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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라우흐·로사 로이 : 경계에 핀 꽃》, 스페이스K 서울

객원연구원


미술관 입구


스페이스K 서울은 10월 28일부터 네오 라우흐, 로사 로이의 2인전 《경계에 핀 꽃(Flowers on the Border)》 전시를 진행 중이다. 스페이스K는 2011년 과천에서 시작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 공간으로 2020년 9월 강서구 마곡동에 확대 개관했다. 그동안 국내 신진작가, 재조명이 필요한 중견작가 등을 발굴해 전시 기회를 제공해왔으며 국내에 덜 알려진 해외 작가 전시를 개최하는 등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지원과 후원을 통해 현대미술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독일 통일 이후 독자적 화풍으로 부상한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부부 작가 ‘네오 라우흐’와 ‘로사 로이’의 작품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같은 지역에서 미술을 공부한 후 결혼 후에도 스튜디오에서 작업 활동을 함께 이어가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해 왔다. 그렇기에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많이 주고받았으며 많은 감각을 공유해왔다. 그렇지만 작품 내에서 그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소 다르다.




네오 라우흐, (왼)전환, 2018 / 밤의 수호자, 2014



네오 라우흐, 약한 환자, 2012



네오 라우흐, 프로파간다, 2018


네오 라우흐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신비로운 주제나 서사를 선보인다. 작가는 고도로 숙련된 테크닉으로 미스터리한 장면을 묘사하지만, 서사나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더욱이 구상과 추상이 혼재되어 있어 사물 간의 개연성은 모호함을 더한다. 때문에 관람객 스스로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 작품 <프로파간다>는 정치적 선전을 의미하는 ‘프로파간다’라고 이름 지은 것에 대해 그가 선전 자체를 증오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살아온 독일은 선전을 하나의 문화 정책으로 적극 채택해온 역사가 있으며, 이에 따라 예술가와 예술은 ‘프로파간다’라는 의무와 책무를 끊임없이 부여받아야 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통해 작가 자기 자신에게 약간의 압박을 가하여 내면의 투쟁을 캔버스에 반영하고자 했다.




네오 라우흐, 밀어닥침, 2016



전시 전경


이처럼 작가는 작품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정치적 목표를 거부하는 의견을 줄곧 담아왔다.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 인물, 의상, 배경이 화폭 속에서 본래의 색감을 벗어나거나 이질적인 방식으로 논리적 흐름을 방해한다. 이는 개연성을 의도적으로 약화시켜 특정한 메시지를 삭제해 회화 자체 의미에 충실하게 하는 기능을 적용한다. 이러한 모호함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상상력을 더욱 증폭시키는 장치로 활용된다.




전시 전경



로사 로이, (왼)반대편, 2009 / 만유인력, 2004



로사 로이, 팽이


로사 로이는 동시대 여성의 역할에 초점을 두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의 화면엔 다양한 역할의 여성 형상을 전면에 내세워 꿈의 역사, 혼재된 내러티브, 환상을 넘나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무엇이든 변화 가능한 여성을 묘사하는 작가는 동시대의 여성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작가의 작품에는 대개 두 여성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팽이>와 <반대편> 역시 두 여성의 몸이 뒤엉켜 있거나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여인의 모습들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나타내어 두 여성을 통해 현대 사회에 팽배한 양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분열된 정체성을 상징하는 자아를 보여준다.




로사 로이, (왼)저녁, 2007 / 아침, 2007



네오 라우흐, 로사 로이, 경계, 2008


이번 전시에서는 네오 라우흐와 로사 로이가 함께 그린 작품 <경계>도 선보인다. 그림을 그릴 때 네오 라우흐가 칠한 검정색 나무를 시작으로, 두 부부작가가 서로 체스를 두듯 번갈아가며 그림을 그려나갔다. 서로 자신의 차례가 되어 그림을 그려나가는 방식은 두 작가 사이의 역동적인 에너지 표출을 보여준다. 작품은 약 35년간의 부부생활, 그리고 25년간의 공동 스튜디오 생활을 거쳐 서로에게 무의식적인 영향을 주고받아온 두 부부작가가 펼친 일종의 실험의 장으로 평가받는다. 


두 작가는 비슷한 환경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같은 화파로 분류되지만 작품을 그려내는 작업성향이 다르기에 유사성을 가지면서도 구조적으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두 작가의 태도로 균형과 조화의 회화적 서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1월 26일까지 계속된다.


김지수 acupofmojit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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