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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애·이민정/Here being

정영숙

갤러리세인 기획초대
Here being

정 영 숙(문화예술학 박사, 갤러리세인 대표)



갤러리세인은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주목하여 2017 여름 < Here being - 송창애 · 이민정 > 2인전을 개최한다. “사람과 사물은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존재한다.” 라고 20세기 초반 화가이자 교육자인 로버트 헨리는 <젊은 예술가에게 보내는 편지>에 언급했다. 사물은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특정 사물을 대할 때 아름다운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 그 사물은 아름다운 것으로 존재한다. “예술이란 개인의 기질을 통해 본 자연이다”라는 표현도 있다. 그것은 개인의 경험과 내재적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사람에 대해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다. 작가가 동시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사회의식은 작가의 상상을 더해 독자적인 작품을 이끌어 간다. 송창애 · 이민정 작가는 동시대에 존재하는 현실의 사람, 자연과 사물에 대해 각각의 감각적인 인식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작을 꾀하고 있다. 두 작가의 'Here being'은 작품으로 현존재(Dasein)한다. 



송창애_Waterscape 17016_물꽃_75x75cm_청분, 장지, 물 드로잉_2017



송창애 작가는 2013년 이후 ‘워터스케이프(水流花開)’ 시리즈 작업을 확장해오고 있다. ‘Waterscape'는 '물로써 그린 물 풍경'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물을 소재로 그린 풍경(The scape of water)과 물로 그린 풍경(The scape by water)을 의미한다. 나아가 '나의 작업은 물이라는 메타포를 통한 생명의 근원과 본질, 그리고 존재의 원형에 대한 직관적이고 감각적 경험의 시각적 산물(The scape for water)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이처럼 송창애 작가는 물로써 세상을 바라보고(以水觀之), 모든 만물의 이치를 물로써 유비적으로 표현한다. 작업실 캔버스 앞에는 물감 대신 커다란 공기 압축기가 놓여 있다. 붓이 아닌 공기 압축기에 연결된 스프레이 건(물붓)으로 물을 분사하며 수압의 강약조절에 의해 그리고자 하는 형태를 물로 지우고 씻어내는 방식으로 그린다. 기존 원형 작업의 맥락은 이어오되, 최근 들어 전통 한국화적 형상이 드러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사군자, 화조화, 영모화 등이 시각화 되면서 물과 전통적 형상이 조화롭게 표출되고 있다. 



송창애_Waterscape 17020,17021,17022_20x20cm(x3)_분채, 종이, 물 드로잉_2017


[Waterscape 17020]은 해초 같은 형상이 푸른 빛 캔버스에서 출렁인다. 작가는 이 시리즈에 대해서 “짙푸른 심해 속에서 피어난 물꽃은 불완전한 존재의 완전성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의 은유적 표현이다.”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대상을 넘어 심해에서부터 자아의 감성을 끌어내고 자연과 물아일체가 되어가는 그 지점, 작가는 물 분사기로 힘을 조율하며 한바탕 퍼포먼스를 한다. 작가 스스로 몰입하지 않으면 힘든 노동의 시간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송창애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신명나는 물놀이'에 비유한다. 캔버스에 물을 분사시키는 과정은 온몸으로 호흡하는 역동적인 몸짓, 그 자체이다. 그래서 작가의 그림에는 ‘물로 그린 물 풍경’ 너머의 정신이 스며들어 있다.



이민정_생각중_oil on canvas_162x130cm_2015


이민정 작가는 7회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2007년 개인전에서 이미 추상작업으로 역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나의 감수성이 제약 없이 방출되는 순간들을 즐기는 것이다.”라고 당시 작업노트에 적었다. 지난해 개인전에서는 “앞으로 구조-물질-신체 라는 세 가지 큰 모티브가 회화의 표면에서 어떻게 드러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기체 상태의 화면이 한편에서 대두되지는 않을지 작업 과정 속에서 즐겁게 발견해 나갔으면 한다.”라고 적었다. 작가는 자연과 외부 사물을 작가의 감각적인 거름망으로 발췌하는 힘이 있다. 그러한 외부의 현상을 정련된 감각으로 재구성할 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오고 간다. 시소에서 균형을 잡듯이 이들은 균형을 잡기 위해 감각은 확장되어 ‘조각-그림’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빈 캔버스 앞에서 외부의 영향이 정제된 내면의 소리를 끌어낸다. 오랫동안 숙련된 그의 균형추는 캔버스를 자유롭게 유영한다. “지금 내가 여기 서 있다”라는 신체성과의 연결이 균형의 시작점이다. 작가는 나무와 건축물에도 조각 형태를 찾는다. 든든함과 육중함, 균형감을 찾으면서 느낀다. 뭔가 균형 잡히는 형태에서 작가는 시각적인 쾌감과 작가 스스로 내부에서 균형이 찾아지는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이민정_Untitled_acrylic 0n paper_37.5x47cm(x3)_2017


작가에게 추상작업을 지속하는 힘은 무엇인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작가는 한 참을 생각에 잠긴 후에 '어떤 화가의 탁월함은 그가 만들어내는 조형적 문법의 갯수에 있다고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추상에서의 조형적 문법이 아직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가 건네준 2012 개인전 도록에서 최근까지 자료만 봐도 그만의 조형 문법을 만들기 위해 투영된 시간의 축적을 느끼게 된다. 작품 안에 ‘진지한 모습’과 ‘멍청한 모습’이 함께 투영되길 바라는 작가의 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송창애 작가는 ‘물로 그린 그림’에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물로만 가능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이민정 작가는 그림의 본질에 더 집중한다. 외부에 환경은 극도로 정제하는데 이는 외부를 인식하고 있는 작가의 온 몸으로 그림을 마주하는 자세에서 기인한다. 송창애 · 이민정 작가는 작업 방향과 표현 방식은 다르다. 다만, 유사성이 있다면 외부의 환경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자정 장치가 뛰어나고 이를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데 탁월하다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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