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본관 2층

객원연구원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상시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본관 2층


“내 그림들이 흩어지지 않고 시민들에게 영원히 남겨지길 바란다.”

 1998년,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 천경자(千鏡子, 1924-2015)는 시민과 후학들이 자신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60여년에 걸쳐 제작한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였다.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본관 2층에서는 상시 전시로 한국화의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이루어 온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그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천경자 상설전시는 ‘영원한 나르시스트, 천경자’라는 이름으로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섹션 1.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

“내 온몸 구석구석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있나 봐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는 지워지지 않아요.”

 자화상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와 해외여행지에서 본 이국여인의 모습을 그린 〈자마이카의 여인 곡예사〉(1989)와 같은 작품으로 구성된 섹션 ‘내 슬픈 전설의 이야기’에는 작가가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린 다양한 모습의 여인들이 자리한다. 작품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짙은 한의 정서는 천경자에게 있어 슬프지만 달콤한, 인생으로서의 매력이었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그림 속 여인들의 모습에서 ‘달콤한 한’이 깃든 그녀의 인생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자마이카의 여인 곡예사>, 1989

<자마이카의 여인 곡예사>(1989)는 이국적 풍정과 극적인 상상력으로 변용시킨 여성인물화이다. 천경자는 1989년과 1993년에 카리브해 연안, 자메이카로 스케치 여행을 다녀왔다. 열대나무와 앤슈리엄, 히비스커스 꽃을 배경으로 표범무늬 옷을 입고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에서 천경자 자화상 <알라만다의 그늘Ⅱ>(1985)가 연상된다. 천경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이국 여인의 얼굴과 눈매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초월적인 여인상으로 규정짓고 정형화시켜 표현했다. 보편적인 여인의 모습이 아니라 이목구비를 지나치게 과장한 모습이다.


섹션 2. 환상의 드라마

“작품은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고, 미래세계를 상상하며 오늘의 꿈을 담은 한 폭의 드라마들”

‘환상의 드라마’ 섹션은 작가의 꿈과 환상, 동경의 세계를 표현한 자전적 성격의 채색화 작품으로 구성된다. 젊은 시절의 지독한 가난과 사랑의 상처로 인한 뼈아픈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그렸던 천경자의 대표작 〈생태〉(1951)에서부터 안정된 생활의 행복감이 깃든 화사한 파스텔 색조의 그룹 인물화 〈여인들〉(1964), 그리고 보티첼리의 작품이 중심이 된 〈이탈리아 기행〉(1973)까지. 과거의 추억과 오늘의 꿈, 미래에 대한 상상을 형상화한 작품들로 구성된 이 섹션은 시기에 따른 작가의 감정 변화가 녹아든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초혼>, (1965)

<초혼>(1965)은 바다에서의 토속적인 제사를 주제 삼은 작품이다. 천경자는 넓게 펼쳐진 광경을 화면에 3단 수직구도로 구성했다. 상단에 위치한 원삼을 입은 귀신같은 환상의 여자에서부터 바닷물 속으로 휘몰아치듯 꿈틀거리는 커다란 물고기는 공간을 가로지르며 역동적인 화면을 연출한다. 중간층에 멀리 전설적인 배가 떠나고, 아랫부분의 깊은 바다에는 괴기스러운 커다란 물고기가 이빨을 드러내며 용솟음치는 형상이다. 천경자는 전통적 소재를 작품화하면서 조선시대 원삼자락과 샤머니즘에서 색채미를 찾았다. <초혼>에서 작가는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을 작품의 주요색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명도·채도를 적절하게 사용한 화면은 조화롭게 보색대비를 이루고 있다.



섹션 3. 영혼의 여행자

‘영혼의 여행자’ 섹션은 1969년부터 남태평양에서 시작해 인도, 중남미, 미국, 아프리카 등을 여행하며 그린 기행회화로 구성된다. 작가에게 여행은 타국의 사람들과 자연, 풍물을 발견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으며, 원초적인 세계를 경험하는 교감의 현장이었다. 여성의 몸으로 원시의 땅을 찾아 나섰던 작가는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으며 마음껏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여행에 집중했다. 여행 초기의 감흥과 풍경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타히티 고갱 미술관에서〉(1969)와 같은 스케치에서부터 1970년대 후반 이후의 화려한 색채와 화면구성이 돋보이는 〈플라사 메히코〉(1979), 〈푸에블로족〉(1988)까지, 완성도 높은 채색작품들과 살아 움직이는 듯 순간의 강렬함을 간직한 작가만의 독특한 기행회화를 감상할 수 있다.




〈푸에블로족〉, (1988)

<푸에블로족>(1988)은 산 아래 납작하게 늘어서 있는 푸에블로 촌락을 그린 작품이다. 1987년 천경자는 막내 아들과 함께 두 번째 미국 남서부 지역 여행을 했다. 푸에블로는 뉴멕시코주와 애리조나주, 텍사스주에 부락을 이루어 사는 미국 원주민 부족들을 말한다. 원경에는 진흙과 짚을 으깨 만든 벽돌 건물로 이루어진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정착지를 보여준다. 화면 중앙에는 깃털과 장신구로 치장한 인디언 남녀가 서 있고, 전경에는 선인장에 노란 꽃이 가득 피어있다. 천경자는 화폭을 통해서 인디언 문화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섹션 4. 자유로운 여자

 ‘자유로운 여자’ 섹션은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1984)를 포함한 다수의 수필집과 천경자 작품에 대한 대중적인 인기를 불러온 자서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9), 해외 스케치 여행의 과정을 그림과 함께 담아낸 『아프리카 기행화문집』(1974) 등의 출판물을 선보인다.

 글 쓰는 일은 작가에게 맺힌 한을 풀어내기 위한 일종의 ‘푸닥거리’와도 같은 것이었으며, 그가 남긴 많은 책들은 당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를 만큼 그림 못지않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문학과 미술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문학예술인 천경자’가 들려주는 감각적이면서도 솔직한 언어 속에 삶과 예술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열정이 녹아난다.




사진_서울시립미술관홈페이지
작성: 김순기
meonzeo@daum.net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