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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 김성룡 / 초현실계의 리얼리티

김종길

초현실계의 리얼리티



복합문화공간 꿀&꿀풀에서의 김성룡 개인전은 25년 여 작품세계 후반부 15년의 궤적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작품들로 꾸려졌다. 그는 <상처>(1998), <붉은 방>(1999), <밤의 파도>(2001), <피에타>(2002), <소년>(2003), <사라진 소녀>, <난파선>(2004), <가을>(2005), <새벽>(2006), <숲의 정령>, <숲의 사람>(2007), <空 >(2011-2013), <진 공>(2013)으로 이어지는 총 21점의 작품을 통해 그가 탐색해 온 미학적 세계의 비경을 펼쳐냈다. 그 사이에 개인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그는 이 비경의 스펙트럼을 완성하기 위해 팔려간 작품도 대여했다. 말하자면 그는 작심하고 이 전시를 기획했다. 왜?


1997년 IMF구제금융의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의 폐해를 몸으로 앓아야 했다. 급진자본주의의 링에서 타이슨의 핵펀치로 날아든 구조조정의 여파는 화이트칼라의 노동체계는 물론이요, 블랙칼라의 전문직 노동체계까지 붕괴시켰다. 강퍅한 삶의 체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육탄전’ 밖에 없었다. 시퍼렇게 멍든 핏빛상처의 좀비 얼굴로 삶의 파국을 엿보이는 <상처>나, 사시미칼을 움켜쥔 용문신 남자의 활활 거리는 외기(外氣)로 가득한 <붉은 방>은 ‘산몸(肉身)’의 비극적 절망과 극단적 분노를 표출한다. 그렇다면 구제금융이 끝난 뒤의 한국사회는 어땠을까? <상처>의 주인공이 목 잘린 남자의 피투성이 머리를 들고 있는 <밤의 질주>와 용(문신)의 남자가 정육점의 살코기로 내걸린 <피에타>는 그 절망과 분노가 사이코패스의 현실로 돌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김성룡의 작품들은 현실(前景)을 성찰한 비현실/초현실(後景)의 실체들이다. <상처>나 <붉은 방>처럼 그의 많은 작품들에는 알 수 없는 한 개인이 등장하고, 그는 그 개인의 상처 즉 트라우마의 뼈아픈 흔적들을 집요하게 그려냈다. 그것은 한국 근현대사에서의 역사적 사건을 예술적 사건으로 전환시켜서 집단적 트라우마에 쳐 박힌 무수한 몫 없는 자들의 영혼을 실체화 하는 것이기도 했다. 몫 없는 자들의 실체, 바로 그것이 그가 밝히고자 하는 후경의 리얼리즘일지 모른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가령 <숲의 정령>(2007)을 보자. 숲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흰 비둘기를 손에 안았고, 다른 손은 마치 어떤 사건의 발단을 일으키려는 듯한 손짓을 하고 있다. 작가에게 작품은(혹은 한 장면은) 하나의 상황을 전제하는 하나의 세계요, 그 세계의 창이다. [한 사람-한 장면-한 세계-창]이 작품의 구성이란 얘기다. 그리고 그는 ‘창(窓)’을 통해 후경만이 가진 영적 세계의 이미지를 덧씌운다. 예컨대 그는 무수한 선에 덧대듯 색을 얇게 덧칠하는데, 옹색한 재현보다는 작품 속 장면을 ‘시각적 사건’으로 전환하는데 색을 쓴다. 색들의 현현으로 장면은 구체성을 띄며 후경의 리얼리티를 발산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추상적 배경-구체적 장소-사건/상황-분위기]로 비로소 현실 너머의 후경이 비로소 실체화 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명확하게 그 장면의 사건이 지시하는 미학적 개념을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위의 해석적 체계를 통해 그의 작품들이 지시하는 미학적 상징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그 은유의 실체는 우리 삶의 현실계를 지탱하는 초현실계의 리얼리티이니까. 김성룡의 작품들이 이룬 아픈 후경들로서의 그 리얼리티를 보자.


마술적 판타지의 신화적 세계가 펼쳐지는 꿈과 전경의 삶을 좌우지 하는/한다고 믿는 토속적 샤머니즘, 깨어서 인식될 수 있는 자아의 밑구덩이에 처박혀 간혹 놀라운 직관과 인지능력을 발휘하는 초자아, 몸에 깃들어서 몸이 하는 일의 역사를 응시하는 마음,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꺼지지 않는 불을 밝히고 선 신령함(靈)과 넋(魂), 그런 넋의 환생을 관장하는 신령함의 서사(敍事), 그 서사가 다시 몸을 타고 올라가 쏟아내는 방언들, 그리고 신명의 공동체가 느리게 형성하고 오래도록 즐겼던 문화의 이미지들, 이미지의 은유들, 은유의 뼈들. 바로 그것들이 후경을 이루는 DNA요 리얼리티다.


아트인컬쳐_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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