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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수집의 기쁨, 기증의 여운

노상학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필자는 30대 젊은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아 주말이면 시내 헌책방을 순례하듯 드나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들어선 단골 가게 한쪽에 방치된 묶음 도서 속에서 낯익은 책 한 권이 눈에 확 들어왔다. 평소 구하고 싶었던 이미 절판된 책이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지 않은가! 무관심한 척하며 주인과 흥정에 들어가 뜻밖의 저렴한 가격으로 수중에 넣었다. 이 책이 바로 한국 문인화의 대가인 월전 장우성 화백이 1981년 12월부터 5개월간 모 일간지에 연재했던 회고록을 단행본으로 다시 펴낸 『화맥인맥』이다. 보물 다루듯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 또 한 번 감격했다. 월전 화백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가(大家)에게 증정한다는 내용이 자필로 또렷이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명사(名士)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귀한 책을 막상 실견하니 기쁨에 앞서 묘하게 안타까운 감정이 앞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즈음 박물관에서 유물을 수집하고 기증을 권유하며 새삼 깨달은 것은 수집은 열정이 필요하고 수증(受贈)은 기증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정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증은 수집가에게 개인 소장의 성취감보다 기증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식 시켜 진심이 통해지면 마침내 결실로 맺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기증하는 마음 저 깊은 구석에는 서운함과 여운이 당연히 자리 잡고 있을 터.

사실, 세상사 모든 일이 정점에 이르게 되면 꺾여 내려가기 마련이다. 필자도 어느 땐가부터 열정적으로 수집한 도서에 대해 슬슬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땀과 정성이 배인 이 귀중한 도서들이 나 이후 세대에도 온전히 보존될까?

아마 아닐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값이 나가는 유물이나 물려주면 모를까 자신이 취미로 수집한 물품은 ‘운연과안(雲煙過眼)’ 이란 옛말도 있듯이 구름이나 연기처럼 문득 사라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공들여 수집한 물품은 생전에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를 결정하여 결국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필자도 크게 내세울 것 없는 얼마간 수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기증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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