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있어 나는 타자이기에 그네들이 광분하는 것에 나는 관조적일 수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한 꺼풀 벗겨진 당신과 나와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중독 되어버렸기에 도박에 중독 된 자들의 기분을 십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의 생활이 어떠하리란 것도 추측이 아닌 확연한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도박장에서 질러대던 그들의 빅뱅과 같은 함성 소리와 뒤통수를 치는 듯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왔던 그들이 내게, 친구, 역시 자네도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고! 하고 비웃는 듯 하단 말이다. 우리의 풍경일 수 있다던 나의 생각이 맞아 떨어지는 희열은 있지만 언젠가 헤어나기를 고대하는 나 역시 또 다른 비밀스러운 중독자로 괴로워하고 있다.
- 작가의 생각 중독이란 어쩌면 순수한 열정에서 시작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말(馬)에 대한 애정, 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은 우정, 애인을 더 즐겁게 해주고 싶은 배려, 온라인에서 이기고 싶은 경쟁심리, 신제품에 대한 남다른 관심, 회사에서 더 인정받고픈 애사심 등등. 그런데 경마, 알코올, 화투, 섹스, 게임, 쇼핑, 명품, 일중독 등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작가는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의 메마른 표정을 극단적으로 전달하면서, 결코 관조적일 수 없는 자신과 새롭게 등장한 각종 중독으로 범람하는 현대인을 스스로 돌이키게 만듭니다.
적당히 즐기는 취미가 중독이 되고, 직업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비디오 광이 영화감독이 되고, 게임 중독자가 프로 게이머가 되고, 명품 중독자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특별 사면이 아니고는 거의 대부분의 중독은 비참한 결과로 원죄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쨌든 세상은 점점 결과로서 중간평가를 하기에, 쓸쓸한 중독자는 진도를 더 나가야할 지 과거로 회귀해야할 지, 또 다른 도박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 문정화는 2003년, 2004년 2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