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엄격하게 대상의 형태에 집중한 포항미술의 초석
장두건(1918 - 2015)
장두건은 고향인 포항에 대한 애정이 깊어, 2009년 포항시립미술관 개관을 기념하며 작품 50점을 기증했다. 이후 포항시립미술관은 화백의 뜻을 기리고자 초헌 장두건관을 마련하였고, 2014년 화백의 작품 19점과 각종 자료 1000여점도 영구기증을 받아 현재 꾸준히 장두건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장두건은 또한 포항 후배작가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2005년 초헌상을 제정하였는데, 오늘날 장두건미술상으로 이어져 매년 지역작가들을 발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현재 제 20회 장두건 미술상을 공모중이다.
식탁 위, 1959
초헌 장두건은 1918년 역사의 격변기 당시 포항에서 태어나, 2년 뒤로 호적을 올려 20년으로 출생 등록되었다. 39년 도일 후 그는 밀레의 전기를 읽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타이헤이요미술학교를 다니다 집안의 반대로 중퇴 후 메이지대학 법학과를 다니면서도 미술연구소를 꾸준히 다니며 미술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8·15 해방과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와 진명여중과 서울사대부중에서 교편을 잡았다. 1957년 도불하여 아카데미 드 라 그랑드 쇼미에르와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을 하고, 르 살롱에서 특선을 받으며 화업을 이어갔다. 60년 귀국 후 수도여사대, 성신여대 교수, 동아대 예술대 초대학장을 역임하였고 2015년 타계했다. 1974년 한국신미술회, 1977년 상형회, 1984년 이형회 창립회원으로 초헌상을 제정하는 등 교육자로서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면서도 전시를 여는, 붓을 항상 놓지 않는 꾸준함과 끈기가 돋보였던 화가였다.
도봉산하의 가을, 1974
투계,1978
장두건의 작품은 자연을 중심으로 한 사실적인 작품들이 많다. 당시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으로 구상미술의 길을 고집하며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하였다. 꽃, 여인들, 풍경, 정물 등을 소재로 삼았고 특히 장미를 많이 그려 장미의 화가라고 불렸다. 대표작으로는 <투계>, <청춘>, <식탁 위> 등이 있다. <투계>는 텅빈 들판에 두편으로 나뉜 닭들이 대가리와 발톱을 앞을 내뻗고 나동그라질 듯 날개를 퍼덕이며 격렬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의 정신내용은 현대인간들의 치열하고 처참한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 오주석
세월, 1991
꽃이 있는 정물, 2003
그는 구상회화의 대가라고 불릴 만큼 섬세하면서도 엄격하게 대상의 형태에 집중하여 그려냈다. 또한 자연광에서의 작업을 고집하였는데, 자연에서 나오는 밝은 빛을 통한 생명의 경쾌한 역동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1997년 문화훈장 보관장, 2010년 제55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등 많은 상들을 수상하였다. 주요 개인전으로 1975, 77년 일본 개인전, 1979년 현대화랑, 1984년 신세계미술관, 2007년 졸수(90세) 기념전(서울갤러리), 2008년 이동훈미술상수상작가전(대전시립미술관), 2009년 포항시립미술관개관 특별전(포항시립미술관), 2018년 탄생 100주년기념전(포항시립미술관) 등이 있다. 장두건 관련 자료는 한국미술대표작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 아카이브 목록 105회로 서울아트가이드 2024. 4월호에 소개되었다.
초고 : 박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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