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퇴사하겠습니다』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엘리 펴냄, 2017
우)『 권외편집자』 츠즈키 쿄이치 지음, 김혜원 옮김, 컴인 펴냄, 2017
최근에 인터넷 라디오 두 편의 기획을 맡으며 그중 하나는 ‘미술저널’을 주제 삼아 미술저널을 만들었거나, 만들고 있거나, 만들 예정인 패널들과 함께 진행했다. 그들이 각자 일했던 매체의 성격도 다르고, 미술저널에 대한 생각도 달랐지만 모처럼 편집자들끼리 고민을 들으며 개인적으로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밖에서 다니다 보면 미술저널 뿐만 아니라 패션지나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온라인 매체에서 편집을 맡았다가 그만두고 나온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되면 묘한 동질감을 드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왜냐하면, 국내에는 유독 ‘편집자’라는 직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인데, 편집자는 분명 자신의 글만 쓰는 업과는 다른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눈치를 많이 본달까? 원래 필자(작가)의 눈치, 같이 책을 만드는 동료의 눈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독자의 눈치. 앞서 언급했던 『권외편집자』에서도 독자에 고려하는 내용이 있는데, 츠즈키 쿄이치는 ‘저 사람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겠지’라며 추상적인 독자층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독자’를 생각한다고. 이러한 관점은 비단 편집자뿐만이 아니라, 미술을 통해 공공적인 무엇인가를 매개하는 모든 전문가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경험치에 따라 생겨난 프레임을 스스로 깨긴 어렵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전히 미술종합지 편집자의 시각에 멈춰져 있다는 반성을 종종 하게 된다. 잡지사를 그만두고 나서 2년의 세월을 보내며 다소 두서없는 경험을 하며 그 프레임의 모서리를 조금씩 다듬어 나가는 중이다. 이나가키 에미코는 퇴사 전 명함과 직함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반해 훨씬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소속 없이 자유로움과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나에게나, 혹은 계약으로 몇 년마다 직장을 옮길 수밖에 없는 미술업계 종사자 누구나 귀 기울 법하다. 또한 회사로부터 자신의 가치관을 분리시켜 자립해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다시 풀이하면 언제나 마음 한 켠에 사직서와 함께 스스로 가치관을 키워나갈 수 있는 평생직장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