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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프리 앤 포스트, 올드 앤 나우 현대미술

이승현

컨템포러리 아트란 무엇인가? 동시대의 미술 담론에서뿐만 아니라 미술계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대체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단지 시대의 구분이 아닌, 작금의 미술계에 미학적 경향으로 우세한 ‘현대적인 미술’이란 무엇인가?


언론이 주목하는 미술계의 이슈는 작고 작가의 경매 최고가나 유명 연예인의 출품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미술계와 내부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 현대미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점차 시각성으로 집중되어 복합화, 다변화되는 우리 세계에서 ‘현대미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는 소위 ‘미술계 사람들’만의 논제로 전유 되어서는 안 된다.  



강수미, 『포스트크리에이터: 현대미술, 올드 앤 나우』, 그레파이트온핑크, 2019


『포스트크리에이터: 현대미술, 올드 앤 나우』에서는 우리의 시간과 같은 템포로 발생하는 미술의 미학적 특수성을 살펴본다. 동시에 인간과 기술, 자연, 역사, 미를 통합적으로 고려하고 미의 보편성과 시대성, 동시대 미술의 미학적 맥락의 계보를 지시하며 ‘무엇이 지금 여기의 미술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책은 포스트크리에이터의 형질과 면모를 공유하는 4가지 대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현상’ 파트에서는 ‘무엇이 현대미술을 이토록 다양하고, 세련되고, 유동적으로 만드는가?’, ‘어떻게 현대미술은 이토록 다양하고, 세련되고, 유동적으로 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예로 들며 현대미술이 획득한 역할과 의미를 찾고 임호프의 <파우스트>를 통해 현대미술의 영역과 형식을 이야기한다. 



2017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안네 임호프(Anne Imhof)의 <파우스트(FAUST)> 장면


‘현대미술의 미학적 계보: 프리 컨템포러리 아트’ 파트에서는 그린버그의 모더니즘 미술론, 단토의 예술계론, 디키의 예술제도론을 다루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세 인물의 논리를 살펴본다. 저자는 세 인물의 이력과 논점, 그에 대한 평가를 간략하게 정리하며 현대미술이라는 현상의 근원과 맥락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어지는 ‘현재의 미학적 판단’ 파트에서는 다원주의 패러다임, R. 크라우스의 포스트미다엄 조건과 동시대 미술의 딜레마, 유튜브 생태계의 감각 지각 논리 등을 다룬다. 2000년 대에 들어 미학적 다원주의가 부상하고 인정받는 이유와 크라우스가 말하는 ‘매체의 재창안’을 통해 매 순간 넘치고 예측이 불가할 정도로 변화하는 미술계 현실의 이해를 돕는다. 마지막 ‘현상 너머’ 파트에서는 페미니즘 미술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고 ‘미술’ 이념을 끝으로 ‘올드’와 ‘나우’의 미술을 정리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갱신된 현대미술은 그에 대한 축복 속에서 ‘동시대답다’는 긍정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오리지널한 것과 진정한 것에 대한 욕망이 번성해가는 딜레마 속에 그 자체로 현실의 진실이 되어가는 혼란을 준다. 컨템포러리 아트의 현재와 모더니즘 미술비평 및 이론들을 살펴보며 그 사이의 뚜렷한 차이와 논리적 경계들은 파악되었지만 저자가 단순하게 나열한 그 차이의 단어들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대로 『포스트크리에이터: 현대미술, 올드 앤 나우』는 현대미술 이념의 리얼리티를 가리켰다. ‘미술시장’이 미술계의 절대 강자이자 모든 미술계의 궁극적 목표로 여겨지는 지금, 우리가 찾아내야 할 미적 행위와 의미를 생각하고 우리로 하여금 ‘컨템포러리 아트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을 가능하게 했다.


『포스트크리에이터: 현대미술, 올드 앤 나우』에서는 클레멘트 그린버그, 아서 단토, 조지 디키의 예술이론과 그 정의의 학술적 중요성이 다소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특히 아서 단토의 이론은 논문 『예술계』(1964)를 중심으로 4페이지 가량의 짧은 내용이 실려있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한 책으로 장민한의 『아서 단토』를 소개하고자 한다. 



장민한, 『아서 단토』, 커뮤니케이션북스, 2017


책에는 ‘예술의 종말’ 테제로 유명한 아서 단토의 사상이 10가지 키워드로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단토가 주장하는 예술, 미, 예술의 종말, 예술계 등의 의미를 명확하게 분석하고 이 논의를 근거로 오늘날 미술 비평의 방식을 설명하였다. [단토의 주장 – 저자의 분석]이 반복되는 형식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의 일목요연한 해설을 읽다 보면 단토가 주장하는 이론들의 의미와 철학 체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멜랑콜리아’


여기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을 시각화한 영화가 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는 지구보다 더 큰 행성이 지구에 접근하는, 지구적 종말의 내용을 담은 설정으로 철학이라는 관념의 공간에서 예술계 상황을 말하는 아서 단토의 이론을 그려냈다. ‘종말’이라는 주제를 배경으로 동시에 종결되는 소리와 서사, 시각, 이 세 개의 층을 통해 예술 종말의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술에 관한 여러 이론들과 비평의 계보가 공식에 딱 맞는 답이 아니듯 현대미술을 대하는 태도에도 정답은 없다. 현대미술의 정의에 명확한 해답을 찾기보다 앞서 소개된 책에서 보이는 ‘이유의 담론들’을 참고하여 동시대 예술작품들의 가치를 보다 다양한 기준으로 판단해 보자. 

                                                                                                        


이승현 lsh09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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