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y side : 김기정 개인전

온수공간 1F

2021.11.7.-11.26

포스터

김기정 작가의 개인전이 온수공간 1층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푸른빛이 돋보이는 작가의 페인팅이 공간의 넓은 창과 그 너머의 초록과 잘 어우러지고 있다.

<Hug#1>, 순지에 분재로 채색, 모델링 페이스트, 31x29.5cm, 2020

전시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진다. ‘머물고 있는 세계’, ‘내 편’, ‘변함없는 마음’이 그것이다. 즉, 작가의 내면, 그리고 그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는 작가의 방, 가족이 주제가 된다. 그런 면에서 전시장 입구에서 만나는 <Hug#1>(2020)는 마치 전시의 예고편 같은 역할을 한다. 

<습관>, 염색한 천, 한지, 집게, 가변설치, 2020-2021

전시장 한 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유일한 설치작품 <습관>(2020-2021)은 작가의 습관들로 가득찬 방을 상징한다. 작은 요새처럼 보이는 육면체를 둘러싸고 있는 천들과 한지를 보면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중에는 전시실에서 단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과 유사한 것들도 있다. 

<대화#5-#6><걷기><대화#7>, 순지에 분채로 채색, 모델링페이스트, 콘테, 2021

<습관>에서 연결되는 작품으로 <대화>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습관>이 마주보고 있는 벽에 걸린 작품들로, 좌측 아래의 <걷기>(2021)를 제외하고 원형 4개가 있는 작품들이 <대화> 시리즈이다. 이 원들은 서로 분절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 사이에는 상당한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방읽기#6-#7>, 순지에 분채로 채색, 모델링페이스트, 200x140cm, 2021

전시장 안쪽의 대형 작품인 <방읽기#6>(2021), <방읽기#7>(2021) 역시 내밀한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이다. 두 작품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데, 각각 우측, 좌측 상단에 그려진 두 개의 눈이 방을 샅샅히 읽고 있다. 그림을 보는 입장에서는 방의 구조나 방을 구성하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없는데 이 공간은 단지 방이 아니라 작가의 일상, 습관, 감정들이 쌓여있는 공간이라 생각하면 이 점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엄마랑 아빠>, 순지에 분채로 채색, 모델링페이스트, 37x31cm, 2021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엄마랑 아빠>(2021)가 가장 먼저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전시장 전체에서 가장 구상적인 작품일 것이다. 이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감과 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여실히 느껴진다. 

<keeper#3-#9>, 순지에 분채로 채색, 보델링페이스트, 30x17.5cm, 2021

<드리운 그림자#15>, 실, 순지에 분채로 채색, 모델링페이스트, 66x47cm, 2021

<드리운 그림자 #16>, 실, 순지에 분채로 채색, 모델링페이스트, 73x47cm, 2021

커튼을 사이에 두고 벽을 따라 전시된 <keeper> 시리즈를 따라가다보면 1층 전시장의 가장 안쪽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는 <드리운 그림자#15>와 <드리운 그림자#16>이 양면에 그려져 조명을 받고 있다. 양면에는 모두 웅크린 자세의 사람이 있는데, 앞면의 인물은 앉은 모습, 뒷면의 인물은 모로 누운 모습이다. 이 작품이 전시장의 가장 구석진 곳에 단독으로 걸려있음으로 인해 이 전시의 주제와 분위기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조용히 자신의 가장 내밀한 면을 성찰하여 보여주는 이 전시는 온통 푸른빛이지만 결코 차갑지 않고 포근하게 ‘내가 머물고 있는 세계’, ‘내 편’, ‘나의 변함없는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황수현 vmflxlzhzh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