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전 - 세렌디피티(Serendipity)
김성호(미술평론가)
전시 전경
한 번의 카메라 셔터로 결코 포착할 수 없는 커다란 건축물을 수천, 수만 장의 이미지로 촬영하여 이어 붙여 만든 작가 이중근의 디지털 사진은 그야말로 장중한 모뉴멘트 그 자체입니다.
정면성의 시점으로 불러들인 유럽의 이 장중한 건물 사진들에는 작가가 숨겨 놓은 재미와 위트가 가득합니다. 역사적 건물 속에 담긴 종교적 아이콘인 인물들의 얼굴을 모두 작가의 것으로 뒤바꿔 놓았기 때문이죠. 원래 있어야 할 성상은 온데간데없고 혀를 내밀고 있거나 희로애락의 감정을 유희적으로 탐구하는 작가의 짓궂은 얼굴만이 관객을 반깁니다.
아뿔싸! 그것은 전체의 사진 이미지만 보고 가는 관객은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작품 속의 숨은 장치’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그의 전시 주제인 ‘뜻밖의 재미’라는 의미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 즉, ‘우연이 견인하는 중대한 발견’은 코를 박고 작품을 읽는 이들에게만 작가 이중근이 선사하는 특별 선물인 셈입니다.
사실 관객은 쉽게 간과하죠. 그것은 위트와 유희적 차원을 넘어선 실재와 가상, 현실과 초현실의 간극을 질문하고 있는 작가 이중근의 철학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중근_You Are My Sunshine (당신은 나의 태양)_ 사진, 컴퓨터 그래픽, 디지털 프린트, 디아섹, 우드 프레임_160×270cm_2017.
이중근_IN GOD WE TRUST_세 개의 문_ 사진, 컴퓨터 그래픽, 디지털 프린트, 디아섹, 우드 프레임_120×247cm_2008~9.
이중근_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_ (시간 속의 그 모든 순간들은 빗속의 눈물처럼 사라져간다)
사진, 컴퓨터 그래픽,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우드 프레임_150×225cm_2013.
이중근_What Are You Looking For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나요_ 사진, 컴퓨터 그래픽, 디지털 프린트, 디아섹, 우드 프레임_180×208cm_2010
출전/
김성호, 「전시 단평- 이중근 전」, (이중근 개인전, 세렌디피티(Serendipity), 2019. 6. 13-7. 18, 세브란스 아트스페이스), 김성호 페이스북
김성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