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1(금) - 2025.02.23(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기획전시실(5층)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하반기 소장품 기획전 《이름의 기술》을 오는 10월 11일(금)부터 2025년 2월 23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최한다. 지난 10월 10일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이효진, 설원지 학예연구사의 설명으로 진행되었다. 이효진 학예연구사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설원지 학예연구사의 전시 설명, 청중 질의응답과 두 학예연구사와의 전시투어 순으로 진행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만여 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존‧관리하며 작품에 귀속되는 부수적인 정보를 체계화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목은 창작의 일부로써 작품의 이해를 돕기도 하고, 때로는 마치 작품의 일부처럼 작품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기도 하며, 또한 시대와 문맥에 따라 변화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기운데 관람객이 난해하게 여길만한 제목을 분류하여 제목의 효용성을 질문하고, 제목을 살아있는 데이터로 인식하여 움직이는 주체로서의 제목을 다룬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명 ‘이름의 기술’은 부르는 이름의 형태, 호칭에 따라 나와 대상의 관계가 달라지듯, 제목 또한 시대와 문맥에 따라 유동적으로 의미를 형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시는 ‘프롤로그-이름의 기술’을 시작으로, 1부 ‘무제’, 2부 ‘기호’, 3부 ‘문장’, 그리고 ‘참여 프로그램-이름 게임’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의 도입부인 ‘프롤로그-이름의 기술’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만 1560점(2024.8.31 기준) 가운데 무제, 기호, 문장형의 작품을 분류한 자료를 소개하고, 미술관이 작품에 귀속되는 정보 중 이름(작가명, 작품명)을 어떻게 기술하는지 공유한다. 또한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세 가지 유형(무제, 기호, 문장)의 제목은 시대별, 매체별 특징을 포착하고 제목의 기능적 확장을 미술 현상 안에서 살펴본다.
먼저 1부 ‘무제’는 무제를 제목으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작품 제목을 ‘무제’로 짓는 경향은 1970-80년대에 작가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무제’는 작품의 내용을 지시하는 보통의 제목과는 달리 아무 주제를 주지 않음으로써 해석의 권한을 관람자에게 일임한다. 즉 이미지를 언어의 영역으로 가두지 않고 작품과 직접적으로 교감하는 감각을 일깨우기를 제안한다.
2부 ‘기호’는 숫자, 알파벳 등의 기호화된 제목을 가진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제목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듯 보이지만, 장소, 시간, 순번을 포함하여 작가의 철학을 함축하고 있다. 기호화된 제목은 무제처럼 해석의 권한을 관람자에게 일임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동시에 수수께끼와 같은 제목을 통해 게임처럼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3부 ‘문장’은 문장형, 서술형으로 이름 지어진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제목은 1990년대 이후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된다. 문장형 제목은 작품의 이미지와 불일치하거나 오히려 교란하기도, 작품을 활성화하는 도구로 작동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작품의 내용을 더욱 부각하기도 한다.
‘이름 게임’은 이번 전시의 가장 특징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 조성된 참여형 프로그램은 각 장(무제, 기호, 문장)을 연결한다. 각 장의 관람객은 언제든 자유롭게 ‘이름 게임’에 들어와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이름을 변경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 다음 게임의 절차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이름을 생성할 수 있다. 생성된 이름은 작품 옆에 부착된 디지털 명제표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이를 통해 작가가 독점적으로 가졌던 ‘이름 짓기’의 권한을 관람객에게 부여한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2층 보이는 수장고에 유산 민경갑의 작품 <얼 95-2>가 전시된다. 민경갑은 한국화 특유의 발묵 기법부터 현대적 한국화에 이르기까지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얼 95-2>는 두 번째 폭에서 자연물의 이미지를 민화적 방식으로 표현하여 나머지 3폭의 대담한 산의 이미지와 대비시킴으로써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산울림 95-2>로 알려졌던 이 작품은 작품의 전시 이력 및 기록 조사를 통해 <얼 95-2>로 수정 등록되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름의 기술'은 작품의 해석을 돕는 메신저로서 '제목'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작품 관람을 보다 더 능동적이고 새롭게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Q1. 민경갑 작품의 제목이 조사연구를 통해 수정 등록되었다고 설명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설원지 학예연구사: 작품에 귀속되는 정보들도 연구해서 체계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중 ‘작품명칭변경회의’ 과정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작품의 제목이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가 전시마다 작품 제목을 다르게 냈거나, 잘못 적힌 경우도 있습니다. 굉장히 방대한 자료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제목이 갱신되고 수정 변경됩니다. 우리 기관의 연구체를 소개할 자리가 많지 않은데, 민경갑 작가 작품의 경우 보이는 수장고와 연계해서 제목을 정리했다.
Q5. 보통 작품 옆에 붙여주는 것들을 타이틀(Title), 시그니쳐(signature)라고 하는데, 시에서 제목을 따기도, 컬러에서 제목을 따기도 합니다. 김창열의 예를 들면,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아카이브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시그니쳐(signature)를 쓴다는 점에서 기호학의 세미오틱(the semiotic)과는 다른 기호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서 세미오틱의 측면에서 해석해 볼 여지가 있는 작품이 있었나요?
설원지 학예연구사: 이번 전시에서는 오히려 기호학이나 언어학, 후기구조주의와는 최대한 멀어지려고 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전시를 이해하고 기획하자면 과하게 복잡해지고, 전시의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기호학적 측면에서 관심을 가졌던 작품은 김상진의 <나는 사라질 것이다>였습니다. 3부에 편성된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언어학이나 기호학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입니다. 정서영 작가의 경우도 언어의 이미지와 사물 자체가 주는 이미지의 관계를 흐리고자 합니다. 김범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동시대 작가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기자간담회 일시: 2024.10.10(목) 오후 1시
참여작가: 김도균, 김범, 김순기, 김상진, 공성훈, 바바라 크루거, 최명영 등 총 25명(소장작가)
출품작: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7점(평면, 영상, 설치 등)
주최/주관: 국립현대미술관
김동민 companion@daljin.com