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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 Your Garden》, 한전아트센터

객원연구원



정영환_《Your Garden (영혼을 위로하는 푸른숲)》

2021.11.12-11.20

10:00~17:00 (신정 및 명절 휴관)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제2전시실




  정영환 작가의 개인전 《Your Garden (영혼을 위로하는 푸른숲)》이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에서 11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정영환 작가는 2005년부터 시도한 ‘푸른숲’으로 주목을 받아온 작가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나무와 숲은 기존의 녹색에서 벗어나 모두 푸른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푸른색의 자연은 관람자로 하여금 기시감과 비현실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휴식과 치유의 순간을 제공해준다. 이번 전시의 특이점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밝고 선명한 난색이 등장한 그의 근작 또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따스함이 더욱 잘 드러나며, 단풍이 들고 열매가 진하게 여물어가는 가을이라는 계절감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영환 작가를 소개할 때, ‘푸른색’에 대한 내용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작가에게 파란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고, 현대미술이 뭐 있어?”하는 도전 정신의 색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작가는 파란색이 갖는 의미를 중첩시켜 나간다. 먼저, 파란색은 ‘몰입과 집중’의 색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때때로 휴식이 필요할 때, 산, 숲, 바다와 같은 자연을 찾아 떠나곤 한다. 자연을 탐구하고 자연과의 교감을 행하는 것. 그러한 행위는 작가가 작업을 진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몰입과 집중’이라는 표현방식과 맞닿아 있다. 또한 파란색은 “모든 만물을 천상으로 끌어 올리는 영적인 색깔”이며, “귀족의 색이면서 성공의 색이고, 차갑고 냉철하면서 이지적이고, 세련되었다.”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이러한 해석은 파란색을 향한 인류의 오래된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정영환, <mindscape>, 2021(작가 제공)





(왼쪽부터)<mindscape>, 2021

<just gazing-resting>,2021

<mindscape>, 2021




  정영환 작가의 작품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푸른색’뿐만이 아니다. 작가는 일반적인 풍경화를 그대로 화폭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형적 계획에 의해 작품을 구성한다. 따라서 특정한 장소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완전한 상상 속에서 도출된 풍경을 그리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작가는 실경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여러 사진 속에서 나무와 숲을 접하기도 하며, 독서를 하다가 좋은 나무 사진이 있으면 그리거나 오려낸다. 그렇게 작업 과정에서도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면서 여기저기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조합해나간다. 각기 다른 시·공간의 흐름이 모여 형성된 작가의 풍경을 본 관람객들은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푸른숲’을 새롭게 탄생시키게 된다.





정영환, <just gazing-resting>, 2021(작가 제공)





정영환, <just gazing-resting>, 2019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나무가 서 있는 배경이 흰 여백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화나 문인화에서 주로 활용되는 조형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의 그의 작품은 서양화이지만 동시에 동양적인 느낌이 든다. 나무와 숲은 배경으로부터 동떨어져 공중에 부유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초현실적 공간을 생성해낸다. 이는 역광으로 빈 공간에 빛이 들어오는 느낌을 표현함과 동시에 숨구멍처럼 배경과 대상을 연결시켜 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흰색의 바탕은 단순한 여백이 아니다. 이 부분은 흰색을 덧칠하고 쌓아올려서 여백처럼 느껴지게끔 유도한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잘 인지하지 못하는 비가시적인 물과 공기의 흐름까지 색칠함으로써 정적이면서 생동감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듯하다. 이로 인해 작품 속에서 나뭇잎은 천천히 흔들리며 일종의 기운을 형성해내고 있다.





정영환, <just gazing-resting>, 2021




정영환, <just gazing-resting>, 2017




  한편, 작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just gazing-resting>(2017)을 꼽는다. 나무들 사이로 하얀색 (물)길이 나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이전 전시회에서 있었던 일화와 관련이 있다. 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오던 관람객이 해당 작품 앞에서 급하게 걸음을 멈추고는 작품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작가 특유의 푸른색의 정체성이 많이 들어가 묵직함이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에 푸른 색 사이에 나 있는 흰색의 (물)길이 더욱 대비되어 보인다. 정적이고 차가워 보이지만, 물의 흐름처럼, 또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처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곳으로 우리의 시선을 이동시키는 힘을 가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정영환, <just gazing-resting>, 2017




   이번 개인전을 개최하며 작가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제가 작업을 해나가면서 거창한 예술적 구호나 메시지를 생각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작품으로 대중들이 저의 그림을 보면서 각자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길 바랄뿐입니다. 팍팍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리도록 파랗고, 시간과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유사 이상향으로서, 제 작품을 통해서 위안과 위로, 안식과 휴식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우리도 <just gazing-resting>의 관람객처럼 마음 속 평안을 향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윤란 rani7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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