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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평/ 토탈 미술관_Video Portrait 전 안정주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정연두 작가의 <와일드 구스 체이스>

윤지수


토탈미술관_ Video portrait 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와일드 구스 체이스> 작품평

1. 안정주_<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시장을 내려가는 계단에서 나는 작가 안정주(1979-)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본래 두 개의 채널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전시장에서 하나의 채널만 볼 수 있었다. 영상이 나오는 화면은 작품의 유일한 주인공인 아이의 키만 하므로 관람자는 아이의 행동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술래 역을 맡은 아이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며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아이가 뒤를 돌아본 순간에 아이의 행동은 슬로우 모션으로 바뀐다. 아이가 다시 턱을 원위치로 돌리기까지 10초의 시간이 걸리는데 관람객에게 영상이 잠깐 멈춘 듯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이윽고 아이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을 목격한 관람객은 속도가 느려진 영상임을 알 수 있다. 술래 이외에 다른 참여자들은 화면 내에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술래가 앞을 응시하는 순간부터 고개를 돌리기 전까지의 시간은 참여자들이 술래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다. 원래 게임이라면 참여자들의 발소리나 말소리가 들릴 테지만 이 영상에는 어디서도 참여자의 존재 여부를 유추할 수 없다. 그래서 관람객은 어느 순간 참여자가 된다. 관람객은 아이가 고개를 돌린 순간 자신을 응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되고 ‘게임의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10초 후 시간은 원래대로 흘러가고, 참여자였던 관객은 다시 관객이 된다. 한 텀이 끝나면 술래가 바뀌는 기존의 게임 규칙은 파괴된다. 아이는 자신이 만든 게임 속에서 영원한 술래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단순히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진1) 안정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Blossomed, The Rose of Sharon)>, 2채널 설치, 컬러, 8’56”, 2013
 
2. 정연두_<와일드 구스 체이스(Wild Goose Chase)>
  영상 속 배경은 일본 이바라키 현의 미토시이다. 작가 정연두(1969-)는 미토시의 낮과 밤을 보여주는 사진 1,500장을 사진작가 시라초리 켄지에게 받아 슬라이드 쇼로 만들어 빠르게 돌린다. 각각의 사진은 초점이 없고, 찍을 당시에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린 흔적이 보인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차가 거리를 활보하는 미토시의 낮 풍경과 배경이 삭제된 체 조명의 흔들림만 보이는 밤 풍경은 작가에 의해 교차 편집되어 영상화된다. 작품은 오조네 마코토가 작곡한 곡인 <와일드 구스 체이스>를 배경음으로 한다. 다소 밝고 빠른 재즈풍의 배경음과는 안 어울리는 일상적인 거리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작가는 작품 초반에 일정한 시간 동안 낮의 거리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여준다. 카메라의 흔들림으로 인해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각각의 사진은 비슷한 풍경을 담고 있다. 따라서 여러 장이 모일 때 시간성은 극대화 되며 움직이는 필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후 낮의 거리와 밤의 거리를 담은 사진이 교차하여 등장하는데, 이 때문에 관람객은 이 작품이 사진으로 이루어진 영상임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영화적인 특성을 보인다. 첫째로, 찍는 자에 의해 변형이 이루어진 각각의 사진은 지표성을 잃었다. 따라서 영화적이다. 낮 거리의 풍경은 어디에도 초점을 맞추지 않은 채, 사람이 걸어 다니는 장면과 차가 움직이는 장면을 흐릿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밤거리의 풍경은 아예 배경조차 알아볼 수 없다. 다만 조명의 존재 여부와 카메라의 흔들림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둘째로, 사진 내에, 사진이 모인 슬라이드 쇼에 시간의 흐름이 담겼다는 점에서 영화적이다. 셋째로, 작가가 설정한 주제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영화적이다. 작가 정연두는 시각장애인 사진가가 찍은 1,500장의 사진에 순서를 매겼고, <와일드 구스 체이스(Wild goose chase)>라는 배경음악을 입혔다. ‘부질없는 시도, 헛된 노력’이라는 뜻을 지닌 배경음악은 제목의 뜻과는 다르게 밝은 분위기와 빠른 리듬을 지닌다. 배경음의 리듬에 맞춰 빠르게 지나가는 각각의 사진은 후쿠시마 원전과 근거리에 위치한 미토시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아침에 차를 타거나 걸어서 출근 하고 학교에 가지만 어쩌면 이는 헛된 행동일지도 모른다. 이미 그 마을은 방사능에 의해 오염되었고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에 부적합한 공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침마다 그들이 일상을 시작하는 행위에 대해 ‘부질없을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밤거리가 너무나도 깜깜하고 혼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영상은 낮의 거리 풍경을 보여주면서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미토시 거주자들은 일상을 지속해나간다고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영화적인 특성과 함께 사진의 특성을 지닌다. 영화 이론가 로라 멀비 (Laura Mulvey, 1941-)는 사진이 영화화되는 순간을 기입(registration)의 순간인 그때(then-ness)가 내러티브와 픽션의 세계가 가진 시간성 안에서 상실될 때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기입의 순간이 상실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슷한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이 모임으로써 기입의 순간이 반복되며 관람객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두 번째 사진의 특성은 ‘과거와의 성찰’이다.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사진의 기능인 ‘과거와의 성찰’이 영화의 시간성 안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1) 이 작품은 각각의 사진을 통해 사진 찍을 당시를 기억하게 하며 거기-있었음(having-been-there)을 관람객의 지금-여기(here-now)에 현전시킨다. 또한 슬라이드 쇼 화 된 사진의 무더기는 영화의 구조를 띄긴 하나, 시간에 의해 밀어내는 사진과 밀려나는 사진 모두가 관람객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는 점에서 영화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사진 2) 정연두, 와일드 구스 체이스(Wild Goose Chase), 1채널, 컬러, 4’49”, 2014 



사진1) 안정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Blossomed, The Rose of Sharon)>, 2채널 설치, 컬러, 8’56”, 2013


사진2) 정연두, 와일드 구스 체이스(Wild Goose Chase), 1채널, 컬러, 4’49”, 2014 

<각주>
1) 김지훈, 「정지와 운동 사이의 하이브리드 무빙 이미지: 다비드 클레르부(David claerbout)의 비디오 설치작품」, 『현대미술학논문집』, Vol.19, 현대미술학회, 2015, pp.129-140

<참고자료>
1) 김지훈, 「정지와 운동 사이의 하이브리드 무빙 이미지: 다비드 클레르부(David claerbout)의 비디오 설치작품」, 『현대미술학논문집』, Vol.19, 현대미술학회, 2015
2) Constance Penley, “The Imaginary of the Photograph in Film Theory” (1984), The Cinematic, The MIT Pres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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