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우리 연구소는 서울아트가이드 8월호 입고 후 가뿐해진 마음으로 오후 나들이를 떠났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이영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스케쥴이었다. 햇살은 내리쬐서 그 길을 반짝이게 열어주었고, 연구소 식구들은 네비게이션을 더듬으며, 백남준아트센터에 도착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건립이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한 고인이 된 백남준은 아트센터의 건립 조차 보지 못하였다. 이러한 부분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백남준아트센터는 건축설계를 2003년 430여명이 참여한 국제 공모전에서 유니온 오브 인터네셔널 아티스트(UIA)의 추천을 받아 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젊은 독일 건축가인 크리스텐 쉐멜Kirsten Schemel)과 독일 베를린(Berlin) KSMS 쉐멜 스탄코빅 건축사무소의 마리나 스탄코빅(Marina Stankovic)과 공동으로 디자인하여 근대적 에고이즘을 넘어섰던 백남준의 이미지와 조합이 잘맞는 아트센터를 건립하였고, 외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은 그 위상을 떨쳐 보이는 듯 했다.

1층은 소장품으로 구성된
2009년 상설전이 2층에는 백남준아트센터 2번째 기획전시
신화의 전시-전자 테크놀로지가 진행되고 있다.
상설전은 연대기적 서술로 풀어가지 않고, 토픽 중심으로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재맥락화 했다. 유명한 'TV부처', '달은 가장 오래된 TV',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신화의 전시-전자 테크놀로지전은 백남준이 우리에게 날리는 '번갯불'에 대한 번역 과정을 드러내는 시도의 일부이다. 백남준의 당시 전시가 갖고 있던 16개의 테마들 가운데 일부를 현대 예술가들(백남준, 김윤호, 그레거 줏스키, 롤랑 토포, 류한길, 마르커스 코츠,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박경, 박종우, 오노레 도, 에이랜드, 우나 제만, 우지노 무네테루,우테 뮐러, 장성은, 지미 더햄, 케빈 클라크, 크리스토프 마이어, 틸로 바움개르텔, 페드로 디니츠 레이스, 하비에 텔레즈, 홍철기 외)의 작업들과 만나게 함으로써, 전시의 어떤 답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관객들에게 되던지는 물음의 형식을 취한다.

예술에 대해 정형화된 사각프레임 속의 공간 또는 눈이 즐거운 익숙한 작업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으로 가득찬 나 자신에게 이 두가지 전시가 던지는 느낌은 한마디로 'Difficult'와 'Surprise' 향연이었다. 큰 기획전시에서 고작 한 두개 정도 보았던 미디어 영상 작업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이해하고 감상하기엔 머릿 속 용량이 벅찼고, 집중이 빗나가게 하는 설치작업들이 많았다.
예술은 폭넓은 정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너무 간과하고 산 건 아닐까. 20세기 예술가들 중에서 매우 특이한 위상을 갖고 있는 백남준은 이미 몇십년 전부터 앞서 나가 있었건만, 이제서야 부지런히 더듬이를 세워 감각을 쫓아가는 내 자신이 게으르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짐을 했다. 날씨가 좋은 어느 날 머리를 쾌청히 비우고 다시 한번 이곳에 와서, '백남준'에 도전해보겠노라고.....
이영미술관으로 이동하여 개관 1주년 기념전시를 보고, 산책, 삼겹살구이, 저녁식사로 이어졌다.
끝에 사진 : 김이환관장을 모시고 연구소 1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