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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상상력이 만드는 부조리한 형상들- 장범순의 풍자

김종근

거침없는 상상력이 만드는 부조리한 형상들- 장범순의 풍자

      김종근 (미술평론가 )

스위스의 정신분석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이 극찬한 단 한명의 화가가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네덜란드 출신으로, 출생연도조차 추정해야 할 만큼 자료가 많지 않은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가 바로 그였다.
칼 융은 ‘기괴함의 거장’, ‘무의식의 발견자’라고 격찬하면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초현실주의적이며
창의적인 세계에 주목했다.
특히 그의 넘치는 기발한 상상력과 풍부하고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그림 세계에 주목했다.
장범순 교수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그의 회화적 전통이 어쩌면 보스에서 시작한 풍자적이고 다소 엉뚱하면서 쉼 없는 상상력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보스처럼 기괴하지는 않지만, 아주 높은 상상력으로 흥미로운 표현의 세계와 아이러니, 그 이중성의 양면들을 간결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어의 꿈>에서 보이는 황당한 크기의 낚시를 둘러메고 고기를 잡으러 가는 사람의 표정, 그 뒤로 짖고 있는 개의 입 벌린 상황 등이 냉소적이다.
교감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불통>에서 보이는 서로 다른 표정,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당황과 황당>의 아이러니컬한 물고기와 사람과의 키스 등. 그의 작품에 상황들은 온통 부적절한 어울리지 않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이렇게 그의 화면에는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묵시적인 사건들을 간결한 은유와 풍자로 우리들을 잠시 이게 뭐지 ? 라고 생각하게 한다.
 장범순 교수는 폴란드 태생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벨 쿠친스키 작가의 풍자와 그 흐름을 같이한다. 
그 또한 사회 및 정치, 전쟁 과 빈부격차를 풍자적이고 시니컬한 그림으로 깊이 있게 담아냈다.
장범순 교수도 사실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상징적으로 던져놓는 메시지로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렇게 볼 때 장범순 교수의 작품 속에서 진정으로 음미할 회화성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다른 많은 작가들이 갖지 못한 높은 간결한 비유와 은근히 내려놓고 침묵하는 은유적인 감성.
그리하여 그 문학적 메타포로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 서정성의 여운과 울림이다.
또 하나는 그의 작품 전 편에서 부조리한 형상을 띄면서도 적절한 패러디와 아이러니한 수사법으로 
우리들의 현실을 은근 슬쩍 비틀어 놓는 것이 한 매력이다. 
특히 < 나는 게 나는 게 아니야 > 에서 보이는 단순한 새의 비상 풍경에서 그 명료한 메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날개 짓 해야 할 날개가 집게에 묶여 날고 있는 부조리한 새의 불편한 비상을 보게 된다.
바로 자유와 구속의 야누스적인 두 얼굴의 부조리한 측면을 심플하고 경쾌하게 꼬집어 놓는다.
 < 열린 문들>에서 보여주는 탄탄한 조형성과 역설적 불안, <정오의 절규>에서 드러나고 있는 패러독스한 상황과 뭉크의 작품 <절규>의 이미지가 시사적인 사건과 맞물리면서 작가의 메시지로 이어진다.
이처럼 장범순은 스토리적인 콘셉트 아래 회화와 문학적 스토리의 경계를 넘나든 감수성으로 우리들을 사유의 세계로 헤엄치게 한다.
그런 그의 작업이 30여전부터 아주 오랫동안 일관되게 사회 풍자적인 시각을 유지 해왔다는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눈여겨 볼만한 작업기법의 특징은 이번 전시 역시 그동안의 작업 연장인 ‘Uncanny'란  테마로 배경을 독자적 mix media 기법으로 처리 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전통 여인의 머리빗을 표현 도구로 의류 직조의 날실 씨실의 조합을 연상시키듯 우리네 인생사의 인연과 애환, 그 삶의 부조리를 한 땀 한 땀 엮어 빗질로 다듬듯이 모든 작품을 완성 했다는 것이다. 장범순 교수는 이렇게 소리 높은 이야기를 목청 돋우지 않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듯이 가장 낮게 던져 놓아 함께 생각하게 하는 힘을 불러일으키는 은유적인 수사학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그의 그림을 우리가 자꾸 곱씹는 이유이며 <힘내라구>처럼 서로 다른 자세로 손을 잡는 부조리한 형상이 주는 별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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