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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화적 타자와의 ‘접촉지대’로서의 미술관

정다영

2016년 무렵부터 들려왔던 퐁피두 센터 한국 분관에 대한 소식이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한다. 부산시는 2022년 1월 19일에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퐁피두 센터 측과의 원칙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부산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건립해 부산을 진정한 문화중심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부산시는 “세계적”인 미술관의 건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역의 문화적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기대한 것일까? 미술관의 건립을 통해,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타문화를 포용하는 세계시민주의적 문화교류의 장소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일까? 아니면 명망 높은 서구 미술관의 지위를 따라 해당 지자체의 명성도 함께 오르고, 세계로부터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일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 (국립현대미술관, 2019)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발행한 연구 총서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2019)의 1부, ‘미술관과 타자의 수집: 후기식민주의를 넘어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은 미술관이 사회에 기여하는 장소로서 기능하기 위하여, 어떻게 후기식민주의의 관점을 극복해 나아가야 하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할 것을 촉구하는 장이다. 토니 베넷, 임산, 장엽, 크리스티나 지에지츠 라이트, 리사 호리카와, 조앤 영, 양효실은 ‘소장’과 ‘타자’라는 키워드 아래에서 폭넓은 주제의 글을 작성했다. 그중 크리스티나 지에지츠 라이트의 글, 「글로벌 코리아, 다문화주의와 타자성에 대한 담론: 코스모폴리타니즘과 현대미술 전시」는 한국 사회에서 민족적 타자성이 다루어지는 방식을 주한 외국인의 시선에서 비판하고, 미술관의 ‘타자와의 접촉 지대’로서의 기능을 논한 것이다.


라이트는 우선 최근 한국 정부의 대외 문화정책을 살폈다. 그의 조사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는 “더 품격 높은 국가가 되어 선진 일류 국가 반열에 오르기 위해” ‘글로벌 코리아’를 주창했는데, 여기서 타자는 자신을 긍정하고 승급시키는 수단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문재인 정부에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편 역설적으로 한국 내 민족적 타자들은 단일 민족의 개념 아래에서 배척받고 있음이 지적됐다. 한국내에서 “혼혈”은 “순혈”과 구분되는 존재로 여겨지며, 타자들은 피부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게 된다. 라이트는 이러한 차별이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장애요소라 지적했다.



<I am not me_the horse is not mine(A lifetime of Enthusiasm), 윌리엄 켄트리지, 2008


라이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의 장소로 미술관을 강조했다. 미술관이 타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타자와 접속할 수 있는 장소, 즉 ‘접촉지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관의 그러한 잠재성을 살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로 2015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남아프리카 공화국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개인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북한 프로젝트》가 제시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픈 역사인 인종차별정책과 잔혹한 폭력사태, 그 이후의 세계를 주제로 한 작품세계를 보여준 《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 고찰》전, 북한의 시각문화를 입체적으로 소개한 《북한 프로젝트》와 같은 전시들은 타자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한국 사회에 코스모폴리타니즘 정신을 고조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라이트가 제시한 전시 사례 이후에도, 국내 미술관에서는 민족적 타자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전시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최근 열린 전시 중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중인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전(2021.12.11.~2022.04.17.)이 주목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사회로부터 억압받는 소시민, 난민 등에 주목해왔던 아이 웨이웨이의 활동과 작품들을 선보이며 코스모폴리탄적인 공감과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는 최근 난민 수용문제로 뜨거운 논쟁을 벌였던 한국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로 대화하며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분노하는 세계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아이 웨이웨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부유>, 아이 웨이웨이, 2016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은 지역 사회에서 어떠한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될까? 부산 분관은 아직 기획중인 단계에 있으며 구체적인 소식이 들리게 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적”인 미술관의 분관이 국내에 세워진다는 것은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 또 하나의 ‘접촉지대’가 세워지고, 세계시민주의적 연대가 강화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 무척 기대된다. 부산시의 분관 유치를 위한 노력에 뜨거운 격려를 보내고 싶다.



<참고>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하는가』 (국립현대미술관, 2019).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mmca.go.kr/

부산광역시 대표 블로그 https://blog.naver.com/cooolbusan/



정다영 d1a3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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