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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실종된 미술시장 길은 없는가

편완식

무턱대고 값만 높여 소비자 외면
시장 글로벌화도 당장 해결 과제

요즘 기업의 비자금 수사에 미술품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마치 부정한 물건처럼 취급되는 형국이다. 화랑가에선 미술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야단들이다. 실제로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상태인 갤러리도 많다. 경매회사들의 영업실적도 말이 아니다. 20년간 갤러리를 운영해 온 한 인사는 미술시장이 이렇게까지 나빠 보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예고된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경제 탓을 하지만 엄밀히 말해 미술품은 경제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특수상품이다. 경제 불황기에도 꾸준히 거래가 되는 품목이다. 그렇다면 미술시장 실종의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한국미술시장은 비정상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시장에서 컬렉터는 엄연히 소비자다. 소비자의 불만을 얼마만큼 받아들였는지 묻고 싶다. 혹여 미술품을 사는 컬렉터들은 불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먼저 작품의 진위 문제는 어떠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한국화 6대가인 청전 이상범·의재 허백련·이당 김은호·심산 노수현·소정 변관식·심향 박승무 등의 작품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거래되는 현실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헐값에 거래되는 위작들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합당할 듯하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누구는 미술 소비성향이 달라져서라고 하지만 진품은 제값을 주고라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술시장이 좋았을 때 한몫 보겠다고 화랑들이 컬렉터에게 무턱대고 엄청난 가격으로 안겨준 작품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작품 가격이 반 토막도 모자라 4분의 1 가격에도 시장에서 거래가 안 되는 것이 수두룩하다. 경제가 나빠서가 아니라는 것을 컬렉터는 다 안다. 미술품 가격의 추이로 보아도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충동구매로 속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상당수 소비자는 시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어찌 됐건 산 가격보다는 그래도 조금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는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적정가격이 시장 활성화의 첫 단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의 비싼 유명작가들의 작품 거래가 은밀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 중심엔 일부 대기업이 있고 화랑가의 큰 손들이 있어 왔다. 요즘 들어선 개미군단 컬렉터들까지 여기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장려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왜곡된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낳은 결과라는 점이다.

한국미술시장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저런 소문들이 화랑가엔 무성하다. 일부 블루칩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중에서 잘 팔리는 유형의 작품을 자기 복제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미술시장이 갈 때까지 갔다는 얘기다.

고미술 시장은 또 어떤가. 어느 나라고 고미술 시장이 살아나지 않고서는 현대 미술시장은 살아나지 않는다. 고미술 시장의 최대 관건은 진위 문제다. 졸렬한 가짜들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종국엔 스스로의 목을 죄게 될 것이다. 양식 있는 감정가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면 고미술시장의 미래는 없다. 소비자들도 조금만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뜨면 누가 진짜를 말해 주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한국 고미술 컬렉은 지금이 적기란 말이 있다. 그만큼 저평가됐다는 얘기다.

미술시장의 폐쇄성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작가가 죽은 뒤엔 작품의 희소성 때문에 작품 가격이 올라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미술시장에선 그렇지 않다. 오히려 유명 화랑의 기획으로 생전에 무명에 가까웠던 작가의 작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경우가 있다. 만약 화랑의 기획이 사라지면 이 작가의 그림값은 유지될 수 있을까. 

미술시장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증권시장이 활성화됐듯이 미술시장의 글로벌화도 시급한 과제다. 아트바젤홍콩의 성공이 이를 말해 준다. 화랑협회가 주관하는 국제아트페어도 이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해야 한다. 이름만 국제아트페어이지 ‘시장 좌판’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식이다. 우선 기획자부터 세계미술시장의 거물급을 영입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궁극적으론 세계미술시장에 편입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당장 내 장사만 하겠다고 들면 그것은 ‘미술판 쇄국정책’이 될 것이다. 한국 미술시장의 실종은 글로벌화된 세계미술시장의 흐름에서 뒤처진 데도 원인이 있다. 한국 미술시장의 투명성과 세계화가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시점이다.

- 세계일보 2013.06.07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30606002873&cid=&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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