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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본질, 그들에게 질문하다

김종근

예술의 본질, 그들에게 질문하다
-『스펙트럼展』- 리듬ㆍ교감ㆍ조형






“그림이란 비례와 균형 이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수직선은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를 향한 인간의 의지가 담긴 것이며, 수평선은 모든 사물과 그 사물에 대한 포용을 의미한다 '우리가 자연의 외형을 버리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 그림속의 수평과 수직선들은 어느 것에도 제약받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표현이다.' 라고 피에트 몬드리안은 말했다.

세종문화 회관이 재단법인 출범 10주년을 기념하여 야심차게 기획한 이 『스펙트럼展』- 리듬ㆍ교감ㆍ조형은 미술작품에 관한 원초적인 본질에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이 돋보이는 전시이다. 작금의 한국 현대미술의 상황이 적나라하게 보여 주듯이 화단은 편협한 미술양식이 난무하여 도대체 미술의 다양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우리의 미술은 인스턴트처럼 일회적이고 패션이나 유행처럼 스쳐지나 가며 작가들의 작품세계는 물위에 뜬 부초처럼 가볍다. 미술의 언어가 온통 팝 아트적 화풍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기획되는 『스펙트럼展』전시는 현대미술의 진로와 방향에 근원적인 물음을 작가들에게 제시한다. 이 물음이 매우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여기 출품하는 작가들 대부분이 예술의 출발 단계에서 부터 치열하게 자기언어를 지켜 오늘에 이른 작가들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모인 미술의 이슈의 지평은 스펙트럼이다. 스펙트럼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스펙트럼은 여러 종류의 광선이 분광기를 투과하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분산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미술에서의 스펙트럼은 무엇인가? 즉 미술에 관한 모든 것을 아우르는 관점에서 현대미술을 스펙트럼처럼 통해서 조명 해 보자는 것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이 역사적인 시각은 들로네나 쿠프카가 인상주의의 보색이론을 발전시켜, 스펙트럼에 나타난 모든 색채를 화면에 끌어들여서, 음악적인 리듬에 바탕을 두고 다채로운 화면 구성을 추구 한 것이 그 시초가 될 것이다.

일찍이 입체파의 열성적인 지지자이자 후원자였던 아폴리네르는 1912년, 베를린의 시트룸화랑에서 열린 로베르 들로네의 개인전 초대 강연에서 들로네의 작품이 피카소 등과는 또 다른 새로운 양식을 제시하므로 예술의 시대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는 여기서 들로네의 회화와 화면의 구성이 시적 음악적 원리에 바탕을 둔 것이라 규정하고, 고대 그리스의 음악의 신 오르페의 이름을 빌어 오르피즘 이라는 명칭을 제안하였고 ,들로네의 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색채의 표현은 구성주의, 그리고 신조형주의와 함께 후에 금세기 추상 회화의 문을 여는데 크게 영향을 주었다. 그러기에 이 스펙트럼전은 그러한 본질적인 의도를 가지고 기획 된 전시로 보여진다.

이 스펙트럼전은 앞에서 밝혔듯이 리듬ㆍ교감ㆍ조형 이란 세 개의 테마로 분류되어 있다. 즉 여기 출품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이 세 개의 관점에서 묶었다고 볼 수 있거나 아니면 이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이 세 가지 요소로 해석 해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중요한 사실은 이 리듬ㆍ교감ㆍ조형이라는 회화적 요소가 사실 회화를 이루는 근간이자 중심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각에서 작가들을 선정했다는 것은 이들의 작품 속에 현대미술의 속성과 중요한 화두들이 진지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가리킨다. 동시에 이들 작가들의 전반적인 공통점과 특징은 모두가 치열하게 자신의 세계를 지켜오면서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그들만의 독특한 화법과 언어로 밀어붙인 작가들이란 사실이다. 『스펙트럼』(spectrum)전시에서 그들이 우선적으로 주목한 것은 리듬이다. 리듬은 음악적 요소로 불려 지지만 리듬이 그림 속에서 중요한 회화적 요소로 자리하고 평가 받기 시작 한 것은 칸딘스키의 회화에서이다. 칸딘스키는 색채의 움직임과 그로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리듬을 통해 자연생성의 근원을 드러내는데 몰입했다. 작품에서 보이듯이 출품 작가들이 모두 칸딘스키처럼 색채와 리듬을 전제하고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작품 속에서 일정한 패턴이나 형식을 보여주고, 그것들이 시각적인 측면에서 리듬감이 넘치는 음악적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비주얼한 측면에서 강력한 리듬감을 보여주는 이강소나 곽남신, 권오봉류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남춘모나 도홍록, 심수구 류의 그 자체가 음악적이지는 않더라도 그 형식에서 인상적인 리듬감이 내재율로 비쳐지거나 해석되는 작품들이 존재한다.

강진식이나 김호득처럼 자유로움의 지평에서 있는가 하면 전수천, 조환, 조용익, 최종운, 차규선, 왕형렬의 작품 등은 이처럼 작품 구성에서 그 리듬의 다양성을 독창적으로 담고 있다. 붓이 가져다주는 그 흔적, 그리고 방법적 테크닉이 돋보이는가하면 작품의 표면에서 드러나는 시각적인 텍스츄어나 등이 리듬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완결되고 있다. 그 외에도 이들의 작품 속에는 리듬이 주는 자율성도 내포되어 있다.

기획 측의 관점대로 「리듬」은 다분히 작가의 감성적 분위기가 그 표현형식을 좌우한다. 그러나 미술작품에서 「조형」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미술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공간에 대한 분할과 결합에 따른 질서의 추구나 하모니를 지칭한다. 피카소와 브라크가 주장한 입체파가 대상을 분석해서 화면을 다시 만드는 것이 목표이었던 것처럼 이들은 색채의 조합에서 공간의 구성과 설정 그리고 형태의 조화까지 세심하게 반응한다. 이 조형의 파트에서 작가들의 표현 양식이 비중 있게 고려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러기에 그것들은 원칙적으로 반구상적인 세계에서 추상적인 세계까지를 포함한다. 김인겸이나 유인수처럼 공간에 대한 절대적인 해석을 날카롭게 보여주는가 하면, 우제길처럼 기하학적 옵티칼의 추상공간을 보여주거나 함섭처럼 종이라는 물성으로 전통적 조형의 하모니를 구축한다.

이 외에도 절대공간을 명료하게 확보하고 있는 장화진이나, 반구상 매력의 진수에 정진해온 장순업등은 오래전부터 그들만의 독특한 구성방식으로 공통적으로 색채를 통하거나 형상으로 인한 구성과 조형미의 정점을 보여준 작가들이다. 이 전시에는 다소 개념적으로 모호해 보이지만 교감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이고 있다. 물론 시각에 따라 교감은 「리듬」과「조형」의 완성적인 측면에서 널리 해석 할 수 있다. 사실 「교감」이란 감상자와 회화와의 만남에서 전해지는 소통의 현상이다. 그 소통의 기능과 현상이야 말로 미술의 힘이 되기도 하고 소통불가의 난해한 미술로 추락하기도 한다. 여기 많은 작가들이 소통의 코드로 내놓은 것들은 과연 작품이 관람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에 관한 문제이다. 그리고 그것은 리듬과 조형이 조화롭게 미술의 차원으로 승화 될 수 있는가이다. 화면은 형체가 아닌 색으로 가득 차게 되고 그 색채들이 만들어내는 화면은 리듬과 조형으로 하나의 언어로 탄생되지만, 조형만큼은 분명 회화의 법칙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지각되는 회화의 일차적 요소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 전시가 리듬과 교감으로라는 씨줄을 엮었다면, 이 조형 분야는 다분히 날줄 형태로 작가들의 표현기법을 골고루 포함하되 그들만의 독자적인 언어와 어법이 갖추어진 작가로 짜여졌다. 그러기에 스펙트럼의 빛처럼 여기에는 사실 초현실 공간(한만영)과 디지털(이이남) 의 감성과 미디어 (김승영), 등 다양한 테크닉들이 활용되고 있다. 강성원, 김순철의 재료가 그러하고 감성의 에센스 표현인 장성순, 권기철, 떠내는 판화기법의 송번수, 모던한 콜라주 형태의 진익송 등이 때로는 미묘한 형식으로 엮어져 있다.

예술작품의 세계에서 이 『스펙트럼』이 보여주는 리듬과 교감, 그리고 조형이 없이 미술작품의 존재는 불가능하다. 어떤 작품들은 색채를 중심으로 한 동시적 표현이 가능하고, 어떤 작품들은 색채조형과 구성, 리듬으로 그림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공간도 생겨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조형의 세계인 회화로 탄생된다.

여기 출품된 작가들이 온전하게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변덕부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외로운 길을 걸어온 예술가들에 대한 조망이자 조명이다. 우리는 이들의 작품을 통하여 그들이 평생을 통하여 이룩하고 져 한 것이 무엇이며 그리하여 결국 보여준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일이다. 미술사학자 한스 제들 마이어는 미술작품은 스스로 여행을 한다고 했다. 우리는 그들의 여행과 동행하며 그들의 작품 속에서 그들이 치열하게 고뇌하며 뿜어내는 예술의 영혼을 공유하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


김종근│미술평론가, 2009 부산 국제 멀아트쇼 전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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