의 세상은 ’짧은 감정의 충동’을 종용합니다. 순수한 스킨십이 불편한 치근덕거림으로 오해받고, 소박한 박력이 촌스러워 보이는 세상인지라 갈수록 ‘로맨스’는 힘을 잃어가고 있는듯합니다. <
※ 방정아는 7회의 개인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