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초헌 장두건관을 아시나요?
많은 미술가들이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고 본인 작품이 상설전시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미술관은 그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고, 왜 한 특정작가에게 공간을 내주느냐라는 반대의견에 부딪친다. 그렇지만 공립미술관에 상설전시관이 이루이진 작가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천경자, 제주도립미술관에 장리석, 솔거미술관에 박대성, 포항시립미술관에 장두건관 등이 있다.
장두건은 고향인 포항에 대한 애정이 깊어, 2009년 포항시립미술관 개관을 기념하며 작품 50점을 기증했다. 이후 포항시립미술관은 화백의 뜻을 기리고자 초헌 장두건관을 마련하였고, 2014년 화백의 작품 19점과 각종 자료 1000여점도 영구기증을 받아 현재 꾸준히 장두건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장두건은 또한 포항 후배작가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2005년 초헌상을 제정하였는데, 오늘날 장두건미술상으로 이어져 매년 지역작가들을 발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현재 제 20회 장두건 미술상을 공모중이다.
초헌 장두건은 1918년 역사의 격변기 당시 포항에서 태어나, 2년 뒤로 호적을 올려 20년으로 출생 등록되었다. 39년 도일 후 그는 밀레의 전기를 읽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타이헤이요미술학교를 다니다 집안의 반대로 중퇴 후 메이지대학 법학과를 다니면서도 미술연구소를 꾸준히 다니며 미술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8·15 해방과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와 진명여중과 서울사대부중에서 교편을 잡았다. 1957년 도불하여 아카데미 드 라 그랑드 쇼미에르와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을 하고, 르 살롱에서 특선을 받으며 화업을 이어갔다. 60년 귀국 후 수도여사대, 성신여대 교수, 동아대 예술대 초대학장을 역임하였고 2015년 타계했다. 이형회를 창립하고, 초헌상을 제정하는 등 교육자로서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전시를 여는, 붓을 항상 놓지 않는 꾸준함과 끈기가 돋보였던 화가였다.
장두건의 작품은 자연을 중심으로 한 사실적인 작품들이 많다. 당시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으로 구상미술의 길을 고집하며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하였다. 꽃, 여인들, 풍경, 정물 등을 소재로 삼았고 특히 장미를 많이 그려 장미의 화가라고 불렸다. 대표작으로는 <투계>, <청춘>, <식탁 위> 등이 있다. 그는 구상회화의 대가라고 불릴 만큼 섬세하면서도 엄격하게 대상의 형태에 집중하여 그려냈다. 또한 자연광에서의 작업을 고집하였는데, 자연에서 나오는 밝은 빛을 통한 생명의 경쾌한 역동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1997년 문화훈장 보관장, 2010년 제55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등 많은 상들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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