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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존재 방식, ‘모노하(もの派)'’

이승현

전시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돌멩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관람자들은 이를 두고 예술성의 기준과 현대미술의 자질을 거론하며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곤 한다. 우리는 이 사물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물파(物派)' 혹은 '모노파'라고도 불리는 '모노하(もの派)'는 1960-1970년대 일본의 미술 경향으로, 물체 그 자체에 대한 탐구를 통해 미학적인 면을 발견하는 예술운동을 말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사물 혹은 인식이 아닌 사물 고유의 세계를 등장시켜 이를 예술로 제시하는 것이 모노하의 가장 큰 특징이다.


“모노하는 ‘만들어진 것만이 세계라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너무 많은 것이 만들어져서 포화 상태에 있는 지구를 바라보며,‘만드는 것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날 것을 촉구한다. 그래서 물건을 덜 가공하거나 덜 만들고, 이를 시간이나 공간과 관련시키며, 이런 방식으로 예술을 다시 생각해 보자며 출발한 것이 ‘모노하’이다. 강요된 인간의 개념 작용을 가지고 세계를 객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을 배운다.” _이우환



이우환 <관계항>. 유리, 철판, 화강암, 180x230x50cm, 1969


이우환은 〈존재와 무를 넘어서 / 세키네 노부오論〉를 통해 ‘모노하’라는 개념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각각의 소재가 구성하는 관계성과 주변으로의 확장에서 예술적 의미를 찾으며 서구의 아르테 포베라와 모노하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이우환은 70년 전후의 <관계항> 시리즈를 통해 모노하의 특성을 나타냈다. 작품 속 원재료 상태의 물질인 압연 철판과 유리판, 화강암은 단순하고도 선명하게 배치되어 있다. 부서진 유리판은 철과 돌의 단단함과 대비되고, 그 흔적은 돌과 유리판이 만나는 순간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이우환은 자신의 행위와 영향을 의식적으로 제한하고 유리의 균열과 돌의 선택만을 행위의 결과로 보여준다. 기존 소재로서의 요소에서 벗어난 있는 그대로의 물질, 물질과 물질의 상호 관계, 그 외부의 것에 집중하다 보면, 오롯이 구조에의 지각, 장소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작가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이우환보다 10여 년을 앞서 물성에 천착한 곽인식은 60년대부터는 유리, 놋쇠, 종이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며 일본, 한국의 모노하에 직ㆍ간접적 영향을 주었다,

 


곽인식 <작품 63>, 유리, 72x100.5cm, 1963


곽인식은 일본에서 마주했던 거대한 유리로부터 이질감을 느끼고 그 특성에 매료되게 된다. ‘크면 클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인 유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개체 그 자체이자 유리라는 물질의 본질로 간주된다. <작품 63>의 깨진 유리를 보면 이우환의 <관계항>과 외형상 같은 느낌이 들지만 곽인식의 작업은 계획 하에 유리를 깨고 깨진 유리를 평면에 붙이며 유리의 본질을 환원시킨다는 점에서 이우환의 작품과는 다른 성질을 지닌다. 곽인식의 작업은 모노하의 정서와 시기적, 기질적으로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를 정통 모노하라고 볼 수는 없지만 60년대의 작업들을 보면 모노하의 선조로 언급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물성(物性)'에 관한 연구는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재료를 선택하는 행위와 놓여있는 물질의 소재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마음에 새겨지는 물질의 인상을 느껴보자. 만들어지지 않은 존재의 말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승현 lsh09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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