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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뭉치 이야기

윤진섭

이불뭉치 이야기
                                                   윤 진 섭

아래 사진 속의 물건은 내가 아침에 집을 나서다 발견한 오브제이다. 이웃에 사는 빌라 주민이 버린 이 오브제는 미적인 의도가 전혀 없는 일상적 행위의 산물이다. 마르셀 뒤샹의 비미적인 오브제 선택 행위보다 한 수 위처럼 보인다. 왜? 순도 백 퍼센트의 무의도성 때문에. 그는 모르긴 해도 미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일상적 행위로 이불을 포장했을 것이다.나는 우연히 이 오브제를 발견했다. 그것을 발견한 순간 뭔가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오브제를 보는 순간 미적인 느낌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어쩌면 주술적인 느낌에 보다 가까운 것이었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마력에 마음이 끌렸으니까. 순간 나는 이 물체를 폭탄처럼 뒤샹의 변기를 향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수령 백살이 넘은 '샘(Fountain)'(1917~ ) 노인을 이제는 장례지내야 할 때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 노인이 치매에 걸려 더 망령을 떨기 전에 그 화려한 일생을 기린 다음 장례를 치뤄야겠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마침 올해는 이 노인의 부친인 뒤샹이 서거한지 51주년이 되는 해가 아니던가? 그래 어서 빨리 이 노인을 장사지내 백 년 동안 주술적 최면에 걸려 비몽사몽의 순간을 살고 있는 샘교의 신도들을 구원하자. 아침에 집을 나올 때 이 오브제를 봤으니 7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자리에 있으면 다시 만나게 될꺼고 그 사이에 청소차가 가져갔으면 영원히 헤어지는 거다. 그게 운명이라는 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그 오브제는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그대로 있었다. 7시간만의 해후였다. 길을 걸어오면서 나는 속으로 제발 청소차가 그 놈을 실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으나 그 놈은 그런 나를 비웃듯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이것도 인연이니 같이 가자. 나는 단단히 포장한 검정색 테이프 사이에 손가락을 끼워 들어올렸다. 가뿐했다. 또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 것인가? 순간 나의 머리는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벽 위에 걸린 괘종시계의 시침이 밤 12시를 가리키는데도 지족거사는 잠이 안 왔다. 저녁 때 집 근처 길에서 주워다 창고에 처박아둔 물건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남이 쓰다 버린 물건을 주워다 놓은 데서 오는 꺼림칙한 느낌도 일부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 물건의 존재감이랄까, 거기에 그렇게 있어야만 될 어떤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그는 더욱 신경이 쓰였다. 왜 그 물건은 청소차에 실려가 처리되지 않고 어두운 창고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가. 만일 지족거사가 그 물건을 못 본 척하고 지나쳤더라면 그놈은 몇 시간 후 청소차에 실려 어느 으슥한 매립지에 버려질 것이다. 그게 보통 쓰레기들이 처리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이놈은 지금 지족거사에 의해 매립지가 아닌 어둡고 습한 창고에 누워 있다. 자리에 누운 채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지족거사는 아무래도 창고에 가서 한 번 더 그놈을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 회청색의 페인트로 칠해진 철제문을 여니 그놈은 창고 안을 꽉 채운 잡동사니들 위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지족거사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화면을 보니 어둡게 나왔지만 물체를 식별할 정도는 되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서너 시간 정도 티브이를 보다 잠자리에 든 허무한 씨는 천장에 매달린 백열전등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불현듯 어제 아침에 출근하다 본 이상한 물체가 떠올랐다. 흰 색의 부드러운 천에 싸인 그것은 검정색 비닐 테이프로 둘둘 말린 채 골목의 길거리 한편에 방치돼 있었다. 전봇대 옆에 놓인 쓰레기 봉지와 함께 있는 것으로 봐서 누군가가 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빌라의 담벼락에 기대어 있는 그 물체는 정황으로 미루어봐서 그 빌라에 사는 어떤 주민이 버린 것 같았다. 그것은 아직 쓸만한 이불이었다. 면으로 된 흰색의 홋청은 새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누가 이 멀쩡한 물건을 버렸을까? 허무한 씨는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물체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세히 살펴봤다. 참 능숙한 솜씨로 테이프를 돌렸군. 정말 그랬다. 그냥 무심코 둘둘 만 것처럼 보였지만 테이프는 완벽할 정도로 철저히 물체를 결박하고 있었다. 얼핏 봐도 전문적인 포장공의 솜씨처럼 보였다. 그것은 분명 달인의 경지에 오른 솜씨였다.순간, 허무한 씨는 왠지 모르지만 그 물체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계를 들여다 봤다. 그러나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그것을 집에 갖다 놓고 난 뒤 출근 시간에 맞추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지하철역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퇴근길에 갖고 가자고 생각하면서. 낮에는 청소차도 안 다닐 뿐더러 버린 물건을 갖고 가는 사람도 흔치 않다는 사실 또한 적이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허무한 씨가 퇴근길에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 물체는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검정색 테이프 조각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문구 때문일까? 허무한 씨는 검정색 비닐 테이프에 금색으로 연속적으로 찍힌 'Attention'(주목)이란 글자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이불뭉치가 잠에서 깬 것은 갑자기 끼이익 하면서 금속성의 철문이 열리는 소음 때문이었다. 그저께 저녁에 좁은 골목 안 4층짜리 빌라의 벽에 피곤한 몸을 기대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와 갑자기 허리춤에 손가락을 끼워 넣더니 번쩍 들어 올렸던 것이다. 이부자리는 갑자기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발밑에서 저벅거리며 걷는 그 남자의 빠른 발걸음이 느껴졌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체불명의 그 남자는 한 빌라의 현관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갔다. 저벅저벅 시끄러운 발자국 소리를 뒤에 남긴 채 한참이나 계단을 오른 그 남자는 옥상 위에 있는 창고의 철제문을 열고 나를 여러 잡동사니들이 엉켜있는 곳에 던져 넣고는 쾅 하고 문을 닫았다. 내가 미처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실내는 암실 그 자체였다. 도대체 여긴 어딘가? 순간 말할 수 없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인간들이란! 생각해보니 기가 막혔다. 한 일 년 전인가? 새하얀 솜과 흰색의 천이 만나 이불인 내가 세상에 태어났다. 거의 똑같이 생긴 내 형제들은( 한 만 명이나 될까?) 드르륵 드르륵 미싱이 돌아가는 소음과 미세한 보푸라기들이 난무하는 넓은 공장에서 태어났다. 완성된 누비이불은 회사의 로고와 상품명이 인쇄된 투명하고 질긴 대형 비닐주머니에 넣어진 뒤 트럭에 실려 매장을 향해 길을 떠났다. 며칠 후 나는 이름을 알 수 없는(당연히 물건에 지나지 않는 나는 글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한 백화점의 매대에 진열된 신세가 되었다. 나의 형제 대부분은 백화점 안에 있는 창고에 갇혀 팔려나갈 때를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지만, 나는 운 좋게도(이걸 과연 운이 좋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 조명이 휘황찬란한 백화점 매장을 구경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내가 그 곳에 있는 동안 보고 들은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신혼 부부로 보이는 남녀나 혹은 우아한 중년의 부인들이 낮은 목소리로 나눈 어떤 대화는 만일 내가 발설을 하면 다음날 아침 신문의 사회면 톱을 장식할 내용도 있다. ''얘, 조심해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단다.''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키득거렸지만 바로 코 앞에 있는 내가 듣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젊고 매력적인 남자배우 K가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어떤 부유한 여자의 애인이란 사실을 알았다.사람들이 나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 이유는 내가 새나 쥐처럼 생물 축에도 끼지 못하는 하찮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건을 특별히 대접해 준 아주 특이한 사람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백년 전인 1917년에 마르셀 뒤샹이란 괴짜가 <앙데팡당>이란 전시에 남자용 소변기를 출품한 사건이 있었다. 눈으로 보는 미술이 대세를 이룬 당시 미술계의 관행은 뒤샹이 'R. Mutt'라는 가명으로 출품한 남성용 소변기를 미술작품으로 인정하기에는 저어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뒤샹 자신이 심사위원회의 부위뭔장 자격으로 심사에 참여했지만 이 물건은 심사에서 떨어졌다. 얼마 후에 뒤샹은 이를 둘러싼 전말을 자신이 관여하는 ‘장님’이란 잡지를 통해 밝히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백화점 혼수용품 매장의 매대 위에 진열돼 있는 동안 나는 여러 사람의 손을 탔다. 고객들은 내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거나 꾹꾹 눌러서 내 몸이 얼마나 탄력이 있는지 테스트 하기도 했다. 주부로 보이는 어떤 여자는 천 사이로 삐져나온 솜의 작은 끝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하마트면 비명을 지를뻔했다. 그건 정말이지 머리카락을 억지로 잡아당겨 모근이 빠질 때의 고통에 가까웠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며칠 동안이나 거기에 그렇게 있다가 샘플 상품을 싸게 처리하는 바람에 덥썩 산 어떤 고객의 집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내가 검정색 테이프에 둘둘 말려 차가운 날씨의 길거리에 나앉게 된 바로 그 빌라의 어느 집이었던 것이다.그 집에서 보냈던 기간에 본 일도 생략하련다. 그것은 지금 전개되고 있는 이 스토리와는 맞지 않기 때문에. 처음 이 창고에 들어온 날, 나는 칠흑처럼 어두운 공간이 너무 무서웠다. 대체 이 속에 무엇이 들어있을까? 나는 허리 밑에서 몸을 찌르는 예리한 물건이 너무 신경이 쓰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몸을 뒤척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바로 그때였다. 내 이름은 부러진 삽이야. 넌 누구니?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실내는 암실이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넌 날 볼 수 없어. 그저께 네가 여기 왔을 때 난 희미한 불빛 속에서 잠깐 네 모습을 본 적 있지. 넌 살이 통통하게 찌고 피부가 희지? 그런데 불쌍하게도 검정색 테이프로 칭칭 감겨있더구나. 그래 아프지는 않니? 응, 처음엔 아팠지만 이젠 견딜만 해. 뭐 내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운반하기 편하니까 그랬겠지. 아프고 고통스런 것도 체념하면 괜찮아.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거지 뭐. 응 그렇긴 해. 나도 공사장에서 일하던 어떤 인부가 나를 화단에 버리는 바람에 흘러흘러 여기까지 오게 됐지. 그래? 그럼 잠도 안 오는데 네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니? 그럴까? 말을 마친 부러진 삽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부러진 삽 이야기
내 이름은 부러진 삽이야. 영어로는 'Broken Shop'이고. 처음에 난 이름이 없었어. 그냥 사람들이 삽이라고 불렀지. 근데 그건 보통명사야. 사과, 배, 별, 나무처럼 편의상 다른 것과 구분하기 위해 그렇게 이름을 지어 붙인 거지. 태어나서 난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 주로 공사 현장이었지. 난 구로구청으로 팔려갔는데 거기서 잔뼈가 굵었지. 취로사업이란 게 있는데 넌 아마 잘 모를 거야. 좀 가난한 주민들 생계를 보조하기 위해 일을 시키고 돈을 주는 공공근로사업이야. 주로 부녀자나 노인들이 하는 일이지. 난 구로구의 관내 여기저기로 옮겨다니면서 일을 했어. 그 사람들이 쉴 때는 날 내동댕이치고 가는 바람에 어느 땐 비도 흠뻑 맞고 그랬어. 몇년 동안이나 눈도 맞고 비도 맞고 어떤 때는 화가 난 노동자가 날 가지고 시멘트벽을 세차게 때리는 바람에 골병도 들었어. 너도 알다시피 삽 자루인 내 몸은 나무잖아. 그러니깐 세월이 가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썪는 거지. 하루는 화단공사를 하는데 공사장의 십장이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담당 공무원한데 한바탕 욕을 먹었어. 근데 그 사람이 간 뒤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십장이 마침 화단에서 삽질을 하고 있던 늙은 인부한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어. 삽질을 그렇게 밖에 못하느냐고 하면서 말이야.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보이던데 그 사람도 너무하데.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길옆 가로수에서 들리는 매미소리가 요란했지. 내가 그 소리를 왜 기억하냐면 바로 그때 화가 머리끝까지 난 늙은 인부가 나를 보도블럭에 패대기쳤기 때문이야. 그 순간 그렇잖아도 늙고 병든 내 몸이 딱 두 동강이가 났어. 그러자 쇠로 된 보습은 돈이 되니까 다른 인부가 가져가고 낡고 아무 짝에도 쓸 모 없는 삽자루는 화단에 버린 거지. 그래서 보습과 난 생이별을 하게 된 거야. 본래 한 몸이었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어? 궁금해진 이불뭉치가 귀를 쫑긋하며 채근을 했다2010년 11월 22일 오후 3시경, 왕치(Wangzie)는 지하철 구로역에서 내려 문래예술공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문재선이 대표로 있는 판아시아 퍼포먼스 페스티벌(PAN Asia Performance Festival)이 있는 날이다. 왕치는 문래예술공장에서 가까운 사거리 대로변에 서서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켜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자 그는 횡단보도를 건너 우측으로 꺾어들었다. 문래예술공장은 거기서 오백미터 거리에 있었다. 왕치가 약 십 여 미터쯤 걸어갔을 때 보도 옆에 화단이 있었다. 초겨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꽃나무는 시들어 가지만 앙상했다. 왕치는 이 을씨년스런 광경에 잠깐 눈길을 주었다. 순간 누렇게 메마른 꽃나무 사이로 부러진 삽자루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왕치가 약 십여 미터 정도 걸어가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가던 발길을 돌려 다시 화단으로 갔다. 그는 삽자루를 집어들었다. 자루에는 빗물에 튀었는지 모래가 묻어 있었다. 왕치는 걸어가면서 손으로 모래를 탈탈 털었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이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주자. 뭐가 좋을까? 부러진 삽자루라. 옳지, 그러면 부러진, 영어로는 'Broken'이 좋겠군. 그 다음에 삽은 영어로 하면 'Shop'에 가깝지. 그럼 '부러진 삽'이라 하고 영어로는'Broken Shop'으로 부르면 되겠구나. 왕치가 문래예술공장에 도착하니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왕치는 그 중 한 사람에게 유성 사인펜을 달라고 해서 멋지게 이름을 써넣고 사인을 했다. 그리고 나서 마침 자리에 있던 참여작가들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성능경, 문재선, 조은성, 슈양(Shuyang), 미야끼 이누까이Miyaki Inukai), 김진수 등이 사인을 한 뒤 부러진 삽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좌담(Round Table)
Very Funny G.P.S (G.P.S) : '이불뭉치'니'부러진 삽'이니 하는 이게 다 무슨 소린가?
Yoon Jin Sup(Y.J.S) : 실제로 있었던 사건과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에 관한 이야기다. 거기에 의인화의 살을 붙이고 이야기를 좀 재미있게 끌고가기 위해 당의정을 입혔다.
So So(S.S) : 의인화란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는 말인가?
Y.J.S : 그렇다. 장자가 우화적 수법을 썼듯이 때론 그런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G.P.S : 너무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이나 사건, 사태를 보니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거 아닌가?
Y.J.S : 다분히 그런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물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던질 필요가 있다.
S.S : 연재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니 현재와 과거의 경계가 구분없이 오락가락 한다.
Y.J.S : 그것이 상상력의 특권 아닌가? 그러나 시간의 앞뒤 순차는 있을지 몰라도 사건은 분명히 일어난 것이다. 제시된 사진자료가 말해주지 않나? 또한 복수의 등장인물이 자신의 관점과 경험에서 동일한 사태를 진술하는 것도 특이하다.
G.P.S : 예를 들자면?
Y.J.S : 골목에 버려진 이불뭉치를 두고 지족거사와 허무한 씨, 그리고 맨 처음 도입부에 등장하는 '나'의 대목이 그렇다.천둥치는 이 밤에(천둥) : 이들은 동일한 인물들인가 서로 다른 인물들인가?
Y.J.S : 같은 인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So So : 글을 읽다보면 허무한 씨는 이불뭉치가 버려진 사건의 현장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 같은데?
Y.J.S : 주민일수도 있지만 먼 곳에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하나?
G.P.S : 출근시간에 늦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불뭉치를 집에 가져다 두고 오는 걸 포기하지 않았나? 그래서 결국은 잃었고.
Y.J.S : 부산에 사는 허무한 씨가 서울에 출장와서 일보러 가는 것도 출근하는 일이다. 직장이 어디라는 말은 없었다.
S.S : 따지고 보니 그렇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 부러진 삽을 화단에 버린 인부의 이야기는 실제인가?
Y.J.S : 실제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걸로 안다.
G.P.S : 그런 걸로 안다고? 그럼 사실이 아니고 허구가 아닌가?천둥 : 반드시 허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서울에서 일부러 부러진 삽자루를 그런데 버리는 경우는 없으니까.
S.S : 사실일 수도 있지. 트럭의 짐칸에 타고 지나가던 어떤 노동자가 친구와 장난을 치다 삽자루가 부러지니까 쓸 모 없다고 판단해서 던져버린다는 게 화단일 수도 있고.일동 : 맞네(다 같이 웃음)
So So :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서울문화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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